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 올플래시 스토리지로 HW 부진 탈출?

일반입력 :2014/08/07 17:42    수정: 2015/04/22 09:29

IBM이 하드웨어(HW) 사업 부진으로 지속적인 분기별 실적 하락을 겪고 있는 가운데, 올플래시스토리지 '플래시시스템V840(이하 V840)'는 나름 성과가 괜찮은 모습이다. IBM은 지난달 주요 기술 업그레이드를 통해 '올플래시 대중화'을 향한 의지를 분명히 했다.

IBM은 7일 현재 V840을 소프트웨어정의스토리지(SDS)로 규정하고 이 장비에 대형 고객사의 주 스토리지 인프라를 겨냥한 관리용 고급기능, 중복제거 실시간압축, 원격미러링, 리플리케이션, 씬프로비저닝 등을 투입했다.

V840은 올플래시스토리지로 개발된 V840 장비에 디스크스토리지 '스토와이즈'와 스토리지가상화SW 'SAN볼륨컨트롤러(SVC)' 기술을 최적화해 만들어졌다.

V840의 일부 SDS 기능은 추가 비용을 받는 선택사항이지만, 일반적인 SDS 기술과 달리, 경쟁사 SDS 제품과 마찬가지로, 사용자가 원하는 HW에 소프트웨어(SW)만 얹어서 쓸 수는 없다. IBM은 SDS 기술을 순전히 자사 HW의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활용하고 있다.

일례로 V840 스토리지의 사용 공간을 최대 1.6페타바이트(PB)까지 만들어주는 실시간 데이터압축 등의 기능은 IBM의 HW플랫폼에 긴밀하게 결합돼 있다. V840 장비의 컨트롤 인클로저에 내장된 인텔 제온E5 v2 프로세서와 메모리기반 가속카드 등 HW의 도움으로 실시간 압축이 구현되는 식이다.

V840은 지난 3월 출시 당시부터 최대 320테라바이트(TB) 용량을 설정할 수 있었다. 그러다 지난달 15일 릴리즈1.2로 추가된 압축 기능을 적용하면 데이터가 차지하는 공간을 80%까지 낮출 수 있게 됐다. 이제 데이터 용량을 20%(5분의 1)로 줄여서 논리적으로는 5배 크기인 1.6PB를 저장할 수 있다.

이 PB단위 저장공간은 웬만한 기업에서 올플래시스토리지의 등장 초기 역할이었던 특정 업무나 애플리케이션 가속 용도가 아니라 고속 처리를 요구하는 메인 시스템 저장소나 데이터베이스(DB)용으로 써도 될만큼 거대한 용량이다. 즉 신기능을 갖춘 V840 장비는 더 다양한 시장 요구에 대응한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IBM이 스토리지 장비의 SW업데이트를 통해 더 많은 시장 기회를 확보하려는 시도는 일단 성공적이다.

지난달 15일 릴리즈1.2 버전으로 업데이트된 V840 1대는 'AE1'이라 불리는 스토리지 인클로저 1개와 'AC1'이라 불리는 컨트롤 인클로저 2개로 구성돼 있다. 이 AE1 인클로저는 1TB나 2TB 또는 4TB, 3가지 용량의 플래시 모듈을 최대 12개 연결 가능하다. 4TB를 쓰면 물리 용량은 48TB지만 가용 용량은 최대 40TB다.

이 40TB짜리 AE1 스토리지 인클로저 8대를 연결함으로써 320TB 용량을 지원하는 V840 장비를 만들 수 있다.

AC1 컨트롤 인클로저 2개를 탑재한 V840 장비를 4대 묶으면 내부 전용 8Gbps 파이버채널(FC) 스위칭 네트워크를 사용할 수 있는 160TB 용량의 스토리지 시스템이 된다. 이 160TB용량의 시스템에 AE1 스토리지 인클로저 4개를 추가로 붙일 수 있다. 이로써 앞서 말한 최대 가용 용량이 320TB로 늘어난다.

