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만든 공유기 '유·무선 속도 최상급'

에이수스 RT-AC68U 리뷰

일반입력 :2014/08/26 11:00    수정: 2014/08/26 11:07

권봉석

에이수스 RT-AC68U(이하 AC68U)는 기가비트 이더넷과 2.4GHz·5GHz 규격을 모두 지원하는 하이엔드 유무선 공유기다. 와이파이 표준은 802.11a/b/g/n/ac 등 현재까지 나온 거의 모든 규격을 지원한다. 유선 LAN은 외부·내부 네트워크 모두 기가비트 이더넷을 지원한다. 프린터나 USB 저장장치를 연결할 수 있는 USB 2.0/3.0 단자도 각각 하나씩 달았다.

부가 기능은 외부에서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있는 Ai 클라우드, USB 저장장치를 연결해 간이 NAS(네트워크 저장장치)로 쓸 수 있는 저장장치 공유, 비트토렌트 등 파일을 정해진 시간에 자동으로 받아주는 다운로드 마스터, VPN(가상사설망) 등이다. 와이파이 호환성을 검증하는 기구인 와이파이 얼라이언스 검증도 통과했다(WFA19421). 가격은 28만원 선.

열 배출 고려한 디자인

소셜커머스에서 만 원도 안되는 값에 팔리는 유무선 공유기를 열어 보면 칩셋에 열을 내보내는 방열판조차 안 달린 경우가 흔하다. 이런 공유기를 반 년 이상 쓰다 보면 접속이 뚝뚝 끊기거나 인터넷 접속이 느려지고 수시로 재부팅되기도 한다. 공유기 안에서 발생하는 열이 제대로 빠져나가지 못하거나 온도가 높은 곳에서 오래 시달릴 경우 자주 일어나는 현상이다. 여기에 제품 값을 맞추려고 저가 칩을 썼다면 2년도 채 되지 않아 망가질 가능성도 높다.

AC68U는 열을 내는 칩 위에 방열재와 방열판을 붙이고 기판을 가로가 아닌 세로로 세워서 달았다. 제품을 분해해 열어보면 내부 공간에도 상당히 여유가 있고 통풍구도 넉넉하게 달아 과열때문에 문제가 생길 확률은 낮다. 다만 이렇게 만들다 보니 벽에 걸거나 눕혀놓을 수는 없다. 작동 상태를 보여 주는 LED는 전면에 달았고 야간 등 불빛이 거슬릴 때는 스위치로 LED를 아예 꺼버릴 수 있다.

안테나는 총 세 개를 달았고 802.11ac 규격으로 작동하면 한 안테나당 최대 433Mbps를 쓸 수 있다. 세 안테나를 모두 활용하면 이론상 최대 속도는 1.3Gbps까지 높아진다. 하지만 전파를 수신하는 기기에 안테나가 두 개만 달려 있다면 이론상 속도는 867Mbps까지 떨어진다. 안테나를 한 개만 내장한 스마트폰에서는 당연히 최대 433Mbps까지밖에 쓸 수 없다. 물론 이것은 어디까지나 이론상 속도이며 실제 측정 속도는 이에 못미친다.

제 성능 내려면 802.11ac 규격이 필수

저가 공유기는 처리 성능이 떨어지는 칩을 써서 비트토렌트나 그리드 다운로드, 게임 클라이언트 다운로드 등 부하가 많이 걸리는 작업을 수행하면 급격히 속도가 떨어진다. AC68U는 기가비트 이더넷과 펌웨어를 돌리는데 브로드컴 BCM4708(1GHz, 코텍스 A9 듀얼코어)을, 통신칩은 802.11ac를 지원하는 브로드컴 BCM4360을 썼다. BCM4360은 애플 에어포트 타임캡슐 등 유명 업체에서 자주 쓰는 칩이기도 하다. 메모리 용량도 256MB로 보급형 공유기(32~64MB)보다 훨씬 넉넉하다.

외부 인터넷 접속을 끊은 상태에서 맥프로(2013)와 맥미니(2012)를 기가비트 이더넷으로 연결한 뒤 네트워크 성능측정 프로그램 ‘헬리오스 LAN 테스트’로 파일 읽기·쓰기 속도를 확인한 결과는 읽기/쓰기 모두 72MB/s를 넘어선다. 2.5인치 USB 외장 HDD 평균 속도인 100MB/s보다는 느리지만 비트 단위로 환산하면 570Mbps 이상이다. 100Mbps LAN으로 연결하면 10% 수준인 10.1MB/s 수준에 그친다.

