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 SW교육, 대통령 눈치보기 미봉책?

컴퓨터 교육 학계, 지속 가능성에 의문 제기

일반입력 :2014/08/04 10:50    수정: 2014/08/04 10:50

내년부터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 소프트웨어 교육이 실시된다. 최근 교육부가 내놓은 '초중등SW교육활성화 정책'에 따른 조치다. 공교육 틀 안에서 SW교육이 실시된다는 것에 대한 관심은 대단히 크다.

하지만 일각에선 교육부의 이번 발표는새로운 게 없고 지속가능한 SW교육에 대한 의지도 엿보이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이런 의문을 제기하는 측은 'SW과목 필수교과 지정'을 가장 강하게 주장해온 컴퓨터교육학계 및 정보과목 교사들이다. 누구보다 교육부의 발표를 반가워 할 것으로 예상했던 진영에서 이런 반응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지난 30일 만난 한 컴퓨터교육학회 관계자는 이번에 나온 교육부의 발표를 두고 단편적인 정책만 크게 포장하고 근본적인 문제는 두루뭉실하게 표현해 빠져나갈 구멍만 만들어 놓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내년부터 중학교에서 SW교육을 필수로 이수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 그는 교육과정 개편안이 적용되려면 시간이 2018년까지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그사이에 공백을 메우기 위한 조치라는 점에서 반가운 일이지만 교육부입장에서 부담스러운 일은 아니기 때문에 선뜻 실행하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교육부는 창의적체험활동 시간을 활용해 SW교육을 실시한다는 계획인데 창의적체험활동 시간은 본래 취지와 다르게 그 동안 자습이나 주요교과 보충학습 시간 정도로 방치되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이야 이 시간에 SW교육을 시킨다지만 언제라도 국가적으로 중요한 다른 이슈가 발생해 새로운 교육이 중요하다고 대두되면 교체될지도 모르는 것이라고 학계에서는 지적하고 있다.

또 교육부는 내년 3월부터 전국 초중학교 68개교를 학급별로 SW연구시험학교로 지정하고 각 학교마다 5천만원씩을 지원할 계획도 발표했다. 이 역시 예산 때문에 학교에서 시작했다가도 예산이 끊기면 더 이상 운영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당장 실시하겠다고 내놓은 방안들이 모두 지속가능성이 적은 것들이다. 대통령까지 등에 업고 압박해 오는 미래부를 달래기 위해 교육부가 내놓은 미봉책이라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SW교육이 공교육에서 지속적으로 이뤄지려면 단독교과로 편재돼야 하는데 이번 발표에서 교육부가 내놓은 '2015년 교육개정 개정안'에 발표는 다소 두루뭉실하거나 작은 것을 큰 변화처럼 포장해 발표한 측면이 있다.

2018년부터 시행될 2015년 교육과정 개정안에 들어갈 내용에 대해 교육부는 ▲ 초등학교는 정보관련 교과 내용을 SW기초 소양 교육 내용으로 개편 ▲ 중학교는 정보교과 내용 개편 및 ‘정보’ 교과를 ‘SW’교과로 전환 ▲ 고등학교는 정보교과를 심화선택에서 SW’교과 일반선택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한다고 했다.

먼저 초등학교의 경우 교사 한 명이 전 과목을 가르치기 때문에 현재 기술 가정 등이 포함된 실과과목에 SW교육을 넣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므로 교육을 강화하겠다는 건 실현 가능해 보인다.

문제가 되는 건 중학교부터다. 중학교는 정보교과를 SW교과로 전환한다고 했는데 이는 교과 이름만 바꾸는 격이다. 현재 중학교에서 정보교과는 선택과목으로 되어 있다. SW교과를 필수과목으로 넣겠다는 얘기가 없는 이상 지금과 크게 달라질 것 없는 상황이다.

고등학교에서도 심화선택으로 되어 있던 정보교과를 SW교과 일반선택으로 전환하겠다고 했으나, 사실 정보교과는 지난해까지 일반선택이었던 것을 교육부가 올해부터 심화선택으로 바꾼 것이다. 이를 다시 원래 제자리로 바꾸겠다는 것뿐이다. 정보교과가 일반선택일 때도 선택 비율은 5%를 넘지 못했다.

컴퓨터교육학회 관계자는 심화선택이 된 올해 선택률이 3%정도로 더 떨어졌을 것으로 예상하는데 일반으로 바꿔서 5%가 되는 것은 또 무슨 의미가 있겠냐고 하소연했다.

교육부가 SW교육을 지속적으로 공교육에서 실시하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단독교과로 지정해 필수과목으로 배울 수 있게 해야한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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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필수과목으로 지정되는 과정은 녹록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교육과정 편재는 교육부 내 교육과정정책과에서 결정하는데 여기에 컴퓨터교육학을 전공하거나 이해하는 연구사가 없는 것이 걸림돌이다.

이 컴퓨터교육학회 관계자는 교육편재가 연구사 몇몇의 개인적인 판단과 선입관에 의해 이뤄지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사범대학교부터 내려오는 기득교과 라인이 교육부까지 이어져 새로운 교과가 생기고 기득권이 흔들리는 상황을 원치 않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