사실 V840 장비로 수백TB 용량을 얻고 싶다면, 장비를 여러대 연결하는 방식이 아닌 다른 구성도 가능하다.

일단 V840 장비 1대는 AE1 스토리지 인클로저를 5개 까지 쓸 수 있다. 40TB 용량의 인클로저 5개를 장착시 단일 장비로도 가용 용량을 최대 200TB까지 구성할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대역폭을 효율적으로 쓰려면 최대 구성 가능한 320TB에 맞도록 AE1 인클로저를 장비 4대에 2개씩 나눠 넣는 편이 낫다.

어차피 IBM의 기술지침을 보면 단일 장비에 40TB짜리 인클로저 5개를 넣은 200TB짜리 V840 장비는 4대를 묶어도 이론상 용량인 800TB가 만들어지지 않는다. 따라서 저장 데이터를 5분의 1크기로 압축하는 기술을 적용하더라도 4PB의 공간을 얻을 수 없다.

IBM은 부분적인 SDS 개념을 계속 SW업데이트를 통해 V840 장비에 훨씬 나은 성능과 기술을 제공하는 방식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물론 HW 구성을 전혀 바꾸지 않을 거라는 얘긴 아니다.

지난 5일 영국 더레지스터는 어쩌면 향후 V840 장비는 최대 크기가 320TB으로 제한된 구성 용량 한계를 넘어선 환경에서 빠른 데이터 처리 속도를 낼 수 있도록 '인피니밴드'를 도입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또 가트너에 따르면 V840은 IBM 스토리지 포트폴리오에서 낙관적인 요소로 빠르게 팔려나가는 제품이라며 이 새로운 컨버지드시스템이 어쩌면 이 빅블루의 성장 산업으로 자리잡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밖에도 IBM은 V840에서 x86 가상화 거인 VM웨어의 스토리지 인프라관리 연동 기술인 'VVOL' 지원을 예고하는 등 서버 HW 제품 사업과는 무관한 자체 생존 전략을 꾸려가는 모습이다.

IBM은 지난해 HW실적 부진 속에도 올플래시스토리지 시장에서 거둔 성과가 그리 나쁘지 않았던 것으로 평가된다. 가트너가 지난 6월 10일 공개한 '2013 세계 SSD 및 솔리드스테이트어레이(SSA) 시장점유율 분석' 보고서 기준으로 IBM은 흔히 올플래시스토리지라 불리는 SSA 부문 매출 기준 점유율 25%(1위)를 차지했다.

V840 등장 이전에 출시된 올플래시스토리지 '플래시시스템' 제품을 도입한 글로벌 사례로 코카콜라의 고객 요구 및 수요예측 데이터 생성, 미국 텍사스주 '메모리얼 헤르만헬스케어' 비영리의료시스템이 있고 국내 사례로 서울도시가스 요금정산업무와 키움증권 거래전산시스템 등이 알려져 있다.

IBM 본사가 주춤하고 있는 HW시장의 반등을 꾀하는 데 고심하는 만큼, 한국IBM도 올플래시스토리지 시장을 통한 분위기 반전에 기대를 건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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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IBM은 올초 별도 플래시스토리지 전담 조직과 PoC 센터를 마련하고 적극적인 영업계획과 파트너 발굴 및 사업 생태계 조성 계획을 수립했다. 별도 컨설팅 조직을 통해 고객사 인프라의 문제를 진단하고 플래시 도입 효과를 여러 관점에서 제안하는 방안도 강조하고 있다.

한국IBM 관계자는 과거에 비해 성능 개선 방법이 훨씬 간소화됐다며 초기 플래시 스토리지 도입은 금융권의 빠른 거래 환경을 위한 것이었지만 지금은 여러 인프라 효율면에서 플래시를 검토하고 활용하는 사례가 다양해지는 추세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