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애플-SAP 소스코드 내놔라"

NSA 도청 논란 후폭풍 거세

일반입력 :2014/07/31 09:57    수정: 2014/07/31 17:04

손경호 기자

러시아 정부가 애플, SAP 제품이 스파이 기능을 가졌다는 점에 대한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해당 회사들에게 제품에 대한 소스코드를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해외 도감청 논란이 러시아에서 정치적인 문제로 번지고 있는 상황이다.

30일(현지시간) 엔가젯, 벤처비트 등 외신에 따르면 니콜라이 니키포로프 러시아 정보통신부 장관은 애플과 SAP가 러시아 기관을 감시하지 않았다는 점을 증명하기 위해 소스코드를 볼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니키포로프 장관은 SAP, 애플 러시아 담당 책임자들을 만나 이러한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측은 미국 국가안보국(NSA) 감시 폭로자인 에드워드 스노든이 공개한 문서를 토대로 여러 IT제품에 적용된 암호화 표준기술에 NSA가 쉽게 내용을 확인할 수 있게 하는 취약점을 심어놓았다는 점을 근거로 들며 프로그램에 대한 소스코드를 공개해 어떤 것도 숨기지 않았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앞서 2003년 마이크로소프트(MS)는 이와 유사한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자사 제품에 대한 소스코드를 공개했었다.

러시아가 서방국가들의 IT제품에 대한 우려를 나타낸 것이 처음은 아니다. 모스크바 타임스에 따르면 러시아 정부는 3월께 아이패드 사용을 금지하고, 삼성전자 태블릿 제품을 사용토록 권고한 바 있다.

현재 애플, SAP측은 별다른 공식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다만 두 기업 모두 자사 기밀에 해당하는 소스코드를 공개하기를 꺼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러시아측과 논의는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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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엔가젯은 NSA가 시도하는 도감청 방법은 보안취약점을 이용하는 것이지 제품 자체에 의도적으로 백도어(뒷문)을 심어놓는다고 보기는 힘들다며 어떤 플랫폼에 사용된 소스코드 자체가 감시활동에 활용할 수 있는 버그일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동안 정치적인 투명성, 세계 정상들을 감시하기 위해 악성코드를 사용해 비난 받아온 러시아가 미국IT 기업을 공격하는 모습은 아이러니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