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 본사 임원 "한국 시장 부진 이유는…"

일반입력 :2014/07/20 12:32    수정: 2014/07/21 09:11

IBM이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한국 시장에서의 부진을 직접 언급해 주목된다. IBM과 같은 글로벌 기업 본사 차원에서 한국처럼 전체 실적을 좌우할만한 수준이 되기 어려운 시장에 대해 직접 언급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17일(현지시각) 마틴 슈로터 IBM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아시아 태평양(AP) 지역 실적과 향후 전망을 묻는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의 질문에 호주와 한국은 2분기에 활기가 없었고(were slow) 우리가 (중국에서처럼 낙관적인 기대요소를) 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개된 녹취록을 보면 슈로더 CFO는 (중국의 긍정적 상황을 설명한 뒤) 말했듯이 중국과 인도에서 꾸준히 나아졌고 이번 2분기에도 마찬가지였다면서 하지만 준비된 내용으로 보여줬듯 AP에서는 지속적으로 개선되지 않았고 그 안에서도 두드러지게(And notably within that), 호주와 한국 두쪽 다 퇴보(degradation)했다고 덧붙였다.

한국IBM의 성적표가 좋지 않음을 시시하는 발언이다.

지난 3월 공시된 한국IBM의 지난해 감사보고서를 보면 매출은 2012년 1조2천400억원에서 1조2천253억원으로 147억원 하락했고 같은기간 영업이익도 1천583억원에서 1천420억원으로 163억원 줄어들었다.

한국IBM은 또 최근 구조조정 일환으로 조기퇴직제를 실시하면서 수백명이 회사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고, 내년 3월 여의도 서울국제금융센터로 사무실 이전을 앞두고 자의반 타의반식의 인력 감축이 있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IBM은 지난해 1월 중국계인 셜리 위 추이를 한국IBM 대표로 선임했다. 당시 한국IBM은 보도자료에서 셜리 위 추이 사장의 글로벌 비즈니스에 대한 깊은 통찰력과 전략적인 리더십, 영업 및 서비스 전반에 걸친 폭넓은 경험을 통해 한국IBM의 글로벌 역량을 향상시켜 새로운 성장을 이끌어 나가게 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슈로터 CFO의 발언을 보면 셜리 위 추이 대표 취임 이후 1년반 동안에도 한국 시장에서의 부진은 계속된 것으로 보인다.

한국IBM는 지난 수년간 국내 시장에서 핵심 사업인 메인프레임 고객수가 줄어드는 상황에 직면해왔다. 금융권을 비롯한 주요 메인프레임 고객사 다수가 주 전산시스템을 메인프레임에서 유닉스로 교체했거나 전환을 고려중이다. 메인프레임 장비와 유지보수 판매가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컸던 한국IBM 입장에선 타격일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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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국민은행도 지난 4월 IBM 메인프레임에서 유닉스 기반 IT시스템으로의 교체를 확정 직전까지 논의했는데, 7월 현재 사실상 보류 중이다. 교체 논의 과정에서 지난 5월부터 불거진 KB국민은행 사외이사와 상근감사위원간 마찰이 KB금융지주와 KB국민은행 경영진간 갈등으로 번졌고, 이들은 그뒤 금융감독원 특별감사를 통해 제재 심의를 받는 중이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한국IBM은 셜리 위 추이 대표가 지난 4월 KB국민은행장에게 이메일을 보내 ‘전산시스템을 유닉스로 교체하면 리스크가 크다’는 점과 ‘기존 시스템 사용 비용을 현저히 낮춰주겠다’고 제안한 것으로 전해져 구설에 올랐다. 다만 금융 당국의 제재 심의와 징계 결정 시점이 다음달까지 늦어질 경우 한국IBM 입장에선 이득이 될 것이란 해석도 있다. KB국민은행이 다음달까지 시스템 교체를 확정짓지 못하면 내년 7월 만료되는 한국IBM과의 재계약이 불가피하단 관측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