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로이드L, 5천개 API 추가로 바뀐 것들

2008년 첫 버전 이후 사상 최대 변화

일반입력 :2014/06/26 10:01    수정: 2014/06/26 10:12

구글이 5천개 이상의 새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를 추가한 새 모바일 운영체제(OS) '안드로이드L' 버전을 소개했다. 지난 2008년 안드로이드 첫 버전을 선보인 이래 최대 변화라는 평가다.

외신들은 구글이 25일(현지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 구글 I/O 컨퍼런스에서 안드로이드L을 소개하며 오는 26일 개발자용 미리보기(previews) 배포를 예고했다고 전했다. 구글은 스마트폰, 태블릿을 넘어 자동차, 웨어러블 기기, TV 셋톱박스까지 겨냥한 영토 확장에 나선 만큼 개발자들이 안드로이드L을 통해 여러 기기에서 더 효율적이고 우아하게 작동하는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을 만들도록 유도할 전망이다.

미국 씨넷의 수석기자 스테판 섕클랜드와 휴대용 기기 소식을 다루는 사이트 랩톱의 수석기자 대니얼 P.하울리는 안드로이드L의 주요 신기능에 초점을 맞춰 그 변화를 소개했다. 새로운 사용자 인터페이스(UI), 강화된 알림, 사용자 인증방식, 달라진 멀티태스킹 동작, 강화된 앱간 정보 연동, 개선된 성능, 향상된 배터리 수명 등이 꼽혔다.

우선 안드로이드L은 모바일 기기뿐 아니라 노트북과 TV에 자연스럽게 대응하며 성능도 개선된 사용자인터페이스(UI) '매터리얼 디자인'을 품었다. 이 UI 시스템은 화면의 구성요소에 '높이(elevation values)' 개념을 더해, 시각적으로 높낮이를 느낄 수 있는 광원 효과나 그림자 연출을 적용 가능하다. 테크노버팔로에 따르면 여러 크기 화면 대응, 글꼴 처리, 피드백 애니메이션도 강화돼 터치의 반응이나 앱 전환도 부드러워졌다.

알림 기능도 강화됐다. 이제 잠금 상태에도 화면 위에서 끌어내리는 방식으로 기기의 '알림서랍(Notifications Drawer)'을 표시할 수 있다. 여기에 알림 메시지를 띄운 앱으로 바로 전환도 된다. 또 안드로이드L에 추가된 경고형(heads-up) 알림은 사용자가 게임을 하는 중 걸려온 전화를 받는 등 실행중인 앱 화면을 유지한 상태에서 뭔가 선택해야 할 때 유용해 보인다.

안드로이드L은 특수한 상황에서 기기의 잠금을 해제하는 사용자 인증 과정을 단순화했다. 사용자가 '안드로이드 웨어' 기반 장치를 착용 중이라면 안드로이드L 단말기는 그걸 인식해 전원 단추를 누르는 것만으로도 잠금을 해제한다. 웨어러블 기기와 떨어지면 기존처럼 미리 정한 비밀번호를 입력하거나 무늬를 따라 그리게 한다.

구글은 '최근 사용한 앱(Recent Apps)' 기능을 수정해 웹과 앱의 구별을 없앴다. 최근 사용한 앱은 일종의 멀티태스킹, 앱간 전환을 위한 기능이다. 이제껏 사용자가 크롬에서 여러 탭을 띄워도 이 목록에선 크롬 앱 한 항목만 보였는데, 안드로이드L 버전에선 여러 탭이 개별 항목으로 표시된다. 특정 웹페이지와 앱간 전환이 한결 자연스러워진 셈이다.

그리고 안드로이드L에서는 '앱 인덱싱(App Indexing)'이라는 기능을 지원한다. 이는 크롬에서 어떤 웹서비스 사용시 필요한 안드로이드 앱의 정보를 끌어올 수 있게 해준다. 미국 식당예약 서비스 '오픈테이블(OpenTable)'를 예로 들면, 크롬으로 식당 예약시 단말기에 깔린 오픈테이블 앱과 그 검색결과 목록을 인식해 그 내용을 곧바로 보여 주는 식이다.

