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1년 만에 또 바꾸시렵니까

일반입력 :2014/05/27 15:16    수정: 2014/05/27 15:16

이동통신3사의 영업정지가 모두 해제된 지난 20일 이후 이동통신 시장이 또 다시 과열되고 있습니다. 불법 보조금 때문에 정부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았고, 또 이마저도 지키지 않아 45일씩의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던 점을 고려하면 ‘불법 보조금’은 참으로 이통사의 고질병입니다.

27일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 따르면, 지난 20일 이후 일주일 동안 이동전화 번호이동자수는 알뜰폰을 제외하고 38만4천38명에 이릅니다. 일평균 5만4천863명으로 방송통신위원회가 시장 과열 기준으로 삼는 2만4천명의 2배가 넘습니다.

정부가 엄청난 과징금, 영업정지 등의 제재를 가하는데도 왜 이 시장은 늘 과열되고 혼탁한 것일까요. 주범은 휴대폰입니다. 무슨 말이냐고요. 가입자가 더 늘어날 수 없는 포화된 시장에서 상대방의 고객을 뺏어올 수 있는 미끼는 휴대폰밖에 없습니다. 새 휴대폰을 싸게 주는 척하며 고객을 유인하는 것이지요.

때문에 2년 남짓 되던 휴대폰 교체주기는 1년6개월 미만으로 떨어졌습니다. 최근 이통사들이 내놓은 할인 프로그램들은 이를 다시 1년으로 단축시키려 합니다. 대표적 서비스가 지난달 KT가 내놓은 ‘스펀지 플랜’입니다. 이 상품에 가입하면 12개월이 지난 시점에 누적 기본료가 70만원 이상 되고 쓰던 휴대폰을 반납하면 잔여 할부금이 면제됩니다. 즉, 1년 만에 새 휴대폰으로 교체할 수 있습니다.

그럼, 1년 만에 새 휴대폰으로 교체하는 이용자들은 큰 혜택을 입는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이런 혜택을 받으려면 최소한 7만원대 요금제를 써야합니다. 77요금제(실 납부 기본료 5만9천원) 이상 요금제의 기본료를 12개월 납부해야 70만원이 넘습니다. 데이터 사용량이 많아 불가피하게 높은 요금제를 선택해야 하는 이들을 제외하면 불필요한 통신비 지출을 하는 셈입니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의 착한 기변, 대박 기변 프로그램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착한 기변은 62요금제나 청소년의 경우 42요금제에 가입해야 하고, 대박 기변도 8만원대의 LTE8무한대 요금제에 가입해야 추가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물론, 사업자들은 고객의 실부담금은 이보다 낮다고 강조하지만 기자의 눈에는 ARPU(가입자당 월 평균 수익)을 높이기 위한 통신사들의 유인책, 혹은 휴대폰 과소비 조장으로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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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만원대의 이동전화 요금에 휴대폰 할부금, 부가세까지 고려하면 1인당 통신비가 10만원에 육박합니다. 사업자들의 이 같은 유혹에 2년 약정이 채 끝나지도 않은 채 충동가입이라도 하는 날에는 10만원이 훌쩍 넘는 고지서를 받아야 합니다. 4인 가족이라면 가계지출의 상당부분을 통신비와 휴대폰 할부금으로 충당해야지요.

100만원 가까이 되는 전자제품을 1년마다 교체하라고 권하는 사회 좀 이상하지 않습니까. 휴대폰 교체할 땐 조금 더 신중해질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