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에 쓴 아이폰·아이패드 가상현실 구현"

일반입력 :2014/09/22 09:49    수정: 2014/09/22 12:46

색다른 가상현실(VR) 장치가 킥스타터 프로젝트로 진행되고 있어 외신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고가의 안경 디스플레이 대신 아이패드미니 또는 신형 아이폰 기기를 눈 앞에 고정해 주는 '에어VR(airVR)'이 그 주인공.

킥스타터 프로젝트에 등록된 에어VR은 캐나다 디자인업체 '메타텍처'가 제안한 VR체험용 디스플레이 고정끈이다. 단, 에어VR로 고정할 수 있는 디스플레이가 애플의 소형 태블릿과 최신 스마트폰이라는 게 특징이다.

22일 현재 공개 중인 에어VR 소개 영상에선 다 큰 어른들이 넙적한 아이패드미니를 눈앞에 달고 고개를 이리저리 저어대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다소 우스꽝스러워 보인다. 에어VR을 소개한 외신들도 이점을 빼놓지 않는다.

지난 18일 이를 소개한 게임전문매체 유로게이머는 메타텍처의 에어VR 기기의 외관을 묘사할 때 모바일 기기를 연결해서 당신 얼굴에 씌우기 위한 '(스탠리 큐브릭의 영화) 시계태엽 오렌지'에 나올법한 세뇌장치같은 스트랩이라는 표현을 썼다.

하지만 제품 소개 영상에서 메타텍처는 진지하게 에어VR이 대당 49달러라는 저렴한 가격에 아이패드미니의 고화질 디스플레이로 안정적인 VR기능을 체험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곧 시판될 '아이폰6플러스(+)'도 '에어VR+'라는 모델로 지원된다.

이는 삼성전자가 이달초 스마트폰 신제품 갤럭시노트4, 갤럭시엣지와 함께 VR기기 신제품 '기어VR'에 채택한 방식과 비슷하다. 삼성전자는 자사 5.7인치 스마트폰 갤럭시노트4을 기어VR에 가로로 끼워서 디스플레이로 쓰도록 했다.

2D 화면인 스마트 기기를 눈앞에 갖다놓는다고 자동으로 입체(3D)공간에서의 VR경험을 느낄 수 있게 되는 건 물론 아니다. 에어VR은 '사이드 바이 사이드'방식으로 VR용 3D를 구현했다. 3D효과를 내기 위해 착용자 눈의 좌우에 맞게 나뉜 영상을 보여 주는 방식이다.

제조사 메타텍처는 에어VR이 '무선으로 작동된다'는 점, 최신 애플 기기의 64비트 프로세서, 3D그래픽, GPS 등 각종 센서, 카메라와 스피커 성능을 쓸 수 있다는 점을 기존 VR용 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HMD)와의 확실한 차별점으로 제시했다.

메타텍처는 킥스타터 소갯말로 에어VR은 수백만명이 이미 갖고 있는 iOS 레티나 하드웨어로 구동되는 새로운 VR헤드셋이라며 아이패드미니 또는 아이폰6플러스와 에어VR만 있으면 여러분은 어디서든 놀라운 VR을 경험하는데 필요한 모든 것을 갖춘 셈이라고 강조했다.

에어VR로 뭘 할 수 있을까? 메타텍처가 소개한 앱은 포토VR, 무비VR, 파노VR, 3가지다. 포토VR은 사용자가 VR로 체감중인 장면이나 기존 촬영한 사진을 입체적인 가상공간의 앨범으로 정리해 보여주는 앱이다. 무비VR은 유튜브같은 곳에 올라온 3D 고화질(HD) 영상을 가상의 3D스크린으로 즐길 수 있게 해준다. 파노VR은 iOS카메라 앱으로 찍은 파노라마 사진을 가상공간에서 입체적으로 감상할 수 있게 보여 준다.

메타텍처는 이밖에도 앱스토어에 등록된 여러 에어VR 호환 콘텐츠와 애플리케이션을 에어VR에 특화된 즐길거리로 활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등록된 iOS앱 개발자 900만명 이상 또는 유니티3D 개발자 330만명이 기존 또는 출시를 앞둔 게임의 VR경험을 쉽게 전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메타텍처는 VR에 관심이 있는 새로운 개발자들도 에어VR과 앱스토어 플랫폼을 활용해 이 시장에 빠르게 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니티3D에 내장된 오픈소스 에어VR 소프트웨어개발도구(SDK)로 게임과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수 있고 기존 유니티3D 기반 게임에 에어VR 지원 기능을 쉽게 추가할 수 있다고 했다.

메타텍처는 지난 16일부터 다음달 17일까지 1개월간 2만캐나다달러(CAD), 약 1천905만원을 모금한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이미 269명이 참여해 1만5천266CAD를 후원받았기 때문에 이달 안에 목표 달성도 가능해 보인다.

메타텍처는 목표한 모금액을 채울 경우 오는 12월부터 배송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온라인을 통한 주문 판매는 내년 1월부터 가능하다.

메타텍처가 애플 단말기에 올인한 건 아니다. 일단 단일 모델 사용자가 많은 애플 제품부터 시작하지만, 안드로이드 기기와 호환되는 제품도 실험적으로 만들어 놨다고 한다. 내년 말쯤에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서피스 태블릿으로 사용 가능한 에어VR 모델도 내놓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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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VR처럼 사용자의 머리에 별도 단말기를 직접 결합해서 사용하는 방식의 VR 기기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없지 않다.

일례로 IT미디어 더버지는 지난 17일 이를 소개하며 킥스타터 프로젝트 페이지에선 에어VR 헤드셋에 관해 언급되지 않은 점이 있는데 아이패드미니 또는 아이폰6플러스를 당신 얼굴에 직접 붙였을 때 사용자의 (현실 세계 시야를 차단하기 때문에) 이동성을 제한하게 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