꾸준히 개선돼 온 안드로이드의 성능은 이번에도 더욱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 안드로이드L은 64비트 지원으로 차세대 프로세서 환경에 대응을 준비 중이다. 또한 '안드로이드 확장기능 팩'이라 불리는 것을 통해 모바일에 테슬레이션, 지오메트리셰이더, 컴퓨터셰이더, ASTC텍스처압축 등 PC급 그래픽 기능이 지원될 예정이다. 게임 플랫폼의 입지를 다지는 모양새다.

향상된 배터리 수명은 많은 사용자의 관심을 끌 듯하다. 안드로이드L은 '프로젝트 볼타'라 불리는 구글의 안드로이드 전력효율 개선 연구의 성과를 통해 더 나은 배터리 수명을 보장할 것으로 소개됐다. 자체 전력 절감 기술을 탑재, 사용자가 단말기를 잘 쓰지 않을 동안 자동으로 CPU 부하와 화면 밝기를 줄여 전기를 아낀다. 사용시간을 90분가량 늘렸다는 설명이다.

이밖에도 향상된 셔터스피드와 ISO 감도 조작 및 초당 30프레임짜리 무압축 동영상 녹화 등 강력해진 카메라 제어, 지난해 첫선을 보인 뒤 앱 실행 성능이 2배 빨라진 '안드로이드 런타임(ART)', 크롬36 버전에서 새로운 웹표준으로 강화된 웹앱 대응, 끊김 없이 무선랜과 데이터통신간 연계를 돕는 네트워크 제어, 강화된 블루투스 저전력기술 기반의 근거리 네트워크 등 지원이 이뤄졌다.

섕클랜드 수석기자는 안드로이드의 프리뷰 버전 배포 방식이 과거 온전한 버전을 만들기 전까지 배포하지 않았던 방식과 대조적이라고 지적했다. 또 베타테스트와 프리뷰 버전 배포는 기존 앱 개발자들이 앞서 내놨던 앱을 새 환경에서 테스트하고 가능한한 빨리 더 미려하고 유용하게 업데이트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셈이며, 안드로이드 생태계를 더 빨리 나아가게 할 수 있는 전략이라 평했다.

앱 실행 성능을 개선하기 위한 구글의 노력은 현재 진행형이다. 2배 빨라진 ART는 이제 모든 안드로이드L 버전이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 ART는 지난해 넥서스5 단말기와 안드로이드4.4 킷캣 OS를 통해 첫선을 보였지만, 모든 킷캣 버전에서 지원한 게 아니었다. 다만 안드로이드L에서도 ART는 여전히 실험적이며 기본 플랫폼은 달빅 가상머신(VM)이다.

또다른 미국 씨넷 소속 댄 그라지아노의 기사를 참고로 일부 킷캣 단말기 사용자들은 안드로이드L 버전 업데이트를 받기 전에도 ART를 써 볼 수 있다. 킷캣 기반 단말기 환경설정에서 '단말기 정보'를 열고 '빌드 번호' 항목을 7번 누르면 숨겨진 '개발자 설정'을 열 수 있게 되는데, 여기에 포함된 고급 설정 가운데 '런타임 선택' 항목이 있다. 이 설정의 기본값이 '달빅 사용'인데 이를 'ART 사용'으로 바꾸고 기기를 재시작하면 새로운 앱 구동 기술을 접할 수 있다. 안정성은 좀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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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로이드L 버전은 내일 개발자들에게 프리뷰 단계로 배포되고, 완성판은 올가을께 공개될 예정이다. 일단 구글 넥서스5 스마트폰과 넥서스7 태블릿 사용자들은 안드로이드 개발자 사이트를 통해 내려받아 곧바로 써 볼 수 있다.

사실 안드로이드L이라는 명칭도 현재는 코드명일 뿐이고 정식 명칭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이제껏 그래왔듯 알파벳 순서에 맞는 머릿글자로 시작하는 달달한 디저트 이름이 될 것으로 짐작만 할 수 있다. IT미디어 더버지는 '킷캣'의 K에 이어 L이라는 머릿글자를 쓰는 '롤리팝(Lollipop)'이나 '감초(Liquorice)'가 되지 않겠느냐는 추측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