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 “게임중독 원인 학부모에게 있다”

게임 ‘중독-예술’ 토론회서 나온 촌철살인

일반입력 :2014/06/18 23:57    수정: 2014/06/19 08:49

게임을 중독물질로 규정하고 치료해야 하는 대상이 아니라, 이제는 우리 사회 깊숙이 들어온 하나의 문화이자 예술이라는 측면에서 발전적 토론이 이뤄졌다.

게임에 대한 인식이 왜 이렇게까지 나빠졌는지, 또 어떤 배경과 목적에서 게임중독법이 발의됐는지, 나아가 게임업계가 자성할 부분은 없는지 등 총체적인 내용들이 다뤄졌다.

특히나 게임을 규제의 대상으로 보는 사람들을 향한 토론자와 발제자들의 ‘촌철살인’이 토론회의 질을 한층 높였다.

먼저 18일 국회도서관에서 새정치민주연합·게임인연대 등의 주최로 열린 ‘게임! 중독인가, 예술인가?’ 토론회에서 청중들의 이목을 집중 시킨 발언은 이동연 교수로부터 나왔다.

그는 새누리당 신의진 의원이 입법 발의한 ‘게임중독법’(중독 예방·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안)에 대해 그 동안의 무조건적인 비판적 입장에서 잠시 한 발 물어난 듯 입을 열었다. 게임중독법 통과를 주장하는 이해국 교수 등의 절심함이 느껴지고 사명감을 갖고 얘기하더라는 것.

이 교수는 “정신과 의사로서 최소한의 숭고한 생각과 진심은 있을 것 같다”면서도 “그럼에도 게임중독법이 나오게 된 배경에는 중독정신의학계의 이해관계가 반영된 게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그는 “황우여 새누리당 전 원내대표가 독실한 크리스천으로서 게임을 잡지 않으면 교회가 무너진다는 생각을 한 것 같다”며 “정치적 보수주의, 기독교 보수주의, 학부모들의 이해관계가 암묵적으로 맞아떨어지면서 게임중독법이 나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진중권 교수의 발언도 청중들로부터 호응을 얻었다. 진 교수는 문제의 원인을 잡아야 하는데 문제를 편하게 해결하고자 게임을 잡는다는 비판적 시각을 드러냈다. 이를 가리켜 그는 ‘과학적 사고방식’이 아닌 '종교적 사고방식'으로 규정했다.

나아가 진중권 교수는 학부모들 스스로 문제가 자기들한테 있음을 생각해야 한다고 직언했다. 부모는 학교에 얘들을 맡기거나, 또 학원비를 대주면 의무를 다했다고 생각하지만 결국 이런 단편적인 생각들이 ‘진짜 교육’을 비게 만드는 원인이라고 꼬집었다.

남궁훈 게임인재단 이사장은 자신의 군 시절 에피소드를 소개하며 게임을 둘러싸고 있는 굴레의 근본적인 문제를 통렬하게 비판했다.

남궁 이사장은 “군 시절 차가 고장 나 거의 엔진만 빼고 부품들을 교체하고 수리했지만 차는 움직이지 않았다. 결국 차량이 멈춘 이유는 기름이 없었기 때문”이었다면서 “문제의 원인이 고장난 연료바였음에도 엉뚱한 것만 건드린 꼴이었다. 쉬운 진단만 내리고 원인을 찾고 싶지 않은, 또 믿고 싶지 않은 것에서 문제가 발생한다”고 역설했다.

오늘 토론회에서는 게임업계가 창의성을 키우고, 보다 사회적인 책임감을 다하는 데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는 쓴 소리도 나왔다.

윤형섭 교수는 게임인들이 보다 사회적 책임감을 갖고 더 창의적인 게임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최근 일명 ‘짝퉁’ 게임들이 범람하고, 게임기업들이 사회공헌 활동에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어 이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뤄진 것이다.

남궁훈 이사장도 성장 중심으로 산업이 달려옴으로써 발생한 문제들에 게임사들이 스스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에만 움츠려 있을 것이 아니라 사회와 의사소통하는 데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었다. 게임사들이 책임을 다해야 당당하게 문제점이 무엇인지 사회에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뜻이었다.

특히 이동연 교수는 “게임사들이 매출을 줄여야 한다”라고 까지 게임사들의 미온적인 태도에 불만을 드러냈다. 또 장기적으로 정체성을 고민했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피력했다.

이 교수는 “게임문화 관련 연구 수준은 중세법에 가깝다”면서 “이 때문에 게임업계가 규제 당하는 빌미를 제공했다고 본다. 게임 문화 연구가 필요하다고 많은 학자들이 외쳤는데도 주류 게임사들이 게임 문화 연구에 얼마나 투자했는지 반문하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외에 토론회에서는 토론 주제에 빗대어 “애니팡도 예술인가”라는 질문이 객석에서 나와 장내가 술렁이기도 했다. “게임을 해보니 예전에 본 게임이더라”는 날선 질문이었다. 아울러 예술이라 부르기 힘든 게임도 많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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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진중권 교수는 평가적 예술과 그 자체로서의 예술이 있다는 점을 설명한 뒤, 애니팡은 평가적 예술에 해당하고 정의적인 의미에서 게임이 예술인가에 대해서는 앞으로 논의될 사안이다고 답변했다.

한편 이번 토론회의 발제자로는 진중권 동양대교수·류임상 뉴미디어아티스트·윤형섭 상명대 교수가, 토론자로는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교수·남궁훈 게임인재단 이사장·이정웅 선데이토즈 대표·김일 한국콘텐츠진흥원 게임산업팀장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