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인한 통합의 시대, 시스코가 살아남는 법

존 챔버스 CEO, 애플같은 단순함 강조

일반입력 :2014/05/21 07:57    수정: 2014/05/22 08:47

[샌프란시스코(미국)=김우용 기자]존 챔버스 시스코시스템즈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2012년 지금 활동하는 대형 IT기업 가운데 태반이 수년 내 사라질 것이란 진단을 내렸다. 급변하는 시대에 적응능력을 갖춘 극소수의 회사만 살아남을 것이고, 그 안에 시스코가 포함될 것이라고 했다.

이 같은 그의 시각은 올해도 달라진게 없다. IT업게는 그 어느것보다 빠르게 변할 수 있어야 생존할 수 있다고 계속해서 강조한다.

존 챔버스 회장은 19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개막한 ‘시스코라이브2014’ 컨퍼런스 개막연설에서 “시장이 변함에 따라 경제환경이 바뀌고 이 모든 것을 지원하기 위해 IT 역시 변해야 한다”며 “여러분은 잔인하고 '잔인한(brutal)' IT업계의 통합을 볼 것인데,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으려면 빠른 혁신이 필요하고, 그를 위해 IT가 혁신 속도보다 더 빨리 변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포춘 500대 기업 중 25년전 존재했던 기업은 현재 24%만 남았고, 오늘날 전세계 대형 기업 중 3분의1만 25년 뒤 지금의 가치를 유지할 것”이라며 “과거 시스코의 강력한 경쟁자들이 지금은 대부분 사라졌고, 지금의 경쟁사들도 4년 뒤엔 얼마나 살아남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경쟁사의 매출 추이를 보면 모든 변화의 중심에는 네트워크가 있었다”며 “지난 2~3년 간 HP와 IBM이 매출 성장 정체를 보인 반면, 시스코는 꾸준히 플러스 성장을 해왔는데, 핵심 사업이 라우터에서 스위치, 스위치에서 패킷, 패킷에서 모바일, 모바일에서 비디오, 비디오에서 클라우드, 클라우드에서 ACI 그리고 만물인터넷으로 바뀌어 변화에 변화를 거듭해온 덕이다”고 강조했다.

챔버스 회장은 시스코의 생존 비결을 고객의 비즈니스에 필요한 IT 기술을 인지하고 아키텍처 구현 노하우를 고민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기업부터 공공기관에 해당되는 한 도시의 시청까지, 모두 효과적으로 변화에 대처하려면 빠르게 혁신할 필요가 있다”며 “IT 트렌드는 물론, IT 기술의 도움으로 비즈니스 수요 및 변화에 대해 매우 매우 기민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적합한 정보를 적시적소, 그리고 해당되는 사람에게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시스코가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했듯, IT가 사회, 경제적 조건 변화와, 기업과 사용자의 변화를 한발 앞서 빠르게 변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는 기민한 IT를 실현하기 위해 똑똑해져야 하는 것 외에도, 편리함을 위한 ‘단순함’을 조건으로 걸었다. 그는 우리는 애플이 우리에게 가르쳐준 것을 봐야 한다며 바로 단순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스코는 기업 비즈니스에 활용되는 기반 체제를 솔루션으로 제공하는 회사다. IT에 전문지식을 갖지는 못했지만, IT 활용 욕구는 강한 기업이 그들의 고객사다. 라우터와 스위치로 대변되는 네트워킹 장비업체였던 시스코는 기업 비즈니스를 위한 종합 IT인프라 회사로써, 단순하게 적용가능한 토털 솔루션을 지향한다. 챔버스 회장이 강조하는 ‘단순함’이란 복잡하고 다양한 IT기술을 묶어 사용자가 쉽게 활용하게 하겠다는 뜻도 내포한다.

시스코는 2011년 방만하게 펼쳤던 사업을 5가지 핵심 영역으로 정비했다. 코어 네트워킹, 협업, 데이터센터, 아키텍처, 비디오 등이 그것이다. 이후 시스코는 가상화, 클라우드, 소프트웨어정의네트워킹(SDN), 사물인터넷 등의 새 트렌드 속에서 작지 않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시스코가 현재 강조하는 지향점은 만물인터넷(IoE, Internet of Everything)이다. 시스코에게 만물인터넷은 3년간 갈고 닦은 5개 핵심 사업의 총아와 같다.

