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로이드L이 스마트폰 시장에 던진 메시지

전문가 칼럼입력 :2014/07/30 17:35

문재승 GS홈쇼핑 UX 담당 treelove082@gmail.com

구글 안드로이드 다음 버전은 알파벳 순서에 따라 안드로이드L로 불린다. 지금까지는 막대사탕을 뜻하는 롤리팝(Lollipop)이나 레몬파이(Lemon Pie)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공식 명칭은 정해지지 않았다.

지난달 구글 I/O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공개된 안드로이드L은 이전 버전들과는 많이 달라졌다. 개인적으로는 기능이나 성능보다는 미려한 디자인과 애니메이션과 같은 효과를 강화하는데 초점이 맞춰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구글은 지난 수년 간 모바일 OS 시장을 주도하면서 기능과 성능이라는 토끼를 모두 잡아왔다. 이제 이미 잡은 두 마리 토끼 이외에 디자인이라는 또 하나의 토끼를 잡는 쪽으로 방향은 튼 것으로 보인다. 결과론적으로는 예뻐지는 안드로이드가 이미 예뻤던 iOS 따라잡으려는 행보로도 볼 수 있다. 하지만 다르게 생각하면 기술적인 완성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구글만의 로드맵 혹은 나름의 진화를 위한 수순일 수도 있다.

필자는 성숙기로 접어든 모바일 OS 시장 관점에서 안드로이드L의 변화를 주목해 보고 싶다. OS의 성숙은 모바일 기기 제조 업계에도 많은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그동안 안드로이드 업데이트는 대단히 짧았다. 메이저, 마이너 업데이트가 빠르게 이뤄졌다. 이것은 스마트폰 라이프 사이클에도 영향을 미쳤다. 사용자들은 최신 버전을 원했고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2~3년전에 출시한 모델들에까지 최신 버전을 제공해 주느라 어려움을 겪었다. 이런 상황에서 사용자가 안드로이드 최신 버전을 쓸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새로 사는 것이었다.

지금까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생태계는 구글이 주도하는 안드로이드 버전 업그레이드, 프로세서 제조사가 이끈 AP(Application Processor) 성능향상, 제조사가 중심이된 고성능 제품 개발 및 최적화와 같은 요소들이 시너지 관계로 맞물리면서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여왔다.

그러나 구글이 안드로이드 업데이트 속도를 느슨하게 가져감에 따라 생태계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안드로이드L이 출시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구글 순정 안드로이드를 탑재한 넥서스5 중고 제품 가격이 올라가는 현상, 신제품이 나와도 기존 제품이 꾸준히 팔리고 있는 상황 등 스마트폰 사용 경험에서 하드웨어 의존도가 점점 낮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돌아가는 분위기를 보면 안드로이드 버전 업데이트 주기는 이전보다는 늘어질 가능성이 높다. 마이크로소프트 윈도XP는 윈도7이 등장할 때까지 거의 10년을 버텼고 윈도7 역시 10년을 버틸 기세다. 안정화된 모바일 OS 시장도 이 수순을 밟아갈 가능성이 크다.

물론 OS 라이프사이클이 길어진다면 OS 지원에 대한 하드웨어 업체들의 부담은 지금보다는 줄어들 것이다. 그렇다고 웃을수만은 없을 것이다. 제조사들은 이제 스마트폰 교체를 미루는 사용자들을 잡기 위한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할지도 모른다.

하드웨어로 유혹하기 힘들다면 SW를 갖고 호소력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 주목받고 있는 중국 스마트폰 업체인 샤오미와 같은 경우 위에 언급한 시장 환경 변화에서 잘 대처해 나가고 있는 케이스다. 구글 안드로이드가 아니라, 안드로이드 오픈소스 플랫폼에 기반한 제품을 파는 샤오미는 자체 UI인 MIUI, MI마켓까지 갖춰 하드웨어 의존도를 줄여나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AOSP를 활용해 파이어OS, 파이어폰을 만든 아마존을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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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은 파이어폰을 통해 아마존 경험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데 초점을 맞춘 모습이다. 예를 들어 제스쳐 기능을 이용하여 파이어폰을 좌측으로 흔들면 아마존 마켓 카테고리로 바로 들어갈 수 있다. 파이어폰에는 4개 카메라를 통해 보는 각도에 따라 화면의 뷰를 다르게 보여주는 3D 형태 기능이 있는데, 이는 장기적으로 아마존이 파는 상품들을 고객에게 다각도로 보여주기 위한 기능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

파이어폰은 모두가 예상했겠지만 아마존닷컴에서 누릴 수 있는 경험을 스마트폰 환경에 최적화해 전달하기 위한 수단인 셈이다. 여기에서 중요한 점은 AOSP라는 기술적인 용어가 아니다. 사용자 경험을 전이시키고 그 영향력을 하드웨어 판매에 미칠 수 있게 하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이같은 흐름은 국내 제조 업체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에서 주목되는 흐름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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