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 특명…고급 카메라로 현금 창출하라?

일반입력 :2014/05/20 15:33

이재운 기자

소니가 상반기에만 4종의 고급형 카메라를 선보였다. 이토록 집중하는 데에는 실적 부진에 따른 현금 창출 압박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소니는 올 봄에 A5000과 A6000을 내놓은데 이어 지난 19일에는 A7S과 A77 II를 공개하는 등 상반기에 총 4종의 렌즈교환식 카메라를 선보인다. 여기에는 2년 반 만에 선보이는 DSLR 신제품도 포함돼있다.

고급형 제품을 상반기에만 4종이나 출시하는 것은 사업부의 역량을 총 집중시키는 수준이다. 일반적으로 고급형 제품은 연간 1~2종을 선보이고 다양한 보급형 라인업을 이어 선보이는 것이 카메라 업계의 일반적인 흐름이다.이러한 소니의 다소 이례적인 행보에 대해 업계에서는 “소니가 카메라 시장에서는 판매도 잘 되고 수익이 좋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렌즈교환식 카메라 시장에서 소니의 점유율은 30% 초반대를 차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상당한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풀프레임 미러리스 제품이 사진 촬영을 즐기는 애호가인 ‘하이 아마추어’ 층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전했다.

소니 카메라의 판매 호조는 고급형 카메라가 가격보다는 기술이나 완성도에 더 초점을 맞추는 소위 ‘고관여 제품’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소니는 이미 카메라의 핵심 부품인 CMOS 이미지센서 영역에서부터 세계 1위의 독보적인 기술력을 선보이고 있다.여기에 소니 브랜드가 가진 완벽함에 대한 이미지가 강한데다, 가벼운 미러리스가 DSLR 수준의 크고 선명한 사진을 촬영할 수 있다는 점에서 풀프레임 미러리스 카메라의 매력이 DSLR 사용자들을 끌어 당기고 있다는 분석이 업계에서 지배적이다.

이를 바탕으로 소니가 실적 압박에 따라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카메라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소니는 지난 2014 회계연도(2013년 4월~2014년 3월) 결산 결과 1천284억엔(약 1조2천9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콘텐츠 사업을 제외하고 전자 사업만 놓고 봤을 때 흑자를 낸 영역은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만드는 모바일 커뮤니케이션 부문과 카메라를 만드는 '이미징프로덕트&솔루션' 부문뿐이었다.

소니는 실적 발표 자료에서 이미징프로덕트&솔루션 부문의 2015 회계연도 전망에 대해 전년보다 매출이 4.2%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하며 이를 “캠코더(비디오 카메라)의 판매 감소가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렌즈교환식 카메라에 대한 의존도가 더욱 높아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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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단말 사업도 주로 일본 내수 시장에서만 수익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결국 소니에게 희망이 되는 부분은 고급형 디지털카메라 밖에 없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소니의 풀프레임 미러리스 강화 전략이 잘못하면 장기적으로 자기 잠식 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며 “지원하는 렌즈를 더 확대하면서 DSLR에도 좀 더 신경을 써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