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택 운명 가를 이통사 어떤 선택할까?

결정된 것 없이 고민만 깊어가고…

일반입력 :2014/07/02 17:31    수정: 2014/07/03 11:35

팬택의 운명이 오는 4일 결정된다. 지난 3월 기업구조개선작업(워크아웃)에 들어간 팬택이 이동통신3사의 출자전환 결정에 따라 생사여부가 판가름 나는 것.

산업, 우리, 농협, 신한, 하나, 대구, 국민, 수출입, 신용보증기금 등 9개 금융기관으로 구성된 금융권의 채권단은 3천억원의 채무를 출자 전환키로 한 가운데, 이통3사가 1천800억원에 이르는 채무에 대해 출자 전환해 줄 것인지 여부를 기다리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3사는 팬택 채무에 대한 출자 전환 여부를 놓고 이렇다 할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이를 결정할 이사회 일정조차 마련하고 있지 않은 상태다.

이통3사는 한 목소리로 “아직 팬택의 출자 전환 여부는 결정하지 못했고 이사회 일정도 잡힌 것이 없다”며 “만약의 경우 긴급 이사회가 열릴 수도 있겠지만 이에 대한 논의도 없는 상태”라고 전했다.

■이통사 매출 채권, 출자 전환 나쁜 선례

오히려 이통3사의 분위기에서는 당혹스러움만 읽힌다. 팬택이 계속 기업으로써 자생력을 갖고 있느냐의 여부는 논외가 된 채 이통3사에 의해 생존 여부가 결정된다는 점만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마치 팬택의 생사여탈권을 이통사가 쥐고 흔든다는 모양새만 각인되고 있다.

팬택의 자본금은 2천640억8천500만원, 부채는 9천906억9천200만원으로 완전 자본잠식 상태다. 금융권에 이어 이통사들이 출자 전환을 한다 해도 향후 신규 자금 확보가 어려울 경우 기업의 연속성을 보장하기 힘든 상태다. 오히려 출자 전환이나 감자를 통해 인수합병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 이통사가 부담스러워하는 대목이다.

특히, 금융권과 달리 이통3사의 채무는 대출이 아닌 매출에 대한 출자 전환 요구이기 때문에 나쁜 선례를 남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매출 채권에 대해 출자 전환을 할 경우 향후 다른 휴대폰 제조사들이 단말 판매 대금이나 보조금을 지불하지 않고 출자 전환을 요구할 경우에는 어떻게 할 것이냐”며 “이는 단순히 출자 전환의 문제를 떠나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긴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추가 증자 가능성도 부담

현재 이통3사가 팬택으로부터 받아야 하는 채권 규모는 1천800억원이다. 이를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가 5:3:2 비율로 받아야 한다. 적지 않은 규모이기 때문에 이를 지분으로 전환할 경우 이통사들은 주요 주주의 위치에 설 수밖에 없다.

현재 팬택의 1대 주주는 11.96%를 보유한 퀄컴이다. 당초 퀄컴은 2대 주주였다가 지난해 1월 2천300만달러(당시 약 245억원)를 유상증자로 투자해 5천200만주를 인수하면서 1대 주주가 됐다. 그 다음으로 산업은행과 삼성전자, 농협이 각각 11.81%와 10.03%, 5.21%를 보유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5월 팬택에 530억원을 유상증자 형태로 투자해 약 10% 지분율을 확보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통3사가 출자 전환을 할 경우 약 30%의 지분을 보유하게 된다.

특히, 이통사가 현실적으로 우려하는 점은 받을 돈을 지분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부담뿐만 아니라 향후 주요 주주 위치에 섰을 때 팬택의 생존을 위해 유상증자 등의 추가 투자를 해야 할 지도 모른다는 부담이다.

이미 팬택이 지난해 1월과 5월 퀄컴과 삼성전자로부터 약 77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음에도, 2007년 1차 워크아웃에 이어 2차 워크아웃에 들어섰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실이 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현재 팬택의 상황을 감안했을 때 추가 증가 없이 사업이 지속 가능하겠느냐”며 “이통사들의 수익성이 계속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이미 과거에 이통사들이 한 차례 사업을 접은 바 있는 단말 제조분야에 또 다시 투자를 결정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과거 SK텔레콤은 단말 자회사인 SK텔레텍을 팬택에 매각한 바 있으며, KT 역시 KTFT와 KT테크를 통해 단말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사업을 접은 바 있다.

■시장왜곡 우려에 판단 더 늦어져

그럼에도 이통사들이 팬택의 출자 전환을 쉽게 결정하고 있지 못하는 이유는 국내 단말 제조사가 2개사로 압축될 경우 향후 단말 수급이나 협상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또 정부 역시 삼성전자와 LG전자 2개사로 시장이 좁혀질 경우 경쟁 활성화 저해는 물론, 과점시장으로 바뀌어 소비자 편익에 해를 끼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을 알고 있는 이통사들이 쉽게 출자 전환을 선택하지도 포기하지도 못하는 상황을 연출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금융권 채권단이 팬택의 생사여탈권을 이통사에 쥐어준 것처럼 압박하면서 결정이 더욱 쉽지 않은 상태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솔직히 팬택이 청산 절차로 들어가 매출 채권의 일부라도 건지는 것이 이통사 입장에서는 속 편할 수 있다”며 “하지만 여러 분위기를 고려하면 쉽게 판단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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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일각에서는 현 시장 구도 유지나 스마트기기 시장 개척을 위한 한 방편으로 이통사의 팬택 인수설을 조심스레 예측하기도 한다. 최근 아이리버를 인수한 SK텔레콤처럼 향후 웨어러블, 사물인터넷(IoT) 기기 시장의 전초기지로써 팬택을 활용하고, 이통3사가 모두 진출한 알뜰폰 시장에 필요한 단말 수급에도 팬택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전망에서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팬택의 스마트폰 기술력은 세계 톱클래스 수준”이라며 “이통사의 인수 가능성이 높은 편은 아니지만 아예 가능하지 않은 시나리오도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