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 스마트폰 업체의 괴력이 주는 메시지

전문가 칼럼입력 :2014/08/13 17:53    수정: 2014/08/13 18:03

김승열
김승열

시장조사기관 카날리스 보고서에 의하면 2014년 2분기에 샤오미는 중국에서만 1천488만대(출하량 기준)의 스마트폰을 판매하였다. 시장 점유율은 14%로 12%를 차지한 삼성전자를 제치고 1위에 등극했다. 전분기만 해도 샤오미 점유율은 10.7%로 삼성전자(18.3%)에 한참 뒤져 있었는데 불과 한 분기만에 역전한 것이다. 조사기관마다 발표 순위에 조금씩 차이가 있긴 하지만 중국에서 샤오미에게 삼성전자가 위협을 받고 있는 것만큼은 사실이다.

그런데, 이렇게 로컬 벤더들이 자국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것은 ‘샤오미’만은 아니다. 중국 시장의 경우, 2014년 1분기에 레노버나 화웨이 같은 로컬 벤더들의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이미 78% 수준이었다. 12억 인구라고 불리우는 인도 시장도 상황은 비슷하다. 로컬 벤더인 마이크로맥스(Micromax)의 성장이 두드러진다. 2분기 출하량 기준으로 전세계 휴대폰 순위 10위, 스마트폰 14위를 기록하고 있다. 자국내 시장점유율로는 스마트폰에서는 삼성에 이어 2위를 차지했고 피처폰을 포함한 전체 휴대폰 출하량으로는 16.5%를 차지하며 삼성(14.4%)을 이미 넘어선 상태이다.

신흥 시장의 대명사인 ‘아프리카’도 마찬가지이다. 튀니지의 에버텍(Evertek), 콩고의 VMK, 나이지리아의 프리리스모바일(Pliris Mobile), 나이지리아의 SOLO, 장비아의 M-테크 등 로컬 벤더들이 서서히 자국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왜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며 스마트폰 시장에게 주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몇가지 항목들을 공유해 보고자 한다.

첫째, 스마트폰 제조 기술의 상향 평준화가 이루어졌으며 진입장벽이 사라지고 있다. 이는 안드로이드가 무료로 배포되고 안드로이드오픈소스프로젝트(AOSP)를 완전히 공개했을 때부터 충분히 예견이 가능한 사실이었다. 샤오미는 2010년 설립된 기업이며, 마이크로맥스도 본격적으로 휴대폰 제조업을 시작한 것은 2010년부터다. 최근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중국의 원플러스는 2013년 12월에 설립된 신생기업이다. 예전에는 통신사들의 QA 벽을 넘고 유통을 하기 위해서는 휴대폰 제조 분야에서 오랜 노하우가 필요했다.

삼성전자가 지금까지 승승장구 했고 낮은 시장점유율에도 불구하고 통신사들이 LG전자를 찾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하지만, 상황은 변했다. 안드로이드가 오랜 기간 시장에서 안정성을 자체적으로 흡수하면서 자연스럽게 ‘제조 기술의 노하우’라는 의미는 예전과는 달라졌다. 2009년까지만 해도 전자 제품 구매 시 중국 소비자의 85%는 글로벌 기업 제품을 선호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바로 품질 때문이다. 자국 기업의 제품을 구입하면 1년도 못되어 고장이 난다는 것이다. 하지만, 더 이상 스마트폰은 이러한 공식이 통하지 않는 영역이 된 것이다.

