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으로 '공부-치료'…'착한 게임' 온다

일반입력 :2014/08/01 11:54    수정: 2014/08/01 14:03

박소연 기자

게임 속에 유방암에 걸린 아바타가 등장한다. 항암제를 설정된 시간에 챙겨 먹이는 등 의사가 준 도전 과제들을 잘 수행하면 아바타의 상태는 나아진다. 항암제를 먹으면 머리카락이 빠지는 등 약이 가지고 있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처방약을 제 시간에 복용하지 않으면 아바타의 건강 수치가 나빠지는 등 페널티도 주어진다.

이는 유방암 환자를 위한 기능성 소셜 네트워크 게임(SNG) ‘알라부(I Love breast)’의 한 일부다. 게임이 엔터테인먼트에서 의료 부문으로 확장을 꾀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향후 게임과 의료의 접목이 활성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씨엘게임즈(대표 이병철)가 개발하고 중앙대학교병원 혈액종양내과 장정순 교수와 정신건강의학과 한덕현 교수의 한국콘텐츠진흥원 연구 과제로 탄생한 알라부가 주목을 받고 있다. 이 게임은 넥슨코리아(대표 박지원)가 서버 비용을 전액 지원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알라부는 30~50대 여성들이 많이 걸리는 유방암 특성에 맞게 만든 것이 특징이다. 유방암 환자들이 치료에 대해 더 쉽게 이해하고 적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이 게임의 목표다. 게임에 실제 치료 과정 등이 포함된 이유다.

알라부는 지난 3월 전국암학회포럼에서 시연을 하며 공개됐으며, 앞으로 국내 병원에서 암환자를 대상으로 순응도 연구를 한 후 영문 버전을 개발해 미국 유타대학 암센터에서 공동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알라부처럼 게임에 대한 나쁜 편견을 깬 ‘착한 게임’은 또 있다. 서울아산병원(병원장 박성욱), 엔씨소프트문화재단(이사장 윤송이), 양현재단(이사장 최은영) 인지니 공동연구개발팀이 개발한 ‘인지니’가 대표적이다. 인지니는 인지장애 아동의 인지력 개선을 위한 태블릿 PC기반의 기능성 게임 모음으로 인지 연령이 18~36개월에 해당하는 인지장애 아동을 대상으로 한다. 지난 2009년부터 공동 프로그램 개발에 착수해 지난 5월 인지니 홈 버전을 공개했다.

인지기능 장애인의 인지기능 향상에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이 거의 없는 실정에서 인지니의 출시는 의미가 크다. 특히 인지장애는 조기치료가 중요해 인지장애 아동의 가정과 치교, 교육 현장에서 인지니가 유용하게 쓰일 것으로 보인다.

게임이 치료 목적의 의료에만 사용되는 것은 아니다. 학생들의 학습 능력을 키워주는 게임도 있기 때문이다.

소니스트(대표 김경태)는 지난달 수학, 계산 학습 능력 향상에 도움을 주는 교육 기능성 모바일 게임 ‘블랭키스트’를 출시했다.

블랭키스트는 사칙연산을 연습할 수 있는 모바일 게임으로 랭킹 시스템을 도입해 게임의 재미를 높였다. 딱딱하고 어려운 수학을 게임을 통해 친숙하게 접근할 수 있어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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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의료와 학습 기능을 담은 게임이 계속해서 출시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게임이 가진 친숙함과 재미가 치료,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 결과를 보면 알라부를 직접 해본 유방암 환자들의 항암치료 순응도가 높았다는 게 전문가의 설명이다.

게임 업계 관계자는 “게임 규제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게임에 대한 편견을 깰 수 있는 착한 게임들이 등장하고 있어 반갑다”며 “이를 통해 게임이 가지고 있는 긍정적 효과가 널리 알려지고 더 다양한 기능성 게임이 탄생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