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금 분리공시 도입, 10월 시행될까

방통위-제조사 입장차 여전

일반입력 :2014/08/08 17:56

방송통신위원회가 휴대폰 보조금 분리공시제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삼성전자는 행정소송 대응에 나설 전망이다. 해당 조문에 가처분 신청이 진행되면 법원 판결이 나올 때까지 법적 효력이 발생하지 않을 수도 있다.

8일 방통위 상임위원들은 비공개 간담회를 열고 제조사의 판매 장려금이 이통사가 제공하는 지원금에 얼마나 포함됐는지 소비자가 알 수 있도록 공시하자는데 의견을 모았다.

지난 6일 법률 타당성 검토에 이어 이날 SK텔레콤, 삼성전자 등 이해관계 당사자의 의견을 청취한 뒤 이같이 결정했다.

■보조금 투명화 입법취지 강조, 소비자 알 권리 보장

분리공시는 단말기 유통법 국회 통과 이후 시행령 등 세부규정을 마련하면서 필요성이 부각된 개념이다. 이후 미래창조과학부가 제도 운영을 위해 “구분공시 도입이 필요하다”는 뜻을 방통위 실무진에 전달했다.

소비자 입장에서 분리공시가 단말기 유통법의 보조금 공시 제도에 포함돼야 알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다는 의견이 시민단체 중심으로 모였다.

일반적인 휴대폰 구매 방법은 ▲신규가입과 번호이동 ▲기기변경 ▲중고단말을 이용한 가입 등 세 가지로 구분된다. 이때 단말기를 새로 구입할 때 제조사의 판매 장려금이 포함된 보조금을 받게 되는데, 이 중 장려금 액수가 얼마인지 알 수가 없었다.

통상 보조금 시장이 과열될 경우 장려금이 절반의 비중을 차지하지만 이를 알지못해 누군가는 ‘호갱’이 되는 등 이용자 차별을 일으킨다는 것이다.이동통신사 역시 분리공시 도입에 적극 찬성했다. 제조사가 재고 정리 등의 이유로 장려금을 증액할 때 보조금 과열로 인한 이용자 차별 행위의 처벌은 이통사만 받아왔는데 과열 시장의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할 수 있다는 논리 때문이다.

분리공시를 적극 지지하는 입장 가운데는 단말기 유통법의 입법취지를 강조했다. 왜곡된 휴대폰 유통시장에서 보조금을 누구나 알 수 있도록 투명하게 집행하기 위해 제조사 장려금과 이통사의 지원금을 구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나아가 출고가를 다른 나라보다 높게 책정한 뒤 장려금으로 이를 할인해 판매하는 소비자 기만 행위를 막고, 궁극적으로 휴대폰 출고가의 정상화를 이끌 수 있다는 의견이 힘을 얻었다.

김재홍 방통위 상임위원은 “통신시장에서 지원금 경쟁이 아니라 단말기 출고가와 통신요금 경쟁을 유도해 중장기적으로 가계통신비 인하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통신시장 과열의 원인과 책임을 이통사와 제조사로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어 일탈행위 규제와 시장 안정을 용이하게 달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분리공시 반대 삼성전자, 법적 대응 방침

이날 방통위 상임위원들은 간담회에서 ‘분리공시’라는 용어에 대해서는 정확한 개념을 설명하지 못한다는데 뜻을 모았다.

이에 ‘이동통신사업자는 이동통신사업자가 지급하는 지원금을 공시할 때 이동통신단말장치 제조업자와 협의해 이동통신사업자가 직접 부담하는 금액과 이동통신단말장치 제조업자가 이동통신사업자에 지급한 장려금 중 위 지원금에 포함된 금액을 이용자가 알 수 있도록 공시’라는 조문을 만들었다.

이 문항은 기존 보조금 공시와 관련한 고시안 내에 한줄로 추가된다. 이 안은 자체 규제심사, 규제개혁위원회 규제심사 등을 거쳐 10월 단말기 유통법 시행부터 실제 적용될 예정이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내부적으로 제조사 장려금을 별도로 알 수 있게 하는 고시안에 대해 행정소송을 제기하면, 이 고시안은 시행 초기에 발목을 잡힐 수도 있다.

복수의 정부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분리공시제 도입 논의가 시작된 이후 삼성전자는 분리공시 내용이 도입되면 행정소송을 진행할 것이란 의견을 정부에 전달했다.제조사별 장려금을 공개하지 않고 총합으로 자료를 제출하겠다는 합의 내용에 어긋난다는 이유에서다. 대외적으로는 해외시장 영업에 악영향을 미쳐 스마트폰 산업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는 뜻을 피력해왔다.

해당 조문에만 가처분 신청을 하게 되면 단말기 유통법이 시행되더라도 제조사 장려금을 따로 알 수 있도록 공시할 수 없게 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행정소송이 수개월이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3년 일몰제의 법 기간에 상당 기간을 분리공시가 불가능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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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사의 영업비밀을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에 반론도 나온다.

한 방통위 상임위원은 “제조사들의 장려금이 노출돼 영업비밀이 보호되지 않는다는 의견이 있지만 제조사 장려금 전체가 소비자의 단말기 구매에 지원금으로 사용되지 않고, 일부 금액만을 이통사와 제조사가 협의해 공시하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