엡손 "프로젝터 평가의 새 기준은 컬러 밝기"

색상 재현도까지 파악 가능한 새로운 기준

일반입력 :2014/10/07 16:51    수정: 2014/10/09 10:11

권봉석

<나가노(일본) = 권봉석 기자> 프로젝터의 성능을 따지는 기준으로 흔히 쓰이는 수치가 '안시루멘'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미국표준협회(ANSI) 규정을 따른다. 40인치(101.6cm) 화면에 프로젝터로 백색 화면을 띄운 뒤, 전체 화면을 아홉 개 구역으로 나눠 밝기를 측정한 값의 평균을 낸 값이다.

하지만 일본 현지시간으로 6일, 나가노현 엡손 토요시나 사업소에서 쿠보타 코이치 과장은 이제는 프로젝터 성능을 측정하는 기준으로 안시루멘과 더불어 '컬러 밝기'(CLO)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태껏 쓰여온 기준인 안시루멘이 프로젝터의 컬러 재생 능력에 대해 충분한 정보를 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새로운 평가 기준 '컬러 밝기'란…

지금까지 쓰여왔던 기준인 안시루멘이 의문시되는 이유에 대해 쿠보타 과장은 안시루멘은 백색광, 다시 말해 프로젝터가 가장 높은 성능을 내는 상태에서 측정한다. 하지만 실제로 프로젝터를 쓸 때 하얀 화면만 띄워놓는 사람은 없다고 지적했다. 다시 말해 실제 프로젝터 사용 환경에서 소비자가 느끼는 체감 밝기를 반영하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안시루멘을 보완하는 새로운 기준인 컬러 밝기(CLO, Color Light Output)는 빛의 삼원색인 레드(R), 그린(G), 블루(B)를 번갈아가며 화면에 표시한 다음 밝기를 측정한다. 안시루멘과 달리 세가지 색상을 모두 출력해야 하기 때문에 프로젝터의 성능을 최대한 끌어낸 상태에서 측정하게 된다. 실제로 프로젝터 제조사와 무관한 제3의 공인검사기관, 인터텍과 루미타가 컬러 밝기를 측정한 결과를 보면 차이가 명확히 드러난다. 단순히 안시루멘만 놓고 보면 밝기가 비슷해 보였던 프로젝터들의 실제 성능 차이도 알 수 있다. 특히 TI(텍사스인스트루먼트)가 공급하는 프로젝터 솔루션인 DLP 프로젝터의 실제 밝기는 제조사가 밝힌 수치의 1/5 수준이다. 일예로 옵토마 프로젝터 'W305ST'의 밝기는 3천 안시루멘이다. 하지만 컬러 밝기는 고작 1/6에 불과한 540루멘으로 떨어진다.

제조 원가는 잡았지만 화질은 놓쳤다?

단순히 숫자로 나타나는 성능 차이를 실제 화면으로 확인하면 안시루멘 수치가 높은 프로젝터가 품질까지 높지 않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노트북에서 동일한 사진을 HDMI 방식으로 출력해 여러 프로젝터에서 동시에 띄우면 특히 그렇다. DLP 방식 프로젝터는 비슷한 안시루멘으로 설정한 3LCD 프로젝터보다 훨씬 어둡고 칙칙하다. 전반적으로 색 농도가 크게 떨어지고 명암비도 인상적이지 않다. 가장 밝은 화면을 띄우도록 비교했지만 3LCD 프로젝터에 비하면 차이가 확연하다.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이유에 대해 엡손 현지 관계자는 프로젝터 투사 방식에서 발생한 차이라고 설명했다. DLP 방식은 광원에서 출발한 빛이 네 가지 색상을 회전시키는 컬러휠을 통과하며 화면을 구성한다 .물론 이 과정은 우리 눈이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빨리 일어난다. 하지만 디지털 카메라 연사 기능으로 짧은 시간동안 여러장 사진을 찍어 보면 색상이 번지거나 변하는 레인보우 이펙트 현상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문제는 제조 비용을 줄이면서 비슷한 화면을 만들어낼 수 있는 DLP 방식이 화면 밝기에서는 뒤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엡손 프로젝터에 쓰이는 3LCD 방식은 HTPS(고온 폴리실리콘) TFT LCD 세 개를 비춘 다음 프리즘을 통해 합성해 렌즈로 내보낸다. 광원 세 개를 쓰기 때문에 자연히 화면이 더 밝고 색 표현력도 높아질 수 밖에 없다.

제조사가 정확한 정보 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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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러 밝기는 단순 백색광만 표시하는 안시루멘보다 더 정확한 정보를 소비자에게 줄 수 있다. 국제디스플레이측정위원회가 국제표준평가법(IDMS)으로 승인하기도 했다. 하지만 안시루멘처럼 프로젝터 업계 전반의 폭넓은 동의를 얻지는 못한 상태다. 실제로 DLP 프로젝터 제조사들은 제품 광고나 사양에서 컬러 밝기를 명확히 밝히지 않는다. DLP 방식의 실제 성능과 한계가 여실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쿠보타 과장은 이에 대해 현재 프로젝터 업계는 안시루멘 수치만 높아도 성능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하고 가격도 비싸게 매기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하면서 컬러 밝기 측정 방법에 동의하지 않는 제조사도 있지만 소비자에게 보다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 또한 제조사의 의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