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규제, 업계 책임론 커져

“게임사들의 안일한 대처 큰 문제”

일반입력 :2014/06/20 09:41    수정: 2014/06/20 09:44

최근 공식적인 토론회 자리에서 게임사들을 향한 책임론이 부각되고 있다.

그 동안 게임에 대한 정부의 이중·삼중 규제들이 나온 배경에는 게임사들의 안일한 대처도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것.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열린 ‘게임, 중독인가? 예술인가’ 국회 토론회에서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게임사들이 장기적으로 자기 정체성을 고민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이 교수는 “게임사들이 매출을 줄여야 한다”면서 “게임문화 관련 연구 수준은 중세법에 가깝다. 이 때문에 게임업계가 규제 당하는 빌미를 제공했다고 본다”고 꼬집어 말했다. 또 “게임 문화 연구가 필요하다고 많은 학자들이 외쳤는데도 주류 게임사들이 게임 문화 연구에 얼마나 투자했는지 반문하고 싶다”고 지적했다.

윤형섭 상명대학교 교수 역시 국내 게임사들을 향해 보다 사회적 책임감을 갖고 더 창의적인 게임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최근 일명 ‘짝퉁’ 게임들이 범람하고, 게임기업들이 사회공헌 활동에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어 이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화연대가 주최한 ‘강제적 게임 셧다운제 합헌 판결과 게임규제 대응방안’이란 주제의 토론회에서도 게임업계의 노력이 부족하다는 질책성 발언이 나왔다.

당시 토론자로 나온 권경우 문화평론가는 박근혜 정부 들어 문화적 보수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음을 알리면서 “게임업계가 기본적으로 사회와 대중 속에서 게임이 문화로, 표현으로 인식되는 데 있어 전혀 관심이 없었다”며 “게임업체에 대한 인식 전환을 하는 게 아니라 게임 자체의 인식을 바꾸는 데 투자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권 평론가는 “여성가족부는 앞으로도 제도를 만들 것이고 협의체를 운영할 것이기 때문에 게임업계도 다양한 연구와 이론 정립들을 통해 그 이상을 생각해 봐야 한다”면서 “진보 진영에서도 인터넷, 게임에 보수적이기 때문에 이런 고정관념과 편견을 어떻게 부술지 연구하고 고민해야 한다. 담론적인 싸움과 실천들이 끊임없이 진행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재홍 한국게임학회장도 게임업계가 학문적 연구에 관심이 부족하다는 뜻에서 아쉬움을 드러낸 바 있다. 게임사들이, 게임인들이 더욱 공부하고 자기들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내야 한다면서 학회에도 관심을 갖고 함께 참여해주기를 바랐다.

이 학회장은 “게임은 고귀한 문화다. 인류학에 없어선 안 되는 게임을 이제는 고급화된 문화로 끌고 가야 한다”며 “게임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만들도록 노력하고 공부해야 한다. 또 업계는 아프면 아프다고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처럼 최근 학계 등 전문가들은 게임업계를 향해 스스로 반성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 동안 게임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인 인식과, 정부의 중복 규제의 원인을 외부로 돌려왔지만, 내부적인 비판도 필요하다는 생각에서다.

정부 규제에 맞서 학계와 각 대표 단체, 그리고 전문 매체들이 전면에 나서 산업 보호를 위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반면, 각 게임사들은 뒤로 물러나 있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는 이유도 비판의 논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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뿐만 아니라 게임과몰입에 따른 사회적 문제가 대두되자 지난 2010년 문화부와 게임업계가 자율로 기금을 조성해 출범시킨 게임문화재단의 기부금도 크게 줄어 게임업계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남궁훈 게임인재단 이사장은 지난 국회 토론회에서 “성장 중심으로 산업이 달려옴으로써 발생한 문제들에 게임사들이 스스로 나서야 한다”면서 “안에만 움츠려 있을 것이 아니라 사회와 의사소통하는 데 적극 나서야 한다. 게임사들이 책임을 다해야 당당하게 문제점이 무엇인지 사회에 목소리를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