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고가 G3' 노린 LG '눈물의 후퇴'

89만9800원…출고가 인하 쓰나미에 떠밀려

일반입력 :2014/05/28 16:01    수정: 2014/05/29 15:23

김태정 기자

LG전자가 G3의 기초 구상을 마무리하고 디자인과 부품 결합 등의 준비에 들어간 것은 지난해 여름께다. LG디스플레이는 G3에 넣을 QHD 패널 양산 준비를 5월에 마친 상태였다.

박종석 LG전자 MC사업본부 사장의 말에 따르면 G3 개발은 다른 제품들보다 순조로웠다. 특별한 지연 요인 없이 신기능 등을 잇달아 탑재했다. 출시 일정을 앞당겨도 될 정도였다.

문제는 가격이었다. G3를 두고 LG전자 내에서는 “역대 최고가 책정이 당연하다”는 분위기가 개발 초기부터 잡혔다. QHD 디스플레이 원가가 워낙 높기 때문이다.

QHD 디스플레이의 저온폴리실리콘은 기존 LCD에 사용한 비정질 실리콘보다 비싸서 스마트폰 생산 원가도 덩달아 올라간다.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는 현재까지 QHD 원가와 관련해 함구하고 있다. 그러던 중 지난해 10월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3를 출고가 106만원에 내놨고, LG전자도 100만원 출고가를 넘겨보자는 계획을 더 적극 검토하는 단계로 들어섰다. QHD 원가와 함께 제품 성능에 대한 자부심도 작용했다.

올해 2월 출시한 G프로2는 G3 출고가를 100만원 이상 책정하겠다는 일종의 예고였다. 100만원에서 100원 뺀 99만9천900원 가격으로 화제를 모았다. G3가 G프로2보다 저렴할 리는 없으니 당연히 100만원 이상이 예상됐다.

그러나 3월에 삼성전자가 갤럭시S5를 86만6천원에 출시하고 사회적으로 스마트폰 출고가 인하 압박이 거세지면서 LG전자는 더 다양한 생각을 해야만 했다. 목표 가격을 100만원대에서 90만원대 후반, 그리고 중반으로 계속 낮춰갔다.

그러던 중 최근 통신사와의 막바지 협상 테이블에서 92만원 선이 거론됐고, 계열사인 LG유플러스는 이 가격을 지난 25일 일반 소비자에게 홈페이지로 공지했다.

여기서도 끝이 아니었다. 92만원도 비싸다는 의견에 LG전자는 G3 출시를 코앞에 둔 상황에서까지 고민을 거듭했다. 결국 90만원에서 200원을 뺀 89만9천800원 가격을 책정하고 ‘80만원대 제품’이라는 마케팅 문구를 넣었다.

이에 대해 조성하 LG전자 부사장은 “G3의 가격 수준은 통신사 보조금의 안정적 운영을 감안할 수밖에 없었다”며 “G프로2와 G2 역시 가격을 재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에 G3 가격 책정에 영향을 준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출고가 인하는 제조사에게 상당히 힘든 일이다. 몇 천원만 내려도 국내에서만 매출 수십억원이 차이 날 수 있다.

LG전자의 경우 통신사 영업정지 전 국내서 월 스마트폰 판매량이 40만대 정도. 이를 G3 판매량이라고 가정하고 대당 2만원씩 가격을 내릴 경우 매출 80억원이 줄어든다. 10만원 이상 내렸다면 단순 계산으로 400억원대까지 거론할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LG전자 스마트폰 사업에서 우리나라가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약 15%로 상당히 높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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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석 사장은 “LG전자가 전자사업을 50년 해 오면서 해외와 국내에서 가격 인하 요구를 수 없이 겪어 왔다”며 “다양한 상황에 이미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가격만으로 승부가 되지도 않고 그런 전략은 미래도 없다”며 “고급형 제품에 대한 전력을 계속 키워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