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윤석 벤큐 지사장 “삶의 질 높여야 진정한 기술”

일반입력 :2014/09/15 09:56    수정: 2014/09/15 10:18

봉성창

각 나라마다 자국을 대표하는 IT 전자 기업이 있다. 일본은 소니, 중국은 레노버, 우리나라는 삼성전자를 꼽을 수 있다. 미국은 워낙에 굵직한 기업이 많아 하나만 꼽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전체적인 파급력을 따지면 지금은 애플이다.

물론 모든 나라가 자국을 대표하는 IT 전자 기업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21세기 들어 IT 기술이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하면 이러한 기업을 가지고 있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축복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중국, 일본과 더불어 아시아 4대 강국으로 불리는 대만은 어떤 기업이 대표선수일까. 매출 규모로만 따지면 혼하이정밀공업이나 TSMC 등이 지목되지만 이들은 자체 브랜드가 없다. 그래서 가장 유력한 기업은 벤큐다.

벤큐는 아직까지 우리에게는 다소 낯선 기업이다. 주로 모니터와 프로젝터와 같은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실력파 기업이다. VA 패널로 유명한 세계 3대 패널 회사인 AUO를 자회사로 두고 있다. 나머지 두 회사는 당연히 삼성과 LG다. 벤큐 브랜드는 우리나라나 미국보다는 유럽에서 좀 더 잘 알려져 있다.

소윤석 벤큐 코리아 지사장은 모든 해외 IT 전자 기업의 한국 지사가 가진 고민을 똑같이 가지고 있다. 바로 국내 시장을 꽉 잡고 있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틈바구니 속에서 어떻게 매출을 확대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브랜드 인지도는 둘째 치고서라도 양판점, 대형마트, 백화점, 심지어 온라인까지 유통망을 장악하고 있는 국내 대기업들과 경쟁하는 것은 바위로 계란치기에 가깝다.

“시장상황, 브랜드 인지도 등 모든 것이 녹록치 않은 상황에서 믿을 구석은 제품 기술력 밖에 없습니다. 그들 보다 더 팔겠다는 것이 아니라 진실성을 가지고 차츰 차츰 소비자들한테 인정받겠다는거죠.”

벤큐 코리아가 올해 초 출시한 아이케어 모니터도 이러한 전략의 산물이다. 이 제품은 모니터에 발생하는 미세한 깜박임을 제거해 눈의 피로를 줄여주는 기능을 제공한다. 일부 전문가용 모니터를 제외하고 국내 판매되는 전 라인업에 이 기술을 적용시켰다. 벤큐 모니터는 확실히 눈이 덜 피로하다는 인식을 소비자들에게 심어주기 위해서다.

“실제로 제가 써봐도 눈이 편했습니다. 처음에는 다른 기업들도 이 기능을 무시했지만 결국 전부 따라왔거든요. 결국 눈 편한 모니터 시장을 개척하게 된거죠.”

또 다른 틈새를 발견한 것이 바로 게이밍 모니터 시장이다. 게이밍 마우스나 키보드는 그간 많이 선보였지만, 아무래도 모니터는 생소하다. 보통 게임 그래픽을 최대한 즐기기 위해서는 해상도가 높고 화면이 크고 색감이 좋으면 그만이다. 그러나 벤큐는 프로게이머 수준의 요구를 만족해야 한다고 믿었다. 그래야 일반 게이머들도 따라 올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과거 스타크래프트가 e스포츠로 막 인정받기 시작한 2천년 초반에는 프로게이머 사이에서 LCD 모니터보다 브라운관 모니터에 대한 선호도가 대단히 높았다. 그 이유는 바로 응답속도 때문이다. 눈으로 구별하기 조차 어려운 수준의 미세한 차이지만 예민한 프로게이머들은 승패에 영향을 미친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LCD 모니터로는 응답속도를 브라운관 모니터 수준으로 높이기에는 기술적으로 한계가 있다.

소 지사장은 이를 모션블러 리덕션 기능으로 해결했다고 설명했다. 움직임에서 오는 잔상을 줄여 실제로 게이머들이 느끼는 응답속도 지연을 최소화 하는 것이다. 또한 주사율을 획기적으로 높이고 프리셋 기능을 넣어 프로게이머들이 보는 그대로를 일반 사용자들이 느낄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이다. 게이머들을 위한 PC 장비 시장은 대표적인 틈새 시장이다.

“삼성전자도 외국에 나가면 니치마켓(틈새시장)을 찾습니다. 그만큼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기 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고 결코 쉬운일도 아닙니다.”

삼성전자 출신의 그가 지사장을 맡으며 가장 노력한 부분도 다름 아닌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신뢰다. 모니터와 함께 벤큐의 대표적인 제품 카테고리인 프로젝터에서도 보증 기간을 2년으로 늘렸다. 해외에서는 나름 프리미엄 제품군에 속하는 벤큐 브랜드지만 국내서는 고집을 꺾고 가격도 낮췄다. 일단 벤큐 브랜드를 알아보는 마니아를 중심으로 외연을 넓혀가는 작업이 착착 진행중이다.

“한국은 다른 기업과 마찬가지로 벤큐에게도 매우 중요한 시장입니다. 27인치나 32인치 크기의 모니터가 이렇게 많이 팔린 나라는 아직도 찾아보길 힘들죠. 그만큼 한국 소비자들이 더 나은 제품에 대해 받아들이는 속도가 빠르다는 이야기죠.”

관련기사

소 지사장은 벤큐의 저력이 유연한 사고방식에서 나온다고 강조했다. 사람이 보다 효율적으로 건강하게 일을 할 수 있는 인간 중심의 제품군으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패널을 바꿀 수 있어도 사람의 눈은 바꿀 수 없지요. 벤큐도 세계적인 흐름에 맞춰 헬스케어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준비를 진행중입니다. 그러나 접근 방식은 또 다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국적을 넘어 우리 삶의 질을 올려줄 수 있는가가 바로 벤큐의 유일한 관심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