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문인식 스마트카드 미루다 무역에 타격받을라"

최운호 유엔난민기구 CISO, 물류유통에 도입 촉구

일반입력 :2014/09/18 18:40

손경호 기자

지문인식과 공개키기반구조(PKI)를 조합한 스마트카드가 글로벌 무역 환경에 적용되는 것이 유력한 상황이다. 국내서도 관련 내용을 검토 중이나 아직은 준비가 미흡한 실정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스마트카드를 통한 인증 방식이 글로벌 무역환경에 본격적으로 도입되는 상황에서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경우 우리나라는 수출지연 등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최운호 유엔난민기구 최고정보보호책임자(CISO)는 물류유통의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는데 정작 열 손가락 지문정보 DB와 PKI(공인인증서) 기반을 갖추고 있는 우리나라가 가장 더디게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관세기구(WCO)는 안전하고, 빠른 국제무역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WCO 안전 프레임워크 표준(WCO SAFE Framwork of Standard)'을 수립했다.

핵심은 WCO가 제안하는 내부통제시스템을 갖추고, 재무건전성을 유지하면서, 안전관리 공인기준을 따르는 수출입 업체, 관세사, 화물운송업자 등에게 '종합인증 우수업체(AEO)'라는 인증 자격을 부여해 보다 빠르게 세관을 통과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2009년부터 AEO가 도입됐다.

최 CISO는 우리나라는 AEO 관련 규정 상 안전한 업계 종사자가 안전하게 컨테이너를 운송한다는 보장을 해줄 수 있는 수단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테러범이 몰래 컨테이너에 폭탄을 적재하는 일이 없도록 관련 업계 종사자에 대한 인증과 함께 컨테이너 자체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나 이를 위한 안전하면서도 간편한 방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 가장 유력한 수단으로 거론되고 있는 것이 바로 지문인식과 PKI를 조합한 스마트카드다. 먼저 업계 종사자의 지문정보를 PKI기술을 통해 암호화 한 뒤에 스마트카드에 저장한다. 그 뒤 이 카드를 컨테이너 내 별도로 장착된 단말기에 대는 것만으로 본인인증과 함께 세관에 필요한 정보들이 수출대상국 관세청에 자동으로 입력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안이다. 미국 지멘스는 이 방식을 이미 6년 전부터 만들어 WCO에 제안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중국은 지문인식+PKI 기술을 응용한 전자주민증을 발급하겠다고 밝히며 필요한 인프라 확보에 나섰다.

최 CISO에 따르면 미국 관세청은 9.11 테러 이후에 2002년부터 '컨테이너 시큐리티 이니셔티브(CSI)'를 도입해 자국 내 유입되는 컨테이너들에 위험이 없는지를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

AEO 인증을 받은 수출업체의 컨테이너라고 하더라도 CSI가 규정하는 컨테이너용 보안장비가 없으면 반드시 엑스레이를 통과해야만 한다. 하루에만 1만여개 이상 화물을 적재한 컨테이너를 수출하는 국내 업체들이 보다 빠르게 통과할 수 있는 수단을 마련하지 못하고, 줄을 선 채 검사를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이 과정을 간소화할 수 있는 것이 지문인식과 PKI 기술을 조합한 스마트카드를 도입하는 방식이라는 것이 최 CISO의 설명이다.

미국은 또한 자국 내에 유통되는 모든 화물 관련 업계 종사자들에게 운송업자용 스마트카드(TWIC) 발급을 의무화 하고 있다. 이 카드가 바로 지문인식과 PKI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반면 정작 지문정보DB, 공인인증서를 통해 구축한 PKI 기술을 갖춘 우리나라에서는 가장 느리게 대응하고 있다고 최 CISO는 지적했다. 그는 이미 IC칩이 부착돼 있는 신용카드에 이러한 기능을 붙여서 쓸 수 있는 방안을 관세청은 물론 정부, 금융권이 공동으로 협력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컨테이너 보안 관련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는 포스코ICT 정부은 부장은 미국의 경우 컨테이너와 관련 두 가지 보안장비가 필수라고 설명했다. 이중 하나는 컨테이너 이동경로를 추적할 수 있는 GPS 장치다. 나머지 하나는 컨테이너 바깥에 '전자공인장치(e-seal)'을 부착해 테러범 등이 컨테이너를 함부로 열지 못하도록 하는 장비다.

정 부장은 AEO에 따른다고 하더라도 스마트카드를 통해 전자공인장치를 열고 닫을 수 있게 하고, 이후에는 세관정보까지 바로 수출국 관세청에 전송할 수 있게 시스템을 구축한다면 지금보다 훨씬 빠르게 수출이 가능해 질 것이라고 밝혔다. 포스코ICT는 현재 관련 보안장비를 개발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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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관세청 관계자는 외국 수입신고 요령에 따라 필요한 전자적 정보를 이메일을 통해 수입국 시스템으로 전송하는 방법을 활용하고 있다며 국제적으로 RFID, 전자인증 등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컨테이너를 기준으로 1147만9천263 TEU(컨테이너 박스를 나타내는 단위, 1컨테이너=1TEU)를 수출했으며 올해도 804만4천20 TEU를 넘어섰다. 수출비중이 높은 우리나라가 글로벌 스탠다드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스마트카드를 전면적으로 검토하지 않는다면 또 다른 무역장벽에 부딪칠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