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리적 가격 앞세운 플래그십 SSD

샌디스크 익스트림 프로 SSD 리뷰

일반입력 :2014/06/25 09:50

권봉석

샌디스크 익스트림 프로(이하 익스트림 프로)는 고해상도 사진·동영상으로 작업하는 일이 많은 전문가를 위한 SSD다. 읽고 쓰는 속도가 빠른 D램과 SLC 플래시메모리를 조합한 2단계 캐시 기술 ‘n캐시’를 이용해 속도를 높였다. 연속 읽기·쓰기 속도는 최대 550MB/s, 520MB/s이며 SATA 3(6Gbps) 규격을 따르고 2.5인치 HDD(하드디스크 드라이브)를 연결할 수 있는 PC나 노트북, 게임 콘솔기기와 호환된다.

플래시 메모리는 샌디스크 19nm MLC 방식이며 용량에 따라 32/64/128GB 칩을 8개씩 묶어서 제품을 구성한다. 컨트롤러칩은 고성능 SSD에 흔히 쓰이는 마벨 88SS8197이다. 윈도 운영체제에서 ‘샌디스크 SSD 대시보드’를 실행하면 성능 모니터링, 펌웨어 업데이트, 남은 수명 확인등이 가능하다. 보증기간은 구입일부터 10년간이며 정가는 240GB 36만 9천원, 480GB 69만 9천원, 960GB가 113만 9천원.

SATA3 SSD 가운데 최정상급 속도

리뷰 제품은 64GB 플래시 메모리 여덟 개를 묶어 480GB를 구성했다. 계산상 총 용량은 512GB가 되어야 하지만 이 중 32GB는 저장공간에 불량이 생길 경우 쓰는 예비공간이다. 윈도 8.1 PC(인텔 코어 i5-4440, DDR3 8GB, 64비트)에서 성능측정 프로그램 ‘AS SSD 벤치마크’로 성능을 확인했다. 리뷰 제품(포맷 후 447.13GB)을 NTFS로 포맷한 다음 아무 파일도 저장하지 않은 상태에서 측정하면 읽기 최대 495.41MB/s, 쓰기 최대 473.34MB/s가 나온다. 현재 팔리는 SATA3 방식 SSD 중 가장 빠른 수준이다.

동영상, 문서, 사진 등 여러 종류 파일을 복사해 50%(223.5GB) 채운 다음 다시 테스트한 결과는 읽기 최대 476.71MB/s, 쓰기 최대 457.3MB/s다. 파일이 전혀 없는 상태보다 읽고 쓰는 속도가 약 20MB 가량 떨어졌지만 읽기 최대 460MB/s, 쓰기 최대 300MB/s 정도인 보급형 SSD와 비교해도 여전히 빠르다. 단 전체 용량의 90%(402.42GB)까지 파일을 채우면 읽고 쓰는 속도가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다. 플래시 메모리가 가득 차면서 한꺼번에 읽고 쓸 수 있는 메모리칩 갯수가 줄어들기 때문에 생기는 길이다. 이처럼 최악의 경우에도 여전히 HDD보다는 두 배 이상 빠르다.

무상보증기간 10년 “PC 수명보다 길다”

SSD에 쓰이는 플래시 메모리는 쓰면 쓸수록 수명이 줄어드는 데다 다시 쓸 수 있는 횟수도 정해져 있다. 이를 감안해 HDD와 달리 SSD는 보증 기간이 3년 이상으로 유독 길다. 하지만 SSD 가격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보급형 제품은 3년까지 보증기간을 줄이는 상황이다. 익스트림 프로의 보증 기간은 구입일 이후 10년간이다. SSD를 달아 쓰던 PC나 노트북을 업그레이드한 뒤에도 계속해서 쓸 수 있도록 한 일종의 배려다.

