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구글, 스마트TV 동지에서 적으로?

구글TV 실패 후 각자의 길 행보 두드러져

일반입력 :2014/06/26 16:12

한때 스마트TV 플랫폼 전략에서 상생을 도모했던 LG전자와 구글의 사이가 확 벌어질 조짐이다.

최근 LG전자가 웹OS TV 소프트웨어개발도구(SDK)를 통해 개발자 생태계 조성에 나섰다. 웹OS 스마트TV 제품인 '스마트+ TV' 전략에 집중한다고 공언해 그 활발한 제품 개발 및 판매와 동시에 기존 자체 TV플랫폼 '넷캐스트'와 파트너 구글의 '구글TV'의 단종이 이뤄질 것을 암시했다.

때마침 25일(현지시각) 구글도 미국 샌프란시스코 구글I/O 컨퍼런스에서 '안드로이드TV' 플랫폼을 소개하고 셋톱박스 및 완제품 TV 형식으로 상용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소니, 샤프, TP비전(구 필립스)이 올가을 출시할 2015년형 신제품에 안드로이드TV를 탑재할 파트너로 이름을 올렸다.

과거 LG전자는 구글TV 제품을 나름대로 성실하게 출시해 준 파트너였다. 그런데 이번 안드로이드TV 파트너 목록엔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일부 시장 수요가 남아 있는 넷캐스트, 구글TV 제품 라인에 대한 사업은 유지한다는 게 LG전자의 방침이지만, 웹SO TV 제품을 통해 안드로이드TV를 내놓은 구글과 맞붙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구글이 안드로이드TV 플랫폼을 소개할 시기보다 하루 앞서 LG전자가 웹OS TV SDK를 공개한 움직임은 시사하는 의미도 크다. 두 회사가 애플리케이션(이하 '앱') 개발자들의 선택을 놓고 맞붙는 구도를 형성하기 때문이다. 구글I/O 일정은 지난 2월 공지됐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파트너인 LG전자가 이걸 몰랐을 리 없다.

그럼에도 LG전자는 아직 구글을 드러내놓고 적대하진 않는 모습이다. LG전자 TV사업을 담당하는 홈엔터테인먼트(HE)사업본부 관계자는 구글과의 파트너십에 대해 묻자 웹OS 플랫폼에 주력해 스마트TV 사업을 키워가려는 전략을 세운 게 맞다면서도 기존 구글과의 (협력)관계는 유지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장기적으로 LG전자의 구글TV 파트너십은 실질적인 의미가 없어질 것으로 보인다. LG전자는 공식적으로 말을 아끼고 있지만, 제품 자체도 사실상 단종 단계다. 구글이 플랫폼 업데이트에 손뗀지 1년을 넘긴 마당에, 제조사에서 후속 제품을 출시할 명분이 없다.

이와 관련한 질문에 대해 LG전자 관계자는 기존 출시된 모델에 대한 사용자 및 개발자 대상 지원이 계속 이뤄질 것이라고만 밝혔다.

그리고 구글의 안드로이드TV 파트너십 전략에 나중에라도 LG전자가 참여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LG전자가 구글TV 파트너로 협력하는 동안 구글의 플랫폼 지원과 LG전자의 제품 출시는 틈새 시장 대응, 양사간 우호적인 관계 유지 정도의 의미만 갖고 있었다.

LG전자가 굳이 안드로이드TV를 지원할 이유는 거의 없다. 구글이 완제품TV 제조사들에게 뚜렷한 이점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점에선 구글TV나 안드로이드TV나 마찬가지다. TV플랫폼 자체의 경쟁력이 이를 채택한 완제품TV 제조사의 매출을 가시적으로 높여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 그럼에도 소니, 샤프, TP비전이 가세한 이유는 뭘까.

이들은 지난 몇년간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세계 TV시장에서 두자릿수 점유율을 차지하며 성장하는 동안 경기 침체 여파로 실적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해 왔고 최근 TV사업 구조조정을 단행했다는 공통점을 보인다. 내수시장에서 급성장한 중국 제조사들에게 쫓기는 입장이다. 국면전환을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향후 전사적인 관점에서 LG전자와 구글은 여전히 협력할 수 있다. 안드로이드가 LG전자 모바일커뮤니케이션(MC)사업본부의 스마트폰 사업에 여전히 핵심이기 때문이다. 사업본부에 따라 구글과의 관계 설정이 달라질 수 있는 만큼, 공식 입장에선 기업대 기업의 관계를 논할 때 모호함을 고집하는 태도는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LG전자와 구글의 관계는 향후 '스마트홈'이라는 큰 그림에서 더 벌어질 수도, 다시 긴밀해질 수도 있다. 이 영역에서 두 회사는 아직 각자 움직이고 있다. 일종의 눈치 작전을 벌이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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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는 올초 네이버 메신저 라인을 통해 대화형으로 자사 냉장고에 명령을 내릴 수 있는 '홈챗'을 선보였다. 지난 4월 해당 유형의 가전 제어 기술을 세탁기, 조리기구로도 확산했다. 다만 아직 스마트홈 서비스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자체 플랫폼을 갖추겠다는 등의 본격적인 메시지를 내놓지는 않고 있다. 이 영역을 자체 기술과 역량으로 해결할 계획일지, 파트너십을 통해 외부의 힘을 빌릴 것인지 여부가 구글과의 관계 설정에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구글도 스마트홈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다. 다만 그에 인수된 자동온도조절장치 업체 네스트가 구글I/O 행사를 앞둔 지난 23일 외부 앱 개발자나 제조사가 네스트 제품을 조작할 수 있도록 만들고 개발자 지원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구글 자동검색 서비스 구글나우를 통해서도 네스트 기기 제어가 가능하다. 네스트 기기 사용자들은 정보공유에 동의함으로써 집을 비웠을 때에도 세탁기나 건조기 작동상태 알림을 받거나 도둑을 막기 위해 원격으로 전등을 켜고 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