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우던 디자이너와 개발자를 소통케하는 코딩

DXD 세미나 현장을 가다

일반입력 :2014/07/29 13:41    수정: 2014/07/30 19:06

손경호 기자

디자이너들은 현실을 잘 모른다., 개발자들은 안 된다는 것들이 많다.

디자이너와 개발자들 사이에 간혹 들리는 얘기들이다. 디자이너들은 그동안 구상한 멋진 디자인을 서비스에 그대로 구현하고 싶다. 그러나 실제로는 여러가지 복잡한 프로그래밍 과정과 까다로운 코딩 작업을 거쳐야 한다. 개발자들은 좀 더 현실을 반영한 디자인이 나오길 바란다. 물론 좋은 디자인을 뽑아내기 위한 디자이너들의 욕심도 만만치 않다.

디자인과 프로그래밍은 얼핏 보면 큰 연관성이 없어보인다. 그러나 모든 콘텐츠가 웹과 모바일 기기를 통해 유통되는 시대에는 디자이너들이 코딩을 아느냐 모르느냐에 따라 디자인의 퀄리티도 달라진다는 얘기도 있다.

그동안 코딩 교육의 필요성을 절감했던 디자이너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271명 지원자 중 약 15:1의 높은 경쟁률을 뚫고 선발된 이들은 매주 토요일 저녁에 HTML과 캐스케이딩 스타일시트(CSS)를 놓고 씨름한다.

26일 찾아간 서울 삼성동 소재 디쓰리쥬빌리. 이곳에서는 2달 동안 매주 토요일 6시부터 2시간 가량 '코딩하는 디자이너 DXD세미나'가 열린다. 수업 때는 물론 평일에도 퇴근한 뒤 삼삼오오 모여 밤 늦게까지 스터디를 하기도 한다.

원래 이 모임은 '바풀'이라는 애플리케이션(앱)을 개발하는 개발자, 디자이너, 인턴 사원 등이 의기투합해 만든 소규모 스터디로 시작했다. DXD세미나를 기획했던 강동욱 개발자는 약 1년 정도 운영을 하면서 그럴싸한 커리큘럼도 갖게 됐다.

4명의 운영진은 더 많은 사람들을 모아보자는 생각에 페이스북에 6월 DXD세미나 1기 모집공고를 냈다. 큰 기대하지 않았던 모임에 271명이나 지원하게 된 것이다. 이 중 선발된 인원은 총 18명으로 개인적인 이유로 참석하지 못하는 1명을 제외하곤 모두 4주차 교육에 참석했다.

구성원들은 디자인학과 졸업반 학생들을 포함해 모바일 메신저 '라인' UI 디자이너, SK플래닛 등 현업 디자이너들로 이뤄졌다. 올해 초 애플에 입사하게 된 신입사원도 미국 본사로 가기 전 세미나에 참석하고 있다.

강 개발자는 일본에서 소프트웨어(SW) 디자인을 전공하다가 그만두고 한국에서 바풀이라는 스타트업을 공동창업했다. 그는 개발자이자 디자이너 4년차다.

외국에서는 디자이너들이 코딩해서 직접 포트폴리오도 만들고, 실제 제품 디자인에도 참여를 하는데 장점이 많더라구요. 제품 퀄리티도 높아지고 하는데 우리나라는 디자이너들이 코딩에 익숙치 않다 보니깐 디자인도 정적이고, 높은 수준이 잘 나오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에 따르면 몇몇 디자이너들에게 물어본 결과 이들이 아예 코딩을 접할 기회도 없어 친숙해질 수 있도록 매개장치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래서 나온 것이 DXD세미나다.

그는 개발한 분이 디자인 배우는 것보다 디자인한 분이 개발 배우는게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서버구축이나 SW엔지니어링 등 보다 전문성있는 개발이 필요한 영역이 아니라면 디자인을 통해 아이디어를 구현할 줄 아는 디자이너들이 코딩을 배웠을 때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부분이 훨씬 많다는 설명이다.

현업 디자이너들도 개발자들과 협업을 위해서는 코딩을 알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SK플래닛 NBC팀 함민지 디자이너는 개인적으로는 평면적인 디자인이 아니라 애니메이션이나 상호작용할 수 있는 여러 기능을 붙여보고 싶다는 생각에 세미나에 참석하게 됐다며 디자이너들도 코딩을 알면 개발자들과 보다 원활하게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라인 UI 디자인팀 소속 강명훈 선임 디자이너는 디자이너들이 생각하는 스펙을 개발자들이 구현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는 의견 조율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테면 반응형 웹을 구현할 때 어떤 부분에서 기술적 어려움이 있을 수 있는지 확인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물론 디자이너가 코딩을 아는 것은 개인에게도 큰 도움이 된다. 강 디자이너에 따르면 그의 디자이너 지인들 중 상당수가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싶어도 표현을 못해 PSD(포토샵 파일)만 개인DB로만 쌓이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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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3월 애플에 디자이너로 입사한 김윤재씨 역시 애플 디자이너도 능력제이다 보니까 프로그래밍 등 기본적인 것들을 이해하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강 개발자는 코딩 등 실무적인 부분 외에도 디자이너들이 함께 모였을 때 회사에서 말 할 수 없었던 디자인에 대해 더 깊이 있게 얘기할 수 있게 되는 시너지 효과가 난다며 더 많은 디자이너를 모으고, 다른 강사분들을 모아서 진행하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고 있는 점이 아쉽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