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통법, 이통사 가입자당 매출 올리는 법?

미래부, 3조 차별 금지 조항 엉뚱하게 해석해 논란

일반입력 :2014/06/17 18:11    수정: 2014/06/17 18:22

‘이동통신사업자, 대리점 또는 판매점은 이동통신서비스 요금제의 사유로 부당하게 차별적인 지원금을 지급해서는 안 된다.’

오는 10월 시행을 앞두고 있는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이하 단통법) 제3조의 일부 내용이다.

17일 미래창조과학부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 같은 조항 때문에 단통법이 사실상 이동통신사의 가입자당 평균수익율(ARPU)을 높이는 도구로 활용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단통법 제3조는 이동통신요금제에 따라 부당하게 차별적 보조금을 지급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으나, 미래부는 소비자가 선택하는 요금제 규모에 따라 이통사가 합리적으로 차별적 보조금을 지급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일례로, 7만원 요금제를 선택하는 소비자에게 30만원의 보조금이 지급됐다면, 3만원짜리 요금제에는 이 비율을 감안해 이통사가 약 12만원만 지급하는 것을 허용한다는 것이다.

미래부 관계자는 “요금제에 따라 부당하게 차별적 지원금을 주지 말라는 의미는 모든 요금제에 같은 보조금을 주라는 것이 아니라, 이통사 기여분을 감안해 합리적 차별은 가능하다는 것”이라며 “고가 요금제에 일정 보조금이 지급됐다면 이 비율대로 저가 요금제에도 보조금을 주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미래부는 이통사들이 고가 요금제에는 보조금을 몰아주면서 저가 요금제에는 아예 보조금을 주지 않는 차별행위를 하고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미래부 관계자는 “사업자들이 고가 요금제를 선택하는 사람에게만 보조금을 집중시키는 크림스키밍을 하고 있다”며 “저가 이용자의 몫을 고가 요금제에 몰아주는 부당한 차별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 같은 조항이 들어간 것이며 향후 시행령 및 고시에 관련 내용을 구체화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소비자들이 이동통신서비스에 가입할 때 가장 큰 고려사항이 ‘단말을 싸게 구입하는 것’임을 감안할 때, 이 같은 미래부의 설명은 현실과 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고가 요금제를 선택할수록 보조금과 요금할인을 많이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유통 현장에서는 소비자들이 음성‧데이터 등의 이용패턴을 고려하지 않고 고가 요금제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4~5만원대 요금제에 가입하러 왔다가도 원하는 휴대폰을 싸게 구입할 수 있고 요금할인도 많이 받는다는 점을 강조하면 6~7만원대 요금제에 가입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특히, 단통법 제3조의 취지는 요금제와 상관없이 단말 모델에 따라 동일한 보조금을 지급하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미래부의 이 같은 설명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단통법 제3조의 취지는 요금제에 따라 보조금을 합리적으로 차별할 수 있다는 뜻이 아니다”며 “고가 요금제를 선택하면 요금할인 규모가 커지는 것이고, 이는 보조금과 관련이 없는 얘기”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이어 “법 조항 그대로 요금제에 따라 보조금 차별을 하지 말라는 의미이고, 번호이동, 신규가입, 기기변경 등 가입유형과 이용자의 거주 지역 나이 또는 신체적 조건에 따라 역시 보조금을 차별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A사의 B단말이 출시되면 이 단말의 보조금은 3만원 요금제를 선택하든, 7만원을 선택하든 동일한 가격에 판매돼야 하는 것이고, 비싼 요금제를 선택하면 그만큼 요금할인을 많이 받으라는 취지였다는 것이다. 즉, 단말 보조금과 요금할인은 별개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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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관계자는 “그동안 대리점과 판매점 등 유통현장에서 요금할인을 마치 단말 보조금인 것 마냥 소비자들을 기만해서 단말을 싸게 구입하는 것처럼 속여 왔다”며 “이는 그것을 합법화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고 요금할인과 보조금은 별개라고 얘기하던 정부가 사업자들의 논리에 동조하는 모순적 행태를 보이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결국 비싼 요금제일수록 보조금을 더 많이 준다면 소비자들은 단말을 싸게 구입하기 위해 무리를 해서라도 이를 선택할 확률이 높고 결국 단통법의 이 같은 조항은 이통사의 ARPU를 높여주는 역할밖에 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