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판 한예종 프로젝트' 딜레마 빠지다

SW아카데미 실효성 우려하는 의견들 쏟아져

일반입력 :2014/07/10 18:24    수정: 2014/07/10 18:25

황치규 기자

지난해 8월 ICT 특별법이 시행됐을 당시 미래창조과학부는 한국예술종합학교와 같은 위상을 갖는 SW 교육기관을 만들겠다는 의욕을 강하게 내비쳤다. 후속 조치로 SW아카데미 설립 프로젝트도 본격화했다.

당시만 해도 미래부는 SW아카데미에 대해 한국은 산업계에서 수요가 많음에도 대학에서 쓸만한 SW인재가 배출되지 못하는 실정이라며 SW아카데미가 의미있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임을 반복해서 강조했다.

정부 의지가 강해보였기에 SW아카데미는 주위 우려속에서도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끈게 사실이다. 그런데 막상 초안이 공개되고나니 그럴줄 알았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이대로는 효과를 거두기 어려운 건 물론이고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쏟아졌다.

지난 8일 저녁 SW아카데미를 주제로 한국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가 마련한 포럼의 풍경은 대충 이렇게 요약된다.

이번 포럼은 미래부의 류대규 SW정책과 사무관이 나와 내년으로 예정된 SW아카데미 운영 방안을 발표하고, 다른 이들과 의견을 나누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류대규 사무관에 따르면 SW아카데미는 내년에 운영될 예정이다. 미래부는 올해부터 운영을 위해 136억원의 예산을 신청했지만 승인을 받지 못했다.

SW아카데미 운영 목표는 프로젝트 수행을 통해 창업을 하거나 기업내 신사업을 돕는 기술력 기반의 SW혁신가를 양성하려는 것이다. 교육은 프로젝트 단위로 공통 SW와 사업 교육이 병행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교육 대상자들이 특정 장소에 모두 보여 배우는 것은 아니다. 사무국을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에 두고 프로젝트 성격에 따라 배움의 장소는 학교나 연구소 또는 기업이 될 수 있다. 프로젝트 멤버는 PM과 수행 요원 그리고 교육 대상자로 이뤄진다. 어떤 프로젝트는 발굴할 것인지는 구체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PM 연봉은 1억원 플러스 알파다. 교육 대상자는 학위와 무관하게 뽑는다. 물론 학생도 포함된다. 교육 대상자들에게는 학업 장려금 정도로 월 100만원 정도 지급될 예정이다. 그리고 SW아카데미 교육 과정은 2년이다. 산학연이 연계된 스타일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수장은 NIPA 원장이나 SW정책연구소장이 겸임하게 된다. 예산은 확정되지 않았다. 미래부는 현재 예산안을 짜는 중이다.

그리고 SW아카데미에서 배운다고 해서 학위를 받을 수 있는건 아니다. 학점 이수로도 인정받을 수 없다. 류대규 사무관 발표가 끝나자 이민석 NHN넥스트 학장과 개발자 커뮤니티 단체인 JCO의 유현석 회장이 SW아카데미와 관련해 현장의 목소리를 전하는 순서가 마련됐다. 두 사람 모두 정부의 현재 방안은 개선할게 많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민석 학장에 따르면 정부의 현재안은 SW아카데미가 교육 사업인지 지원 사업인지 구분하기 힘들다. 1년에 50억원 이상 들어가는 SW마에스트로 사업과 뭐가 다른지도 애매하다. 이대로 가면 100% 대학 지원 사업이 될 가능성이 높다. 2년간 프로젝트를 하면서 세계를 놀라게할 뭔가를 만들게 하겠다는 구상도 비현실적이다. 교육 사업은 교육 사업이어야 하는데, 초안에선 그게 잘 안보인다.

한국예술종합학교의 경우 졸업하면 사람들이 알아주는데, SW아카데미를 마친 사람들도 그런 대접을 받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각종 정부 지원 교육이 이미 여러개 있는데, 대학이나 특성화 고 등에서 이뤄지는 것과도 구분될 필요가 있다.

유현석 JCO 회장에 따르면 SW아카데미 초안은 가치가 애매모호하다. 커뮤니티를 적극 육성해 아래에서 위로 자연스럽게 고급 개발자들이 양성되는 문화가 필요한데, 정부 지원은 실력없는 사람들을 양성할 우려가 있다. 기존 교육 센터와 다른 점도 별로 없어 보인다. 그런만큼 SW아카데미가 제대로 굴러가려면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민석 학장과 유현석 회장의 발언이 끝난뒤 포럼에 참석한 50여명이 자유롭게 질문하는 순서가 이어졌는데, 정부를 상대로한 질타가 대부분이었다.

정부가 이런 사업 왜 하느냐는 근본적인 지적부터 하는 것은 좋은데, 지금 나온 방안대로 하면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다는 의견들이 쏟아졌다.

모 SW업체 대표는 SW생태계를 키우려면 시장을 키워야 하는데, 인력만 양성하면 되느냐?면서 SW아카데미 역시 이권 사업이라고 100% 확신한다고 말했다. 대기업에서 일하는 한 개발자는 정부가 이런 교육 사업할게 아니라 오픈소스 커뮤니티를 우리가 주도할 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모 대학 교수는 SW교육은 대학에 맡겨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SW하던 사람들이 아니라 예술과 인문 분야 있는 사람들이 SW아카데미에서 배울 수 있도록 하자는 주장도 나왔다. 이렇게 하면 민간과의 충돌도 덜하고, 민간에서 제대로 할 수 없는 것을 정부가 하는 만큼, 모양새도 좋다는 것이다.

SW마에스트로 사업과 비슷해 보인다는 의견도 여럿이었다. 정부 바람대로 쓸만한 인재를 양성할수 있을지도 회의적인 반응이 많았다.

참고로 SW 마에스트로 과정은 국내 SW인재양성에 초점을 두고 추진해온 산업리더 육성프로젝트다. 창의적인 신세대 인재를 발굴해 SW 고수 30명의 노하우를 전수해 업계를 상징할 스타 인재로 키운다는 목표다. '한국의 스티브 잡스' 육성 프로젝트라는 게 정부측 설명이다.

현재 시점에서 SW아카데미는 콘셉트도 모호하고, 효과 자체도 별로일 것이라는 회의론이 대부분이다. 위원회 만들어 처음부터 다시 논의해보자가 이번 포럼의 결론이라는 얘기까지 나왔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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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T특별법 통과 당시와 비교해 SW아카데미가 갖는 위상은 약해졌다. 지난해만 해도 '설립'이 목표였는데, 지금은 '운영'으로 바뀌었다. 교육 대상자들은 학위도, 학점도 인정받을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SW판 한국예술종합학교라는 비전이 제대로 먹혀들 것 같지는 않다.

미래부는 그동안 SW아카데미를 만들겠다고 하겠다고 여러차례 말해왔는데, 기대치에 맞추기 참으로 쉽지 않은 상황에 놓였다. 이래저래 난감한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