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제일모직, 합병까지 9부 능선

일반입력 :2014/05/30 18:27    수정: 2014/05/30 18:50

송주영 기자

삼성그룹의 모태 계열사인 제일모직이 30일 주주총회를 끝으로 삼성SDI로의 합병 의사결정 과정을 모두 완료하게 됐다.

제일모직은 이날 오후 2시 경기도 의왕시에 있는 제일모직 R&D센터에서 합병을 안건으로 한 임시 주주총회를 열었다. 이어 오후 4시에는 삼성SDI가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임시주주총회를 가졌다.

제일모직은 전체 발행주식 5천243만7천651주 중 자사주를 제외하고 의결권이 있는 주식 중 47.7%(위임장 포함)가 참석했다. 반대는 135만주, 총 주식수의 2.7%로 통합 결의 안건은 10분만에 통과됐다.

양사의 합병계획이 임시주총을 통과하면서 이후 절차는 제일모직, 삼성SDI의 구주를 보유한 주주들을 대상으로 한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로 이어지게 됐다.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는 합병 삼성SDI의 주식을 보유할 의사가 없는 주주들의 주식을 회사가 사주는 절차다. 주식매수청구권은 합병기일 발표일 하루 후 영업일인 4월 1일까지 주식을 구매한 주주를 대상으로 한다.

매수가격은 정해졌다. 삼성SDI는 15만1천660원, 제일모직은 6만7천300원이다. 삼성SDI 관계자는 “현재의 주가총액 등을 고려했을 때 매수청구권 행사 주식은 적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상진·조남성 각자 대표체제

주총까지 모두 완료되면 삼성SDI, 제일모직 통합 작업은 급물살을 타게 될 전망이다. 양사는 TF를 만들어 7월 1일 합병까지의 조직통합방향, IT통합 준비 등을 하고 있다.

TF에서 본사 소재지도 결정하게 된다. 삼성SDI 본사는 경기도 기흥, 제일모직 본사는 의왕시에 위치했다. 본사 소재지는 기흥이 될 가능성이 크다.

대표이사는 박상진 삼성SDI 사장이 맡는다. 통합법인의 대표는 조남성 제일모직 사장이 맡되 각자대표 체제를 유지할 예정이다.

삼성SDI, 제일모직 양사는 합병을 통해 자동차 등 신규 사업 분야에서 시너지를 예상하고 있다. 삼성SDI는 2차전지 등을 중심으로 자동차 분야에서 고객사를 확보하고 있다. 삼성SDI는 유럽 등에 자동차용 배터리 등을 공급하고 있다.

제일모직은 플라스틱 소재로 대체되는 자동차 내외장재 시장에서 화학분야의 고객사를 신규로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자동차 계기판 등 기존 유리가 사용되던 분야가 플라스틱으로 대체되는 등 가볍고 튼튼한 신소재 개발을 통한 신규 사업 분야 시너지를 전망했다.

양사 합병으로 삼성그룹 전자재료 부문 사업의 지배구조도 탄탄해질 전망이다. 삼성SDI는 삼성전자가 20.38%의 지분을 보유한 대주주인 반면 제일모직은 국민연금관리공단이 10%의 지분을 갖고 있는 대주주로 그룹 지배구조 연결고리가 약했다.

■제일모직 이름 삼성에버랜드에서 부활

7월 1일 양사 합병으로 삼성그룹의 모태가 된 제일모직은 창립 60년만에 그룹 내 계열사로 뿔뿔이 흩어진다. 제일모직은 통합되지만 사명, 사업은 남게 될 전망이다.

삼성에버랜드는 지난해 12월 제일모직 삼성에버랜드 사업을 양도받은 데 이어 삼성SDI와 제일모직이 합병하는 오는 7월1일에는 사명도 변경한다. 삼성에버랜드가 제일모직이라는 사명을 쓰게 된다. 제일모직의 사업이었던 화학‧전자재료 사업도 삼성SDI에 남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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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모직은 삼성물산과 함께 삼성그룹의 모태가 된 회사다. 제일모직은 지난 1954년 이병철 선대 회장이 설립했다. 제일모직은 한때 삼성그룹의 사관학교 역할을 했다. 재무통들이 향후 삼성그룹의 주요 요직에 부임하기도 했다. 대표적인 인물이 이학수 삼성물산 고문이다.

제일모직 관계자는 “회사는 합병되지만 사명, 사업은 산재돼 삼성그룹 내에 남게 될 것”이라며 “제일모직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