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피스 SCM에 비친 MS의 하드웨어 본능

일반입력 :2014/06/01 12:43

황치규 기자

마이크로소프트(MS)가 선보인 신형 태블릿 서피스 프로3가 8월초 국내에 출시된다고 한다. 미국과 캐나다 출시는 6월 20일이라고 하니, 한달반 정도 늦게 나오는 셈이다.

한국에 왜 이렇게 늦게 출시되는 거냐?고 따져묻고 싶은 분들은 다시 한번 생각해주길 바란다. 서피스1 때과 비교하면 서피스 프로3의 국내 출시는 빨라도 대단히 빠른 것이다.

서피스1은 미국에선 2012년 10월에 발매됐지만 국내의 경우 2013년 6월에 겨우 출시됐다. 6월이면, MS가 본사 차원에서 서피스2를 내놓기 바로 직전이었던 만큼, 사달라고 내놓는 한국MS나 그걸 뉴스로 써야 하는 기자나, 이걸 왜 사야하나 고민하는 소비자 모두에게 무척이나 민망하고 어색한 시추에이션이었다.

한국MS는 서피스1를 선보이면서 기자간담회도 가졌는데, 당시 현장에 있었던 기자에겐 MS 혼자 얘기하는 것 같은 분위기가 진하게 풍겼던 것으로 기억된다. 일부에선 서피스1 국내 출시는 안하니만 못한게 아니었나라는 얘기도 흘러 나왔다.

내놓고 말하지 못했을 뿐 한국MS 홍보팀 관계자들도 서피스가 좋다고 얘기하면서 다소 뻘쭘해 지지 않았을까? 세상에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것들이 많다.

뒷북 출시라는 구설수에 오른 서피스1은 인텔칩을 탑재한 서피스 프로와 ARM 기반인 서피스RT 모델을 합쳐 지난해 국내에서 무려(?) 3만대 가량 판매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서피스RT를 갖고 학생들을 상대로 파격적인 가격 프로모션을 한 것이 판매 확대에 기여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국내 모바일 시장에 미친 임팩트 측면에서 보면 서피스1을 기억하는 이들은 많지 않을 것 같다.

서피스1을 내놓은 후 한국MS는 지난 3월 2013년 가을 미국에서 출시된 서피스2 국내 판매를 시작했다. 1년 가까이 뒷북을 친 서피스1때보다는 빠른 행보였지만 그래도 미국보다 6개월 국내 출시가 가량 늦었으니 역시나 한참 뒷북 출시였다.

민망해서 그랬는지, 바빠서 그랬는지는 알 수 없으나 한국MS는 서피스2에 대해서는 서비스1때와 같은 공식 기자간담회를 열지는 않았다. 약식으로 제품을 선보이는 자리를 마련했던 것으로 안다.

서피스2의 경우 ARM칩을 탑재한 RT모델만 국내에 선보였는데, 사용자들 사이에선 그저 스쳐 지나간 바람같은 제품으로 기억되지 않을까 싶다.

때맞춰 MS 본사는 5월 중순 신형 태블릿인 서피스 프로3를 전격 공개했다. 가격을 확 내리지 않는한, 3월에 국내 출시된 서피스2가 사용자들의 관심을 끌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봐야겠다.

MS가 미국과 한국 시장간 서피스 태블릿 출시 간격을 일부러 늘려 잡지는 않았을 것이다. 한국 시장을 가볍게 봐서도 아닐 것이다.

마음은 그게 아닌데, 어쩔 수 없는 상황 때문에 연타석으로 국내 뒷북 출시하는 민망한 장면을 연출했을 것이다. 윈도나 오피스같은 간판 SW 제품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전세계 동시 발매를 기본으로 하던 MS였다. 서피스 태블릿도 가급적 그렇게 하고 싶었을 것이다.

제품을 내놓는 당사자들이나 그걸 지켜보는 구경꾼들이나 민망할 수 밖에 없는 서피스 태블릿의 이해하기 힘든 국내 출시 타이밍은 모바일 기기 글로벌 공급망관리(SCM)에 있어 MS의 경험 부족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하드웨어 비즈니스에 있어 하고 싶다고 쉽게 할 수 없는 것이 바로 글로벌 시장 동시 출시다. SCM에서 내공을 갖추지 않으면 글로벌 출시 전략은 버벅거릴 수 밖에 없다. 부품을 확보하고, 재고를 관리하는 SCM이 제대로 안되면 서피스 태블릿처럼 미국보다 1년 가까이 늦게 한국 시장에, 그것도 비싸게 출시되는 민망한 풍경이 펼쳐진다.

SW로 먹고살던 MS가 하루아침에 애플이나 삼성전자처럼 경쟁력있는 SCM 역량을 갖추는 것는 것은 쉽지 않다. 서피스1에서도, 서피스2에서도 SCM은 MS의 주특기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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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해매는 듯 보이지만 서피스 프로3에 와서 MS는 SCM을 눈에 띄게 업그레이드시킨 듯 보인다. 가격 경쟁력은 모르겠지만 미국과 한국 시장간 출시 간격은 한달반 정도로 좁혔다.

SCM 역량을 꾸준히 키워나가는 것을 보고 있으니 MS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사업을 다른 하드웨어 업체들이 참고할 수 있게 하기 위한 레퍼런스 용도로만 활용하는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SCM만 보고 있으면 MS가 진짜로 삼성전자나 애플같은 하드웨어 업체가 싶어 한다는 뉘앙스가 많이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