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가 보는 구글 안드로이드 전략

손영수 NHN넥스트 교수 인터뷰

일반입력 :2014/06/26 16:15    수정: 2014/06/26 17:28

황치규 기자

'안드로이드의 강력한 세력 확대'

25(현지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구글 I/O 개발자 컨퍼런스에 참석한 손영수 NHN넥스트 교수는 이번 행사 성격을 한마디로 이렇게 규정했다. 안드로이드 적용 범위가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넘어 TV와 웨어러블, 그리고 사물인터넷(IoT)을 향하고 있음이 분명해졌다는 얘기다.

구글은 이번 행사에서 IoT에 대응하기 위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를 포함한 다양한 라이업을 발표했다. I/O 컨퍼런스만 놓고보면 안드로이드는 구글 미래 전략의 중심이었다.

구글은 2개 운영체제를 제공한다. 하나는 안드로이드고 다른 하나는 웹기반 서비스에 초점이 맞춰진 크롬OS다. 웹은 구글을 상징하는 키워드인 만큼 향후 구글 플랫폼 전략은 안드로이드보다는 크롬OS쪽에 무게가 실릴 것이란 전망도 있었던게 사실이다. 안드로이드는 과도기적인 플랫폼에 그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개발자이기도한 손영수 교수는 안드로이드와 크롬OS간 비교에 대해 행사만 놓고보면 안드로이드의 존재감이 더욱 커진 것 같다는 입장이다.

그는 웹이 미래인 것은 맞지만 현재 시점에선 앱이 많이 쓰인다면서 모바일의 경우 웹을 쓰는 비중이 15% 정도 밖에 안된다고 말했다. 인터넷 속도 등 모바일에서 웹의 대중화는 시간이 걸릴 것이란 얘기다.

IoT까지 삼키려는 구글의 비전은 새로 공개된 '안드로이드L' 플랫폼에 제대로 담겼다. 핵심은 역시 웨어러블 컴퓨팅과 IoT. 손영수 교수는 안드로이드L은 저전략에 다양한 에너지 절약 모드도 잘 지원해 개발자가 배터리 상황을 보고 유연하게 프로그래밍할 수 있을 것이다며 웨어러블과 IoT를 준비하기 위한 라인업 성격이 강해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구글이 안드로이드에서 달빅 가상머신 대신 ART를 투입한 것도 IoT를 대비한 포석으로 해석했다.

개발자를 위한 백엔드 기능도 관전포인트. 구글은 이번 I/O에서 개발자들이 앱을 잘 개발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백엔드 기능을 쉽게 접목할 수 있는 클라우드 API를 내놨다. 이와 관련해 손 교수는 구글 데이터플로를 주목했다. 데이터플로는 빅데이터 표준 프레임워크로 꼽히는 하둡의 맵리듀스를 대체하는 기술이다. 그는 오픈소스 기술을 활용해 트위터에 있는 정보를 수집하고 그래픽으로 표현하는 작업을 하는 것이 쉽지 않은데, 구글은 그걸 누구나 하게 서비스로 내놨다고 말했다.

구글이 프로그래밍 모델을 단일화시키는 것도 흥미롭다는 평가. 구글은 이번 I/O에서 스마트폰, 스마트워치, 구글글래스 같은 기기에서 개발자들이 동일한 프로그래밍 모델을 쓸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구글의 행보는 개발자들 사이에서 이슈가 꽤 될 것 같다는 것이 손 교수 설명. 그는 안드로이드, 안드로이드웨어, 구글 글래스 앱 개발 모델을 하나로 가져감으로써 개발자는 적은 노력으로 여러 디바이스용으로 앱을 배포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손 교수에 따르면 I/O 컨퍼런스의 핵심 메시지는 안드로이드가 IoT까지 커버할 수 있도록 구글은 저전력, 스케줄링 기법 등과 관련한 API를 공개했고 구글 클라우드 플랫폼도 강화해 개발자들이 쉽게 안드로이드용 서비스를 만들 수 있는 생태계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구글의 의지대로 안드로이드가 자동차, TV, 웨어러블 기기에서도 스마트폰에서와 같은 영향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손 교수는 안드로이드 매트리얼 디자인(material design)도 대형 변수로 꼽았다. 구글이 선보인 디자인은 구글이 제공하는 모든 안드로이드 플랫폼에 적용가능하도록 설계됐다. 스마트폰이나 TV에 모두 쓸 수 있다.

문제는 안드로이드 오픈소스 프로젝트(AOSP)에선 활용할 수 없다는 것. 이것은 개발자들이 샤오미 스마트폰이나 아마존 킨들처럼 AOSP를 활용한 모바일 기기용 앱 디자인과 구글 안드로이드용을 따로따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AOSP는 같은 안드로이드지만 구글이 제공하는 것과는 다른게 많다. 구글 서비스도 쓸 수 없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MS가 내놓은 안드로이드폰도 AOSP 기반이다. MS로 인수되기전 노키아는 AOSP를 기반으로 구글 플레이 스토어 API를 대체하는 API와 프레임워크를 개발했다. 또 구글 서비스 대신 MS 클라우드서비스인 아웃룩, 스카이프, 원드라이브 등을 제공한다.

구글에게 같은 안드로이드라도 AOSP를 탑재한 기기들이 퍼지는게 마냥 반가울리는 없다. 구글 서비스를 제대로 쓸 수 있는 안드로이드 기기가 많이 팔려야 구글의 수익성도 좋아지게 마련이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AOSP 기반 기기 점유율은 대략 30% 수준인 것으로 전해진다. 50%인 구글판 안드로이드와 자웅을 겨룰만한 위상이다. 개발자 입장에선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 올라가는 앱만 개발하는건 큰 시장 하나를 놓치는 셈이다. 실제로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개발자들은 대부분 구글 안드로이드와 AOSP를 모두 지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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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OSP에선 쓸 수 없는 매트리얼 디자인은 이같은 상황을 밑바탕에 깔고 이뤄졌다. 구글이 이번 I/O에서 내놓은 안드로이드 관련 기능도 대부분은 구글 플레이 서비스와 맞물려 돌아가는 것이 많다. 안드로이드 개발자 입장에선 AOSP와 구글판 안드로이드를 모두 지원하려면 해야할 일이 늘 수 밖에 없다.

그래서일까? 일각에선 구글이 AOSP에 대한 견제를 본격화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에 대해 손영수 교수는 구글 안드로이드와 AOSP용 앱을 상대적으로 쉽게 개발할 수 있게 지원하는 오픈소스 프로젝트들이 늘어날 것이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