같은 조건에서 맥프로는 기가비트 이더넷으로, 맥북에어(2013)는 802.11ac(5GHz)로 연결하고 무선 전송 속도를 확인했다. 가장 수신률이 좋은 1미터 지점에서 쓰기는 179.2Mbps, 읽기는 240Mbps다. 거리가 멀어질 수록 속도가 조금씩 줄어들지만 감소폭은 크지 않다. 15미터를 지난 시점에서 속도가 급격히 떨어지지만 100Mbps LAN 이상 속도를 낸다.

반면 수많은 유무선공유기로 포화상태가 된 802.11n(2.4GHz) 상태에서 측정한 결과는 매우 처참하다. AC68U와 1~3미터 떨어진 거리에서는 제법 속도가 나왔지만 10미터 지점부터는 예전 규격인 802.11g 실제 속도에 겨우 턱걸이를 하는 수준이다. 바꿔 말하자면 802.11n으로 접속하면 AC68U의 제 성능을 절대 끌어낼 수 없다.

프린터 공유·USB 저장장치 공유 기능 ‘강력’

유무선 공유기 중 고급형 제품 중에는 USB 플래시 메모리나 외장 HDD처럼 저장장치를 연결할 수 있는 제품이 여럿 있다. AC68U는 USB 2.0 단자와 USB 3.0 단자를 하나씩 달았는데 USB 2.0 단자는 네트워크 기능이 없는 USB 프린터를 공유해 쓸 때 유용하다.

HDD 등 저장장치는 전송 속도가 빠른 USB 3.0 단자에 꽂아 속도를 늘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내장된 FTP 서버를 가동하고 외부 접속을 도와주는 다이나믹DNS 서비스를 이용하면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간이 웹하드처럼 쓸 수 있다. 다만 리눅스/유닉스 특유의 권한 설정에 익숙하지 않다고 해서 전체 사용 가능으로 설정할 경우 보안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보안 문제에 자신이 없다면 에이수스 모바일 앱인 Ai클라우드(AiCloud)로 연동하는 것이 가장 편리하다.

결론 : 광대역 LTE-A 시대에 공유기는 싼 것만 팔리는 아이러니

국내 유무선 공유기 시장에서는 하나같이 싸게 쓸 수 있는 제품만 잘 팔린다. 처음 구입했을 때는 그럭저럭 쓸만 했지만 1년 반에서 2년만 지나면 갑자기 속도가 느려지고 알 수 없는 오류를 일으킨다. 생산 원가만 따지다 보니 저가 칩셋에 적당한 용량의 메모리를 달아 P2P 프로그램을 실행하면 속도가 급격히 떨어지는 제품도 부지기수다. 호환성을 보증하는 최소한의 규격인 와이파이 얼라이언스 인증을 거치지 않은 제품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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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T-68ACU가 올 초 인터넷 직구 바람을 타게 된 것은 그만큼 국내 유무선 공유기 시장이 저품질·저가 위주로 지나치게 왜곡돼 있었다는 것을 말해준다. 싼 맛에 살 제품은 많았지만 고급 사용자가 원하는 간이 네트워크 저장장치, 프린트 서버, FTP 서버 기능을 갖추고 제 속도를 낼 수 있는 제품은 없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단순히 가격만 놓고 보면 보급형 제품의 열 배에 가깝지만 내용물은 그만큼 충실하다.

물론 외산제품인만큼 한국 환경에 대한 배려가 아직 부족하다. 내부 설정 기능에서 IPTV 관련 항목은 홍콩이나 싱가포르 관련 서비스만 사전등록되어 있고 한글화를 놓친 부분도 눈에 띈다. 유선 LAN이나 와이파이로 접속된 PC나 스마트 기기가 어떤 규격으로 연결되었는지 확인할 수 있는 화면도 없다. 하지만 NAS를 꾸리고 유선·무선 모두 안정적인 속도로 쓸 수 있는 공유기를 찾는다면 이 제품은 최선의 선택지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