단 여기에는 당연히 조건이 있는데 80TB 이내로 쓰고 지워야 한다는 것이다. 블랙박스에 사용한 메모리카드 보증기간이 고작 6개월에 불과한 이유와도 같다. 이 제품의 조건은 10년에 80TB, 1년에 8TB 꼴인데 이를 다시 계산하면 하루에 약 21.9GB 꼴이다. 윈도 운영체제를 설치한 다음 주로 프로그램을 빠르게 실행하는 용도로만 쓴다면 3년간 5TB도 간신히 넘길까 말까한 수치다. 일반 사용자라면 정해진 수명에 크게 연연할 필요는 없지만 대용량 사진·동영상 파일을 복사한다면 하루에 22GB도 가볍게 넘긴다.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지만 정 걱정된다면 가끔씩 전용 프로그램인 샌디스크 SSD 대시보드로 읽고 쓴 용량을 확인하면 된다.

속도 높이고 수명 늘리는 ‘n캐시 기술’

HDD보다 그 정도는 덜하지만 SSD도 시간이 지나며 차츰 성능이 떨어진다. HDD는 쓰면 쓸수록 데이터가 여기저기 흩어져 저장되기 때문에(단편화) 읽어오는 데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SSD는 한 플래시 메모리에만 집중적으로 데이터를 써서 수명을 줄이는 것을 막기 위해 이미 여러 곳에 데이터를 나누어 저장하는 ‘웨어레벨링’ 기술을 쓴다. 오히려 문제가 되는 것은 읽고 쓰는 횟수가 늘어나면서 반도체 자체의 성능이 떨어지는 것이다.

익스트림 프로는 SSD에 기록할 데이터를 담아 두는 캐시를 여러 단계로 나누는 기술인 ‘n캐시’를 이용해 이런 문제를 해결했다. 써야 할 데이터를 읽고 쓰는 속도가 빠른 D램에 모은 다음 안정성이 높은 SLC 플래시 메모리로 한 번 더 모았다가 마지막으로 MLC 플래시 메모리에 기록한다. 일정 용량이 모이면 한꺼번에 기록하기 때문에 읽고 쓰는 횟수를 줄이면서 성능도 높일 수 있다.

결론 : 속도와 용량 모두 만족시키는 플래그십 SSD

익스트림 프로는 대용량 사진이나 동영상 작업이 잦은 전문가, 게임을 자주 실행하는 게이머를 위해 빠른 읽고 쓰기 성능과 넉넉한 용량을 내세웠다. 작게는 240GB에서 많게는 960GB까지 고를 수 있어 용량 선택 폭도 넓다. 안정성과 속도를 동시에 높이기 위해 고급형 SSD에 흔히 쓰이는 마벨 컨트롤러칩 ’88SS8197′을 썼다. 속도도 수준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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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익스트림 프로가 가장 빠른 SSD는 아니다. SATA3 방식 SSD는 이미 전송 속도의 한계치까지 거의 다 끌어낸 상태다. 읽고 쓰는 속도가 최대 600MB/s를 넘는 PCI 익스프레스 방식 SSD도 있지만 240~256GB 제품이 30만원을, 480GB 제품은 90만원을 훌쩍 넘는다. 하지만 익스트림 프로는 정식 출시 과정에서 가격을 크게 떨어뜨려 240GB 제품을 23만원 선에, 480GB 제품을 45만원 선에 살 수 있다. 용량과 성능이 비슷한 다른 회사 제품과 비교하면 조금 비싸지만 동급 최고 속도와 10년이나 되는 긴 무상보증기간을 생각하면 타당한 가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단점을 꼽자면, 윈도 운영체제나 데이터를 있는 그대로 새 SSD로 옮겨주는 소프트웨어를 아직 기본으로 제공하지 않는 부분이다. 샌디스크 측은 현재 준비 중이라고 밝혔지만, 이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기업이 아직까지 흔한 마이그레이션 프로그램 하나 제공하지 않는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유료로 사야하는 범용 프로그램을 쓰지 않는다면 결국 윈도 운영체제를 다시 설치하거나, 파일을 일일이 손으로 복사하는 수고를 감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