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안전보다 공유경제가 우선?

기자수첩입력 :2014/08/12 10:05    수정: 2014/08/14 11:28

모바일 기반 주문형 개인기사 서비스 ‘우버’에 대한 찬반 논란이 뜨겁다.

한쪽에서는 ‘창조경제’, ‘공유경제’라는 이름으로 우버를 혁신적인 서비스로 치켜세우는가 하면, 다른 일각에서는 법을 위반하고 법망을 교묘히 빠져나간 ‘불법’으로 규정한다.

일단 기자는 우버와 같은 주문형 개인기사 서비스 자체는 환영한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무책임한 운영 방식은 반대한다. 시민들의 안전이 담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기술과 혁신이 우선될 수 없다는 생각이다.

바가지요금과 승차 거부를 경험한 사람들이라면 고급 세단에 친절한 서비스로 무장한 우버를 반길 수밖에 없다. 가격은 다소 비싸지만 그 만큼 프리미엄 혜택을 받을 수 있어서다. 그 동안 ‘짐짝’ 취급 받던 택시 승객들이 비싸도 우버를 찾는 이유다.

하지만 우버의 화려한 이면에는 검은 그림자가 짙다. 우버 서비스야 하나의 혁신적인 기술로 만들어진 중개 플랫폼으로 법망을 피해갈 수 있겠지만, 우버와 계약된 렌터카 및 리무진 업체들은 사정이 다르다. 이들의 영업 행태가 불법이기 때문이다.

우버 측은 인허가 된 렌터카 및 리무진 업체들과 계약 관계를 맺고 서비스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때문에 차량관리부터 기사들의 신분이 철저히 보장되고, 사고 발생 시 보험금 지급도 받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계약 업체 명단은 안으로 감춘다. 영업비밀로 보기 힘든 계약 업체 명단을 숨기는 이유가 뭘까.

취재 과정에서 우버 기사들 중 상당수가 렌터카 업체로부터 차량을 임대하거나 매입해 운영한다는 제보를 받았다. 겉으로는 렌터카 또는 리무진 업체에 소속된 기사들이 영업을 하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개인이 하는 대리운전에 불과하단 얘기다.

이런 차량들을 ‘지입차’라고 부르는데, 제보자 증언에 따르면 이들은 해당 렌터카 업체에 사납금을 주는 조건으로 차량을 구입하거나 임대한다. 평일 낮 시간에는 호텔에서 외국인을 상대로 한 기사포함 렌터카 업무를, 야간에는 우버와 같은 콜택시 영업으로 높은 금액의 사납금을 충당한다고.

결국 우버 측이 아무리 정상적으로 인허가된 렌터카 또는 리무진 업체들과 계약을 맺었다 하더라도, 해당 업체들의 영업 방식이 정상적이지 못하다는 데 문제의 본질이 숨어 있다. 지입차 운행을 조건으로 사고 발생 시 모든 책임을 기사 본인이 떠안겠다는 계약서까지 쓴다고 하니 실제 사고가 나면 우버 운전기사가 어떻게 돌변할지 아무도 모른다.

정상적으로 고용된 렌터카·리무진 기사들이 우버 영업을 한다고 해서 아예 문제가 없는 것도 아니다. 이 역시 불법이어서 보험금 지급이 어렵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시행령 18조(운전자 알선이 가능한 임차인의 범위)에 따르면 우버 승객은 반드시 외국인·장애인·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6개월 이상 장기 임차법인 중 하나여야 한다. 아무나 태울 수도 탈 수도 없다는 뜻이다.

이를 어기는 영업은 자동차보험약관에 따라 보험금 지급 면책 사유에 해당한다. 보험사가 바보가 아닌 바에야 보험금을 지불할리 없다.

지금까지 ‘우버 불법 논란’은 혁신적인 기술과 시대에 뒤쳐진 법 간의 격차로 여겨져 왔다. 법이 기술 발전 속도를 따라잡지 못해 생기는 문제로만 치부돼 왔다. 이 대목에서 우버 측은 공유경제·창조경제를 내세우며 서울시의 주장을 ‘낡은 것’으로 폄하하고, 공유경제를 강조한 박원순 시장의 철학과도 비교했다.

하지만 우버 논란의 핵심은 우버가 아닌 우버와 손잡고 영업하는 렌터카 및 리무진 업체들에게 있다. 겉은 공유경제고 창조경제 같아 보이는데, 안을 들여다보면 생계를 위한 비겁한 편법이 잔뜩 숨어있다. 우버도 이를 모른다고 하기 힘들어 보인다.

창조경제, 공유경제보다 중요한 게 있다. 세월호 참사 등을 통해 교훈을 얻었듯 시민들의 소중한 생명과 안전이 최우선 돼야 한다. 여론과 시민들의 편의도 중요하지만, 그럼에도 국가는 이들의 안전을 먼저 챙길 의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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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버 역시 같은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많은 승객들이 우버의 프리미엄 서비스에 만족감을 보여도, 시민들의 억울한 피해가 우려된다면 안전 대책 마련이 먼저란 뜻이다. 그 다음 공유경제와 창조경제를 논해도 늦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