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손흥민 에어컨’ 생산현장 가보니

[르포]LG전자 창원 제2공장 RAC 생산라인

일반입력 :2014/06/19 11:12    수정: 2014/06/19 15:04

정현정 기자

<창원=정현정 기자>창원시 성산구 성산동에 위치한 LG전자 창원2공장 내 RAC 생산라인은 여름철 가장 바쁜 곳 중 하나다. RAC는 ‘Residential Air Conditioning’의 약자로 여름 가전 필수품인 가정용 에어컨과 제습기를 주요 제품군으로 한다.

18일 기자가 방문한 RAC 생산라인 A2동에서는 그 중에서도 올해 LG전자가 주력 상품으로 내세우고 있는 ‘휘센 손흥민’ 에어컨과 ‘휘센 칼라하리’ 제습기를 생산하고 있다. 성수기를 앞두고 연간 판매량을 다 만들어내야 하다 보니 4~6월에는 잔업을 포함해 2교대로 주말도 없이 일하는 전쟁터가 따로 없다. 라인을 풀로 가동할 경우 스탠드형 에어컨의 경우 15초에 1대씩, 제습기는 12초에 1대꼴로 생산이 이뤄진다.

특히 올해는 제습기에도 ‘휘센’ 브랜드를 달고 인버터 기술을 확대 적용하면서 판매량이 지난해 대비 2배 이상 증가해 일손이 더 바빠졌다. 제습기 생산라인 풀가동 시점도 지난해 7월에서 올해는 4월로 당겨졌다. 아프리카 대륙 남서부에 펼쳐있는 건조지대인 ‘칼라하리 사막’의 이름을 딴 대표모델인 칼라하리 제습기의 경우 지난 4월 이후 월평균 판매량 신장률이 400% 이상을 기록했다.

LG전자가 2014 브라질 월드컵을 맞아 내놓은 손흥민 에어컨도 축구열기 고조와 함께 5월 이후 휘센 에어컨 판매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물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해 현재 생산라인을 풀가동 중이다.

손흥민 에어컨 생산라인과 칼라하리 제습기 생산라인은 A2동 2층에 나란히 붙어있다. 제습기는 용접 진공(배관 내 이물질 제거), 밀봉(누설 차단), 차징(냉매 주입) 등 에어컨과 주요 공정이 유사해 LG전자는 제품별 물량에 맞춰 에어컨과 제습기 혼류 생산이 가능하도록 라인을 배치했다. 수요에 따라 탄력적인 대응이 가능하다는 게 최대 장점이다. 에어컨과 제습기 비수기에는 공기청정기와 에어워셔를 생산할 수도 있다.

해외 9군데 생산기지를 갖고 있는 에어컨과 달리 LG전자 제습기는 전량이 이 곳 창원공장에서 생산된다. 특히 제습기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컴프레서의 경우에도 모든 제습기 제품에 LG전자가 만든 국내산 컴프레서가 탑재된다는 점을 LG전자는 강조하고 있다. 컴프레서 또한 창원공장에서 생산돼 바로 공급된다.

A2동에 들어서면 무인반송차(AGV, Auto Guided Vehicle)들이 분주히 이동하는 모습이 먼저 보인다. 기존에는 작업자가 직접 카트를 끌고 부품을 운반했지만 LG전자는 8년 전부터 AGV 시스템을 도입해 작업물을 운반하고 있다. 바닥에는 경로에 따라 칩이 매립돼 있어 AGV들은 물건을 싣고 목표지점까지 무인으로 이동한다.

이밖에 LG전자는 생산물량 증가에 맞춰 택타임을 단축시키고 생산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활동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이 곳에서는 ‘쪽지제안’ 프로그램을 통해 현장 작업자들의 아이디어를 적극 수렴한다. 대표적인 것이 컴프레서 생산라인에 적용된 드라이버 지그다. 제습기에 컴프레서를 장착하려면 총 4개의 스크류를 작업해야하는데 드라이버 두 개를 지그로 연결한 장치를 고안해 작업량을 절반으로 줄였다.

꼼꼼한 품질 관리도 LG전자가 강조하고 있는 점이다. 생산라인 곳곳에는 “가령 백 개 가운데 한 개만 불량품이 섞여 있다면 다른 아흔 아홉 개도 모두 불량품이나 마찬가진기라. 아무거나 많이 팔면 장땡이 아니라 한 통을 팔더라도 좋은 물건 팔아서 신용 쌓는 일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느그들은 와 모르나.”라는 故 구인회 LG 창업회장의 품질경영 어록을 게시해 임직원들의 품질의식 고취에 나서고 있다.

PCB 등 전장물을 취급하는 라인에는 정전기를 방지하기 위해 가습기가 가동되고 작업자들은 모두 제전앞치마와 제전토시를 착용하도록 해 사람에 의한 정전기도 제로에 가깝게 유지하고 있다. 또 조립라인에 ‘자주 순차 검사시스템’을 구축해 본인과 앞사람의 공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량을 눈으로 확인하고 잡아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조립이 끝난 제품은 100% 검사실로 이동해 전원을 투입해 실사용 조건에서 모든 기능이 정상 작동하는지 검토한다. 기능검사를 마친 제품을 흡음실에서 이상 소음이 발생하는지도 최종 확인한다. 만약 품질의 이상이 있는 제품이 발견되면 해당 제품은 다시 정밀 검사를 거쳐 이상 원인을 파악한다.

이밖에 LG전자는 창원 2공장에 모두 여섯 곳의 소음·진동센터를 운영하면서 이 곳에서 생산되는 중 가전제품의 소음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6면을 모두 흡음제로 처리해 반사음을 99.9% 차단하는 10평 규모의 무향실에서는 마이크를 통해 제품 자체에서 나오는 소음만을 측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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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제품 개발 과정에서 거치는 소음테스트만 수 백번에 달한다.이런 과정을 통해 올해 주력 모델인 휘센 칼라하리 인버터 제습기(모델명 LD-159DQV)는 소음도를 31dB 수준으로 낮춰 국내 판매 중인 제습기 중 최조 수준의 소음을 구현했다. 일반적으로 도서관의 소음도가 38dB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획기적인 수준이다.

현장에서 만난 윤상연 소음진동센터 책임연구원은 “소비자들이 성능 이외에 제품 소음에도 점차 민감해지고 있고 일부 예민한 소비자들은 28dB 수준까지도 소음으로 인식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며 “주요 소음원으로는 회전체, 팬, 부품 간의 균형, 모터, 수축과 팽창 등 여러 요소가 있는 만큼 개발 단계에서 모든 사용조건을 고려해 소음을 최저 수준으로 구현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