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해진 애플…신비가 사라졌다

숱한 루머 속에도 숨겨왔던 '한 방' 없어져

일반입력 :2014/09/10 16:38    수정: 2014/09/11 08:24

이재운 기자

9일(현지시간) 애플의 키노트 행사를 보던 이들이 실망했다는 평가를 쏟아냈다. 지금까지 애플의 신제품에 열광하던 이들은 어디로 갔을까. 애플은 어느새 지루해졌고, 결국 스티브 잡스의 빈자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한국 시간으로 새벽 2시부터 시작된 이 행사는 초반 애플 홈페이지 스트리밍 중계가 끊기면서 원활하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 게다가 행사 초반 중국어 동시통역 소리가 너무 큰 탓에 중국어권 거주자가 아닌 이들은 영어 발표 내용에 집중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온라인에 제기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다른 데 있었다. 아이폰6에 대한 각종 루머가 대부분 사실로 드러나면서 사람들은 흥미를 잃었다. 그간 아이폰에 대한 다양한 루머는 공개를 앞두고 모든 매체의 주요 면을 뒤덮었고 실제 공개된 제품은 루머와는 다른 또 다른 제품이 있었다. 그것이 스티브 잡스가 진행하는 키노트의 매력이었다.잡스가 죽은 이후 팀 쿡이 주관한 키노트는 어땠을까. 점점 루머는 당연한 사실로 받아 들여졌다. 아이폰5가 4인치 화면으로 커지는 점은 물론, 아이폰5s에 지문인식 기능이 도입되고 아이폰5c라는 중가형 제품이 등장하는 것도 이미 루머로 구체화된 이후였다.

아이폰6에 와서는 이러한 현상이 더욱 강해졌다. 9월 공개를 석 달 앞두고 이미 6월 대만에서 열린 컴퓨텍스2014에는 4.7인치 아이폰6용 케이스가 여럿 등장해버렸다. 5.5인치 제품이 4.7인치 제품보다 더 높은 해상도로 선보일 것이라는 루머도 선명하게 등장했고 결국 사실로 판명됐다. 제품 공개 행사가 김 빠진 채 의미를 잃어버린 것이다.

애플의 키노트가 매력을 잃은 것은 단지 루머가 사실로 드러난 점에서 그치지 않는다. 애플워치에 대한 실망감은 ‘제품 자체에 대한 불만족과 의구심’에서 비롯된다.

아이폰6와 아이폰6플러스에 대해서는 그나마 의견이 엇갈리는 수준이다. 카메라가 툭 튀어나온 디자인에 대해서만큼은 대다수가 합심해서 비판하고 있지만 최악은 면했다는 평가도 간간히 섞여 나온다.

하지만 애플워치에 대해서 만큼은 양상이 다르다. 옹호하는 의견을 찾아보기 어렵다. 혹평 일색 속에 ‘후발주자로서 무리하게 뛰어든 티가 너무 난다’는 반응이 우세하다. 심지어 ‘손목 위에 건빵(sang****)’이라는 혹평까지 등장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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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업계 관계자는 이에 대해 “팀 쿡 체제 하에서 애플의 디자인 경쟁력이 망가진 증거”라는 의견을 제시한다. 스티브 잡스가 견고하게 유지하고 있던 조직 내 균형이 무너지며 그저 시장의 흐름을 따라가는 팔로워가 됐다는 것이다. 잡스가 보여줬던 독특한 개성은 사라진 채 경쟁사가 개척한 흐름을 따라가기에도 바쁘다는 의미다.

때마침 안드로이드 진영에서는 아이폰6가 자신들이 2년 전에 선보였던 넥서스4와 비슷한 수준의 성능을 제공한다며 비꼬기에 나섰다. 애플은 당시 누구나 한 마디씩 꺼냈던 바로 그 말처럼 ‘스티브 잡스의 사망과 함께 자신의 색을 잃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