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MS·엔비디아 분쟁…애플과의 차이는

견제 차원이 아니어서 쉽게 풀릴 수도

일반입력 :2014/09/17 17:20    수정: 2014/09/17 17:58

이재운 기자

애플과 호된 '특허 전쟁'을 벌인 삼성전자가 또다시 큰 산을 잇따라 만났다. 미국에서 마이크로소프트(MS)와 엔비디아로부터도 특허침해 혐의로 피소된 것이다. MS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와 관련된 특허에 대해, 엔비디아는 삼성 엑시노스 및 퀄컴 스냅드래곤에 대해 각각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애플과의 분쟁은 스마트폰 분야에서 상대를 견제하려는 사생결단의 문제였다면 두 회사와의 분쟁은 견제보다 돈과 관련된 부분이 커 의외로 쉽게 풀릴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단말기 사업 진출한 MS, 크로스라이센싱 계속 하자는데...

먼저 지난달 초 미국 뉴욕 남부 지방법원에 소를 제기한 MS는 삼성전자가 안드로이드 특허 사용권 계약을 위반했다고 주장한다.삼성전자와 MS는 지난 2011년 MS에서 보유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특허에 대한 로열티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두 회사는 크로스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고, 계약에 따라 삼성은 안드로이드 휴대폰 판매 기기의 일부 비율로 MS에게 특허료를 지불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9월 MS가 노키아 단말기 사업부 인수를 발표하면서 삼성전자가 계약 이행을 거부했다. 기존에는 MS가 단말기를 직접 생산하지 않기 때문에 크로스라이선스 계약을 맺어도 상관 없었지만, 이제 직접 단말기를 생산하게 될 MS와 크로스라이선스를 유지할 경우 기술 유출로 인한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에서였다.

이에 대해 데이비드 하워드 MS 수석부사장(CVP)은 삼성은 노키아 인수를 계약 위반의 근거로 사용하기 시작했다며 기묘하게 삼성은 법정에 노키아 인수가 MS와 계약을 무효화하는지 묻지도 않았다고 비판했다.

GPU 특허 사용료 내놓으라는 엔비디아

이달 초 불거진 엔비디아와의 갈등에서는 다소 미묘한 구석이 있다. 삼성 엑시노스 프로세서가 대상이 된 것도 그렇지만, 퀄컴 스냅드래곤 시리즈까지 문제가 되면서 IM사업부에서 야심차게 준비한 갤럭시노트4와 갤럭시노트엣지 등에 대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미국 내 수입금지 신청까지 이뤄진 탓이다.엔비디아가 삼성전자와 퀄컴에 요구한 것 역시 특허사용료에 관한 부분이다. 엔비디아는 PC와 서버용 GPU 부문에서 지난 1993년 창업 이후 상당한 기간 동안 GPU 관련 기술력을 쌓으며 각종 특허를 취득하거나 사들였다. 현재 사용되는 GPU 코어 대부분은 이 특허들을 피해가기 어렵다.

특히 타일 기반 3D 렌더링 이미지를 만들어 제품 설계에 활용하는 063특허 ‘렌더링 파이프라인’은 삼성전자가 만드는 모든 모바일 기기에 적용된다는 것이 엔비디아의 주장이다.

소장을 들여다보면 보다 확실히 엔비디아가 주장하는 바를 알 수 있다. 퀄컴은 지난 2008년 AMD로부터 모바일용 GPU 부문을 인수해 아드레노 시리즈를 개발해 자사 칩셋에 적용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퀄컴 GPU 기술을 이용해 지난 2012년부터 엑시노스 프로세서에 탑재해왔다.

엔비디아는 바로 이 퀄컴 GPU에 자사 기술이 포함돼있는데 제대로 된 사용료를 지급하지 않고 있다고 소장에서 밝혔다. 따라서 퀄컴은 물론 이를 구매해 사용 중인 삼성도 피소 대상에 포함됐다.

나아가 엔비디아는 삼성과 퀄컴이 특허사용료 협상에 진지하게 임하지 않고 자리를 피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삼성의 경우 엔비디아의 특허가 자신들의 제품에 적용됐다는 사실을 제대로 인정하지 않아 소송을 제기할 수 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업계 등에 따르면 인텔과 AMD는 이미 엔비디아에 특허 사용료를 지불하고 있다. 인텔의 경우 지난해 말 법원에서 조정을 통해 15억달러의 사용료를 5년에 걸쳐 할부로 엔비디아에 지불하기로 했다.

ARM과 이매지네이션이 이번 소송 대상에서 빠진 이유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엔비디아가 우선 퀄컴과 삼성에 대한 소송에서 승소할 경우 다른 업체를 대상으로 소송을 확대하거나 사용료 협상을 유리하게 끌고 가려는 것이라는 관측을 내놨다.

이 같은 특허소송 피소에 대해 삼성전자는 MS와 엔비디아 모두 이후 별다른 움직임은 없었다며 소장을 면밀히 검토하고 대응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견제목적 아냐...의외로 쉽게 풀릴 수도

반면 삼성전자가 공세적인 입장에 있는 부분도 있다. 현재 애플과의 소송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해가고 있는 삼성전자는 샤오미의 해외 진출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중국 이외 지역에 등록한 특허가 거의 전무한 샤오미가 한국이나 미국 등에 진출할 경우 관련 대응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현재 국내 2천700여건, 미국 4천600여건 등 세계에 걸쳐 11만여건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또 구글, 시스코 등과는 크로스라이선스를 통한 특허 동맹을 맺고 분쟁 소지를 해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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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과의 다툼과 달리 의외로 쉽게 풀리 수도 있다. 애플은 삼성전자를 견제하기 위해 소송을 제기한 반면, MS와 엔비디아가 삼성전자를 견제하기보다는 일종의 경고 차원에서 소를 제기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관련 업계 관계자는 MS와 엔비디아 모두 견제보다는 '돈'과 관련된 부분이 크기 때문에 의외로 쉽게 풀릴 수도 있다면서도 끝까지 소송전으로 갈 경우 애플과 지금까지 그래온 것처럼 지리한 법정 공방이 이어질 수 있어 호락호락한 상황은 아니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