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프린팅, 해부실습용 시체 '카데바' 대신

호주 모나시대학교, 아나토미시리즈로 대안 제시

일반입력 :2014/07/16 13:57    수정: 2014/07/16 16:01

의대생들에게 부족한 '카데바(cadavers)'가 더이상 필요 없는 날이 올까?

3D프린팅 기술을 응용하기에 따라선 그럴 수도 있을 것 같다.

미국 씨넷은 16일(현지시각) 3D프린터로 만들어진 해부학교재가 의대생들에게 실제 카데바를 다룰 필요 없이 인체해부학을 공부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준다고 보도했다.

카데바란 의학 분야에서 해부실습용으로 방부 처리한 시신을 뜻하는 용어다.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인체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해하기 위해 이를 해부하는 방법을 활용해 왔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사람이 죽으면 시체를 미라로 만들면서 해부를 하곤 했는데, 그 덕분에 당대 다른 지역에 비해 의료 기술이 월등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고대 로마 시대에 가장 유명한 의사였던 갈렌(Galen)은 당시 사람의 시체를 해부하는 게 금지돼 있었기 때문에 해부학 지식을 얻기 위해 돼지와 영장류(시체)를 활용했다.

미국 씨넷은 지금보다 카데바를 확보하기가 어려웠던 과거에는 외과의학연구의 역사가 도굴 내지 비밀 수술같은 불법적인 행위로 가득했다며 해부실습이 이젠 세계 곳곳에서 더 쉬워지긴 했지만 여전히 시체를 연구 목적으로 써도 된다는 허가를 고인에게 받았는지 또는 종교적 금기인지 등 여러 요인에 의존적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 한가지 해법을 마련해준 게 호주 모나시대학교가 만든 '3D프린티드 아나토미시리즈'다. 이는 그 이름대로 3D프린터로 만들어 낸 해부실습용 인체모형이다. 이 모형은 해부학 지식을 익히기 위해 필요한 인체의 주요 구성요소들, 사지, 가슴, 복부, 머리, 목 등을 모두 갖추고 있다. 실제 사람 몸으로 해부할 필요가 없다.

이 대학교의 인체해부센터 이사를 맡고 있는 폴 맥메나민 교수는 의대에서 카데바는 몇세기동안 학생들에게 해부학을 가르치기 위한 유산으로 오늘날까지 이어져 왔지만 많은 의대에선 카데바가 부족하며, 그 사용을 허가하는 정부 당국의 규제 때문에 이를 처리하고 보관하는 비용이 너무 높다고 호소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학생들이 사람 몸속과 근육, 힘줄, 인대, 혈관을 들여다보는 능력 없이 인체해부학을 이해하기란 너무나도 어렵다며 우리는 진짜처럼 보이는 것을 만들어 활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이로써 큰 차이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밝혔다.

3D프린티드 아나토미시리즈는 당초 인체 실물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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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개발팀은 실제 해부실습용 시체를 '스캔'했다. X레이와 CT촬영을 통해서 내부와 표면 모두 스캔했다. 이 스캔 작업의 결과물은 교재를 구성하는 몸체의 디지털 모델을 3D프린터로 출력 가능하게 만들어 준다. 이는 고해상도 3D프린터로 보내졌다. 석고같은 가루와 플라스틱을 통해 실물과 같은 온전한 색상으로 출력됐다.

맥메나민 교수는 CT같은 방사선촬영 이미지는 책의 한 페이지처럼 매우 얇은 층 사이의 정보를 포착할 수 있는 정교한 수단이라며 이 데이터를 취해 3D 렌더링 모델을 만들고 색을 입혀서 입체 모형으로 재생산 가능한 3D프린터용 파일 형식으로 한층 한층 변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