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워치, IT보다 시계에 대한 고민이 먼저다

전문가 칼럼입력 :2014/08/11 09:10

문재승 GS홈쇼핑 UX 담당 treelove082@gmail.com

요즘 웨어러블 컴퓨팅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기기는 스마트워치다. 삼성전자, LG전자, 소니, 모토로라 등이 스마트워치 제품을 선보였다. 애플판 스마트워치 시나리오도 기정사실처럼 돌아다니는 상황이다. 애플은 스위치 명품시계 회사인 태그호이어에서 임원급 인사를 영입하기도 했다.

스마트워치 시장은 공급자 측면에서 움직임이 활발하지만 소비자 측면에선 상대적으로 조용하다. 일부 업체들은 스마트워치를 갖고 TV광고까지 했지만, 아직 주면에서 스마트워치를 차고 다니는 이들은 드물다. 있는 사람들도 스마트하게 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도 시계를 중심으로한 웨어러블 기기 시장은 당분간은 조용해질 것 같지 않다.

시계는 사람들이 자주 쓰는 소비재중 하나다. 소비재는 기능이나 성능적인 측면이 중요시되는 제품들이 있는 반면 브랜드나 이미지 혹은 디자인이 먹히는 제품들도 있다.

스마트폰의 경우 기능이나 성능적 중요하지만 명품으로 불리는 제품들은 기능이나 성능보다는 브랜드나 이미지 혹은 디자인이 훨씬 더 큰 호소력을 발휘한다. 같은 제품군안에서도 차이는 있다.

예를 들어 같은 신발이라 해도 운동화나 러닝화는 성능이나 기능이 중요하지만 구두에선 얘기가 달라진다. 광고만 봐도 구두 제품군의 경우 제품 역사와 브랜드가 가진 의미(Heritage)와 같은 측면을 중요하게 노출한다. 러닝화는 얼마나 가볍고 방수가 잘되며 충격을 잘 흡수하는지 등에 주로 초점이 맞춰져 있다.

시계는 어떨까? 보통 잡지 등에서 보아온 시계 제품군은 성능과 기능보다는 브랜드와 이미지 혹은 디자인과 같은 요소가 통하는 편이다. 고가 오토매틱 시계에서도 퍼페츄얼 캘린더, 크로노그래프 등의 기능을 마케팅 포인트로 소구하는 경우도 있지만 시계 광고는 대부분 브랜드가 가진 역사를 강조할 때가 많다.

시계도 성능 관련 마케팅을 하기도 하는데 스포츠 행사의 협찬이 여기에 해당한다. 예를 들어 올림픽은 오메가(Omega), 월드컵은 위블로(Hublot)가 타임키퍼(Time Keeper)역할을 하고 있다. 사실 오메가나 위블로 제품들은 대부분은 오토매틱 방식의 시계다.

정확성에 있어서는 오토매틱 보다 쿼츠 방식의 시계가 보다 정확하기 마련이다. 결국 단순히 맞는 시간을 보여주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브랜드가 가지는 신뢰는 아무나 줄 수 없는 법이기에 명품 브랜드들이 타임키퍼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결국 시계는 정확성과 같은 기능적 측면보다 브랜드라는 감성적인 측면이 크게 작용하는 시장인 셈이다.

이에 대해 위블로의 CEO 장 클로드 비버는 “시간을 보려고 6천파운드(약 1천만원)가 넘는 시계를 사는 사람은 없다”고 얘기한 바 있다. 지불비용의 가치는 브랜드를 향해 있는 것이다. 시계는 다른 일반 명품들과 달리 시계만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브랜드들이 대부분이다. 단순히 사람들이 좋아하는 유명브랜드를 기반으로 시계를 만든다고 해서 사람들의 구매욕을 자극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앞으로 웨어러블 기기 시장이 어떻게 변해갈지 모르겠지만 최소한 지금까지는 웨어러블이나 사물인터넷(IoT)가 소비자 감성적인 측면보다는 사물의 스마트화에 집중하고 있기에 시계와는 어울리지 않는 측면도 있다.

스마트워치 시장 전체를 부정할 생각은 없다. 시계 시장도 위에서 언급한 운동화 시장과 같이 양분화된 분야라 할 수 있다. 중저가는 쿼츠시계가 지배한다. 흔히 볼 수 있는 전자식 시계인 쿼츠시계 시장의 경우는 오토매틱과 달리 기능이나 성능적인 측면을 중요시 한다.

오토매틱 시계를 찬 사람은 손목에 시계 브랜드의 역사를 올려 놓고 다니는 것이라면 쿼츠 시계 사용자는 시간을 확인하는 것이 필요해서 차고다니는 경우가 많다.

그런만큼, 스마트워치가 파고들 수 있는 시장 영역은 쿼츠 시장에 가까울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지금처럼 지나치게 자주 충천해야 한다면 일반 쿼츠 시계 고객들을 스마트워치로 끌어오는데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쿼츠 시계를 선호하는 이들은 흔들어주지 않으면 멈춰버리는 오토매틱 시계의 특징을 매우 귀찮아하는 경우가 많다. 대단한 스마트 기능을 담고 있다고 해도 며칠 또는 혹은 일주일마다 한번씩 충전해야 하는 일은 원치 않은 일이다. 충전 전류 때문에 스마트워치로에 감전된 사례도 있다고 하니, 사용성 측면에서도 스마트워치는 갈길이 멀어 보인다.

그럼에도 시계는 IT시장에서 매력적인 시장이다.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기계식 구동방식이 주를 이루는 분야이기에 전자식으로 바뀌어 IoT 비즈니스 성공 사례로 적합한 특징을 지녔다. 1969년 세이코로부터 시작된 쿼츠라는 기술 혁신이 산업 전체를 뒤흔든, 이른바 쿼츠 파동이라는 사례가 있기에, 새로운 기술로 혁신에 도전해볼만 분야다.

관련기사

1969년 세이코가 ‘쿼츠아스트론’이라는 상표명으로 쿼츠 시계를 생산하기 시작하면서 오토매틱 시장은 크게 위축됐다. 많은 오토매틱 시계 회사들이 파산하는 결과로도 이어졌다. 당시만 해도 유명 브랜드였던 브레게(Bruguet), 블랑팡(Blancpain)도 쿼츠파동의 충격을 벗어나지 못했다. IT는 제 2의 쿼츠가 될만한 잠재력이 있다.

그러나 IT 관점만으로 스마트워치 시장에 접근한다면 성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시계를 먼저 이해하고자 제품을 출시하기 전에 시계 산업 임원을 먼저 영입한 애플의 행보에 눈이 가는 이유다. 다른 IT업체들도 IoT시장을 단순히 IT 관점이 아닌 기존 사물로서의 관점으로 들여다 보는 시도가 필요할 듯 보인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