올해 발표한 애플리케이션중심인프라(ACI) 아키텍처는 IT 인프라를 민첩하게 운영할 수 있게 해주는 아키텍처다. 여기엔 다양한 네트워킹 기술과 시스템 엔지니어링 기술, 소프트웨어 개발 환경, 인프라 매니지먼트 기술 등이 포함되는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망라한다.

ACI가 IT 인프라 운영을 위한 바탕이라면, ‘인터클라우드(InterCloud)’는 프라이빗, 퍼블릭,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등에 대한 부분이다. 시스코 네트워킹 솔루션에 기반한 서비스프로바이더(SP) 파트너 데이터센터 인프라와 시스코 자체 데이터센터 인프라, 기업 고객의 IT인프라를 거대한 클라우드로 묶는 것이다.

ACI와 인터클라우드에 포그(Fog) 컴퓨팅이 가장 최근의 방점이다. 포그 컴퓨팅은 IoT에서 광범위한 데이터 생산기기의 정보를 중앙으로 보내지 않고, 끝단에서 직접 활용하자는 아키텍처다. 중앙의 클라우드에서 데이터를 분석하는 것과 별개로, 즉시 활용해야 하는 데이터는 생산자와 근접한 지점에서 분석하자는 것이다. 데이터센터 내부, 클라우드 전체, 사물과 사물에 사람 등을 모두 네트워크로 묶었다면, 애플리케이션이 필요할 것이다. 시스코가 가진 애플리케이션은 협업이 있다. 텔레프레즌스, 통합커뮤니케이션, 협업단말기 등이 IoT, 클라우드와 엮이게 된다.

시스코가 이번 컨퍼런스에 맞춰 발표한 DX70과 DX80은 안드로이드 OS 기반의 데스크톱 형태 협업 단말기다. 서드파티업체는 안드로이드나 웹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 시스코 단말기에서 활용하게 할 수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네트워킹 기술을 모두 합치면 IoE를 구현할 수 있다는 게 시스코와 존 챔버스 회장의 메시지다.

챔버스 회장의 기조연설에선 도시의 대중교통과 관련한 IoE 사례가 소개됐다. 복잡한 아키텍처 기술 속에 포그컴퓨팅, 아이덴티티, 모바일, 보안, ACI, 데이터분석, 클라우드 등의 기술이 모두 포함된다.

열차, 철도노선 및 역, 관리 사무실, 관제 센터 등 모든 것인 인터넷으로 연결된 상황이 소개됐다. 노선 위에 표시한 열차 아이콘을 클릭하면 현재 특정 노선을 따라 이동하는 열차와 관련된 모든 데이터 확인이 가능하고, 허용 속도, 현재 속도, 위치, 적정 거리 유지 여부, 정비 필요 여부, 엔진 상태, 연료 등 열차의 운행 속도와 정확한 위치를 보고 철도 노선을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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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객 모바일 기기는 열차 안의 무선 인터넷과 연결돼 승객 수를 파악하게 해주고, 차량 내 실내 공기 순환, 냉난방 조절 등의 서비스 향상도 이뤄진다. 각지에 설치된 CCTV 카메라로 모니터링 이 가능하고, 협업 단말기로 승객과 고객센터가 현재의 인프라 상황을 보면서 소통한다.

존 챔버스 회장은 “지난해 시스코 라이브에서 꿈만 꾸는 게 아니라,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고객.파트너와) 함께 노력한다고 했는데 지난 1년간 시스코가 ACI, 인터클라우드, 포그 등 으로 약속을 지켰다고 자신할 수 있다”며 “만물인터넷 시대는 벌써 시작됐고, 시스템 구축을 통한 프로세스와 조직 문화의 변화가 동반되는 Fast IT를 통해 비즈니스 결과를 도출해낼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