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 애플과의 협력은 손해보는 장사인가?

일반입력 :2014/09/11 10:04    수정: 2014/09/11 10:25

애플과 IBM이 지난 7월 기업 모바일 시장에서 힘을 합친다는 계획을 내놨다. 아이폰과 아이패드 공급 관점에서 기업 시장에 대한 접근성이 확 늘어날 게 분명해진 애플에 비해, 소프트웨어(SW)와 영업인력을 지원하는 IBM이 챙길 수 있는 이익은 불투명하다는 지적에 IBM의 고위 임원이 직접 해명하는 듯한 발언을 내놔 주목된다.

당시 IBM은 애플에게 10만여명의 현장 컨설턴트를 동원해 애플 제품을 팔아주고 금융, 통신, 의료 등 업종별 소프트웨어(SW)를 포함한 기업용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을 iOS 기기용으로 만들어주기로 했다.

이 덕분에 애플은 큰 부담 없이 IBM의 막대한 기업 고객에 접근할 수 있게 됐지만, 정작 IBM에게 파트너로써 무슨 역할을 해 줄지 불분명했다. 양사 협력 소식에 IBM이 '밑졌다'는 지적이 불거진 이유였다.

실제로 이날 애플은 IBM의 도움으로 자사 영향력이 약했던 기업용 모바일 기기 시장에서 입지를 확실히 키울 수 있으리란 기대를 내비쳤다. 당시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IBM과의 협력을 통해 애플에게 거대한 시장 기회가 열렸다고 강조했다.

반면 실적 부진을 겪어 온 IBM 입장에서 애플과의 제휴가 어떤 사업적 이득을 가져다줄지는 불분명했다. 버지니아 로메티 IBM CEO는 사람들이 일하는 방식과 산업이 운영되고 기업들이 성과를 내는 방식을 바꾸겠다는 원론적 비전만 제시했다.

물론 IBM이 애플을 상대로 대놓고 손해 보는 파트너십을 받아들였을리 없다. 다만 협력의 세부 내용이 공개되지 않아, 실적 부진을 겪어 온 IBM이 어떤 몫을 챙길 수 있을지를 놓고 시장의 의문이 증폭됐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지디넷과 테크리퍼블릭의 조인트벤처 '테크프로리서치'에 따르면 최근 글렌 핀치 IBM 글로벌테크놀러지서비스(GBS) 기술 및 데이터 담당 부사장이 IBM과 애플간의 모바일 파트너십을 둘러싼 의문에 몇가지 답변을 제시했다.

우선 양사 협력을 통해 애플이 당장 막대한 기업용 아이폰과 아이패드 제품 시장을 거저 얻는 건 아니라는 언급이 나왔다. 핀치 부사장은 기업 사용자들은 이미 집에서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사용하고 있다며 파트너십이 보장하는 것은 기존의 (꾸준한) 제품 수요 곡선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기업 사용자들은 애플과 그 앱을 신뢰하고 이미 익숙한 단말기와 그 앱을 통해 일하는 방식을 직관적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IBM이 iOS용 앱 개발시 자사 고객의 요구에 대응하는 걸 핵심으로 삼아 자체 모바일용 SW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얘기로 풀이된다.

또 IBM과의 협력에 따라 애플은 '기업용 애플케어' 서비스를 공급케 된다. 기업용 iOS 기기 사용자들은 IBM으로부터 앱 등 SW부문의 지원을 받고, 애플로부터 하드웨어(HW) 지원을 받는 것이다. IBM에겐 기업용 SW부문 지원이 일상이지만, 애플이 기업용 HW를 지원하기 위해 들여야 할 부담은 작지 않을 듯하다.

핀치 부사장은 애플은 기업구매(procurement) 부문에서 이미 기업시장 대응조직(enterprise group)을 갖추고 있고 IBM은 그 영역에 관여치 않을 거지만, 우리는 애플이 부침을 겪어 온 일상적인 대고객 영업 인력을 보유했다며 두 회사는 서로의 발을 걸고 넘어지지 않도록 (각자 영역을) 명확히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요약하면 애플은 IBM과의 협력으로 기존에 전혀 발을 못 붙였던 기업용 단말기 시장을 거저 먹는 게 아니라, 장기적인 모바일 제품 공급 루트를 확보했다는 게 정확한 표현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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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M도 단순히 아이폰 영업에 자사 인력 10만명을 동원하려는 게 아니라 모바일 SW와 업무 최적화를 원하는 기업 고객에 밀착 대응해 경쟁 SW업체들보다 앞서 나가려는 의지를 실현 중이라고 볼 수 있다.

양사 협력에 따라 기업 시장을 겨냥한 iOS용 모바일 앱이 처음 등장하는 시기는 올가을로 예고됐다. 100개에 달할 전체 결과물이 내년까지 계속 나올 예정이다. 애플이 IBM을 위해 제공하려는 기업용 애플케어 서비스는 연말께 나올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