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천후 하이브리드 이어폰 “스마트폰에 강하다”

티피오스 블랙앤화이트 이어폰 리뷰

일반입력 :2014/07/01 09:41

권봉석

티피오스 블랙앤화이트(이하 블랙앤화이트)는 고음을 내는 밸런스드 아머쳐와 기존 진동판 방식 다이나믹 드라이버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이어폰이다. 음을 튜닝해 중·저음과 고음 재현도를 높였고 귀 안에 착용하는 인이어 타입으로 주위 소음을 차단 시키면서 효과적으로 소리를 전달한다. 유닛을 감싼 하우징은 황동과 알루미늄으로 만들어 소음 유입을 한번 더 차단했다.

케이블이 쉽게 꼬이거나 마찰되지 않도록 가는 홈을 파 놓았고 통화용 마이크와 다기능 버튼을 넣어 주머니에 넣은 상태에서 꺼내지 않고 음악을 듣거나 통화할 수 있다. 꺾임이나 단선 현상이 적은 L자 플러그를 썼고 4극 방식으로 애플 아이폰과 안드로이드 기기 모두 호환된다. 색상은 블랙앤화이트 한 종류이며 가격은 5만5천원.

밸런스드 아머쳐·다이나믹 드라이버 합쳤다

기존 이어폰에서 흔히 쓰는 다이나믹 드라이버는 재생하는 기기에서 전해지는 전류(에너지)로 코일을 움직인 다음 진동판을 직접 떨어 소리를 낸다. 모든 음역대를 커버하기는 어렵지만 대체적으로 중저음 대역에서 강점을 보인다. 반면 밸런스드 아머쳐는 소리를 만들어 내는 ‘밸런스드 아머쳐 드라이버’ 안의 가는 금속핀이 진동판을 떨어 소리를 낸다. 세밀한 소리를 내기는 좋지만 상대적으로 저음역대가 빈약해진다.

밸런스드 아머쳐 이어폰은 이러한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드라이버를 여러개 넣는 방식을 택하기도 한다. 그만큼 가격은 비싸진다. 밸런스드 아머쳐 드라이버 자체의 원가도 상당하거니와 소리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설계에도 그만한 비용이 들어간다. 블랙앤화이트는 접근방법을 달리했는데 고음을 내는 밸런스드 아머쳐 드라이버와 중저음을 담당하는 다이나믹 드라이버를 각각 한 개씩 달았다. 물론 밸런스드 아머쳐 드라이버를 두 개 쓰는 것보다 소리가 못할 수는 있지만 가격은 합리적으로 떨어진다.

한층 개선된 줄꼬임 방지 케이블 채택

비츠바이닥터드레 이어폰·헤드폰이 인기를 끈 데는 특유의 납작한 케이블도 한 몫 했다. 심미적으로도 안정감을 주거니와 줄 꼬임 현상을 막아 주었기 때문이다. 요즘에는 ‘칼국수’ 이고 불리는 이런 종류의 케이블을 찾는 것이 크게 어렵지 않다. 블랙앤화이트는 이러한 납작한 케이블에 마찰을 막아 주는 미세한 홈을 새겨 놓았다. 물론 이렇게 홈을 파 놓았다고 해서 이어폰 줄이 꼬이는 것을 100% 막아주지는 못한다. 하지만 선이 꼬였을 때 한결 엉킴이 덜하고 풀기는 쉬워진다.

이어폰 오른쪽에 달린 통화용 마이크와 리모컨을 이용하면 스마트폰을 꺼내지 않아도 통화할 수 있다. 다만 마이크 부분이 너무 아래로 내려와 시끄러운 곳에서는 내 말소리가 상대방에게 잘 전달되지 않는다. 손으로 마이크를 입에 가까이 가져가야 하는 경우가 잦았다. 1cm 정도만 더 위로 올려 달았으면 어땠을까. 리모컨은 애플 아이폰과 안드로이드 기기 모두 호환되며 한 번 짧게 누르면 재생·정지, 두 번 짧게 누르면 다음 곡으로 넘어간다. 오래 누르면 애플 시리, 구글 나우 등 음성인식 프로그램을 불러낸다.

저음·고음 뚜렷이 드러난 개성 있는 소리

블랙앤화이트가 내는 소리는 확실히 호불호가 갈린다. 좋게 말하면 개성이 있고 나쁘게 말하자면 양극단으로 치우쳤다. ‘강렬한 비트감’과 ‘선명한 고음’을 내세운 만큼 중저음도 확실히 울리고 보컬도 잘 들린다. 문제는 이런 소리가 그다지 조화롭게 들리지 않는 느낌이다. 전자음이나 고음을 내는 악기가 많이 쓰인 곡을 오래 듣다 보면 사람에 따라 피로를 느끼기도 한다. 심심한 소리는 아니지만 질리지 않고 오래 들을 수 있는 소리는 내지 못한다.

실리콘 이어팁이 아닌 부드러운 재질로 만들어진 폼팁을 끼우면 중저음이 듣기 부담 없을 정도로 내려가지만 이번에는 상대적으로 고음이 커진다. 음원을 재생하는 기기에서 오히려 이퀄라이저를 통해 고음역대를 약간 낮춰주어야 할 정도다. 하지만 이런 블랙앤화이트의 특성은 역설적으로 영화나 드라마 등 영상물을 감상할 때는 확실히 제 값을 한다. 소음이 어느 정도 있는 실외에서 볼륨을 크게 높이지 않아도 될 정도로 대사 전달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결론 : 개성 강한 스마트폰용 이어폰…구매 전 청음 추천

티피오스 블랙앤화이트는 견고한 청동 하우징에 소리 재현도가 높은 밸런드스 아머쳐 유닛과 다이렉트 드라이버를 결합해 한정된 가격 안에서 최대한 음질을 끌어올렸다. 핸즈프리 기능이 애플 아이폰·아이패드와 구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서 호환성 문제 없이 모두 작동하고 꼬임 현상을 낮춘 케이블을 써서 휴대성도 뛰어나다. 하이브리드 방식이긴 하지만 밸런스드 아머쳐 유닛을 쓴 이어폰을 싼 값에 써 볼 수 있는 것도 큰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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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히 소리만 놓고 따지면 스마트폰에 따라오는 흔한 번들 이어폰보다 훨씬 낫다. 밸런스드 아머쳐 방식이 가진 가장 큰 장점인 뛰어난 해상력 때문이다. 하지만 개성적인(혹은 자극적인) 소리를 만들기 위해 다소 지나칠 정도로 튜닝된 소리가 아쉽다. 고음을 한 단계 정도 내려줬다면 보다 듣기 편한 소리를 즐길 수 있었을 것 같다.

물론 ‘들을만한 소리’에 대한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다. 영화나 예능 프로그램 등 동영상을 즐기거나, 묵직한 비트가 실린 음악을 자주 듣는 사람이라면 이 이어폰에 충분히 만족할 수 있다. 피로감이나 치우친 소리에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다른 이어폰을 찾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제품이 색다른 소리를 원하거나 밸런스드 아머쳐를 경험하고 싶은 사람에게 좋은 디딤돌이 될 수 있다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개성이 강한 만큼 구입하기 전 청음이 가능한 매장에서 미리 들어볼 것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