둘째, 스마트폰을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이다. 대형 벤더들에게 스마트폰은 여전히 하드웨어이며 기기 판매는 수익모델의 전부이다. 하지만, 새롭게 등장한 벤더들은 스마트폰을 '서비스를 전달하는 도구'로 정의하고 있다. 사실, 신흥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항목은 가격경쟁력이다. 중국과 인도의 벤더들이 저가로 스마트폰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넓은 시장 규모를 기반으로 자국 부품을 안정적으로 공급받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가격경쟁력의 핵심은 플랫폼을 지향하는 그들의 사업 모델에서 완성된다. 저렴한 부품과 더불어 마진율을 대폭 낮추어 판매하니 기존 벤더들로서는 상대하기가 벅차다. 샤오미는 마진율이 10%정도로 알려져 있다. 올해 1분기의 삼성전자 마진율이 19.8%인 것을 감안하면 절반 정도 수준에 불과하다. 판매한 스마트폰에는 자체 콘텐츠 판매 스토어가 포함되어 있고 낮은 마진율을 콘텐츠 판매 수익으로 보전하는 것이다.

실제로 샤오미는 작년에 자사 서비스 플랫폼을 통해 1.6억달러의 매출을 만들어 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마이크로맥스는 인도의 SNS서비스인 하이크(Hike)를 비롯해 자사가 만든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탑재하여 판매하고 있다. 나이지리아의 SOLO는 음악 서비스를 내장하여 추가 수익을 발생한다. 하드웨어 판매가 모든 것을 우선하는 기존 제조사들과는 확연히 다른 접근이다. 문화적인 특성이 반영되는 콘텐츠 사업에서 로컬 사업자가 유리한 것은 당연한 것이다.

셋째, 신흥시장에서도 브랜드 가치가 중요해지고 있다. 신흥시장에 대한 잘못된 선입견 중에 하나가 ‘가격이 저렴해야 성공한다’이다. 중국 시장에서 샤오미가 1위를 차지하자 국내 제조사들이 하나같이 ‘중저가 시장에 집중하겠다’는 대응 전략을 내놨다.  여전히 신흥시장을 짝퉁과 싸구려 제품으로 가득차 있는 시장으로 보기 때문인데 매우 위험한 시각이다. 가격이 중요한 요소임에는 분명하나 이 또한 점점 바뀌고 있다. 실제로 하이엔드의 대명사인 애플의 아이폰은 이번 2분기 중국 판매량이 58%나 증가하였다.

가격이 전부가 아니라는 이야기이다. 바꾸어 말하자면 자국 벤더들의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셈이다. 여전히 3G 위주인 신흥시장에서 LTE 폰을 중심으로 플래그쉽을 판매하는 기존 제조사들의 브랜드 이미지는 점점 나빠지고 있다. 반면에 로컬 벤더들은 현지 사용자들의 니즈에 맞는 제품 스펙과 차별화된 마케팅으로 브랜드 인지도를 확보하고 있다. 제한된 시간에 온라인으로만 제품을 판매하는 샤오미의 세련된 마케팅 기법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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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시장의 스마트폰 판매량은 이미 포화에 이르고 있다. 교체 수요를 제외하고는 당분간 신규 판매량이 폭발적으로 많아지기는 힘들다. 결국, 제조사로서는 중국, 인도, 아프리카로 대변되는 신흥 시장을 장악하지 못하면 매출이 감소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신흥 시장의 도전은 단순한 시장 개척이 아닌 생존이 걸려있을 만큼 중요한 것이다.

하지만, 스마트폰은 더 이상 ‘제조 기술의 차별화’가 통하지 않는 시장이 되어버렸다. 신흥 시장에 대한 선입견을 버리고 ‘스마트폰’에 대한 정의를 새롭게 하지 못한다면 기존 강자들은 서서히 몰락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노키아와 모토로라의 몰락이 순식간에 이루어 졌다는 것을 지금의 사업자들은 결코 잊어서는 안된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승열 IT컬럼니스트

모바일왕국을 꿈꾸는 변방의 블로거로서 모바일 게임, 서비스, 브라우저, 스마트폰 플랫폼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업무를 수행해 왔다. 현재는 국내 대기업에서 신규 모바일 서비스 전략과 기획을 담당하고 있으며 플랫폼 전문가 그룹(PAG)의 Board Member 이기도 하다. 개인 블로그는 http://www.mobizen.pe.kr이며, 트위터는 @mobizenpekr로 세상과 소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