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서포트는 어떻게 NTT의 벽을 넘었나?

창간14주년 특별기획:IT 韓流 유망주①

일반입력 :2014/05/19 17:27    수정: 2014/05/20 13:00

황치규 기자

지디넷코리아는 20일 창간 14주년을 맞아 특별기획 'IT 韓流 유망주'를 시작합니다. 이 기획은 글로벌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독자적인 기술이나 아이디어, 제품을 가진 우리 기업을 발굴, 그 우수성을 집중 조명해 해외에 소개하는 시리즈입니다. 한글 뉴스는 물론이고 세계 최강의 IT분야 온라인 미디어인 지디넷 글로벌 플랫폼(www.zdnet.com)에도 영문으로 게재됩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편집자주]

원격제어 솔루션 업체 알서포트(대표 서형수)는 독보적인 기술을 기반으로 일본의 1위 통신사업자인 NTT도코모, 세계 1위 스마트폰 제조업체인 우리나라 삼성전자와 제휴해 안정적인 판로를 획득했다는 점에서 국내 SW 업체 가운데 글로벌 성장 가능성이 단연 돋보이는 업체다.

알서포트는 특히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모비즌'이라는 제품을 내놓은 뒤 대기업과 상관 없이 자체 브랜드로 플랫폼 사업까지 염두에 둬 그 포부가 담대하다고 할 수 있다.

알서포트는 NTT도코모, 삼성전자 등 글로벌 기업들과의 제휴를 잇따라 성사시켰다. 둘 다 세계 시장 공략용이다. 특히 NTT도코모와는 피를 섞는 자본 제휴다. 국내 중소 SW 업체가 글로벌 회사와 자본 제휴까지 맺고 해외 시장 개척에 나서는 것은 예전에는 쉽게 볼 수 없었던 장면이다.

스마트폰과 태블릿이 확산되면서 알서포트판 파격의 수위는 점점 올라가는 모습. 애플도, 구글도 갖고 있지 않은 새로운 유형의 모바일 플랫폼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야심찬 행보도 시작했다. '주특기'인 기기간 미러링 기술(특정 기기 화면을 다른 기기에서 그대로 볼 수 있게 해주는 방식)을 활용해 다양한 모바일 환경을 아우르는 플랫폼으로의 도약을 노리고 있다.

대담하게 플랫폼을 꿈꾸다

알서포트는 지난 2월 스페인 바로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2014에서 모비즌이라는 원격제어 솔루션 신제품을 공개했다.

모비즌은 HTML5 기반 미러링 기술을 기반으로 PC에서 모바일 기기를 쓸 수 있게 해주는 SW다. 스마트폰에 저장된 사진이나 음악, 동영상도 PC에서 다운로드 및 재활용이 가능하다. 스마트폰이 클라우드 환경이 되고 PC는 거기에 있는 걸 쓰는 단말기가 되는 셈이다. PC에서 스마트폰을 거의 그대로 쓸 수 있다.

알서포트에게 모비즌은 올해 농사에 있어 넘버원 제품이다. 한국, 중국, 일본에서 사용자 1천만명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알서포트는 각국 통신사 및 제조사와의 제휴에 적극 나섰다. 서형수 대표는 모바일 도구로는 1천만 사용자를 넘기는 한국 최초의 앱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기대감을 보였다.

알서포트 입장에서 모비즌은 상징성이 대단히 크다. 단순 제품 라인업 확장이 아니다. 모비즌은 우선 B2C 시장 진입의 신호탄이다.

알서포트는 그동안 기기간 원격 제어 기술을 앞세워 B2B 시장 공략에 주력해왔다. 그러나 모비즌을 기점으로 B2C 시장 공략도 본격화한다.

B2B와 B2C 사업은 성격 자체가 다르다. B2C 시장에선 왠만한 킬러앱이 아니면 돈받고 팔기 쉽지 않다. 이를 감안하면 모비즌의 첫 출발은 나름 괜찮아 보인다.

최근 알서포트는 전략 파트너인 NTT도코모에 모비즌을 제공하는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다. NTT도코모는 자사 스마트폰 모델을 대상으로 ‘스마트 데이터링크 모비즌 시범 서비스'에 들어갔다. 향후 서비스지원 단말기종 확대를 통해 가입자 확대와 고객 만족도를 높여갈 계획이다

알서포트는 모비즌은 삼성전자, LG전자, 펜택 외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되는 대부분의 안드로이드 단말기를 지원하고 있다면서 최근 북미 및 멕시코, 대만, 중국 등 다양한 국가에서 사용자 기반을 확대해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모비즌은 알서포트판 플랫폼 전략이라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궁극적으로 모비즌을 알서포트 브랜드로 운영되는 플랫폼 비즈니스로 키운다는 것이 서형수 알서포트 대표의 구상이다.

서 대표는 모비즌은 PC에서 스마트폰을 제어하는 것으로 시작하지만 PC를 벗어나 모바일 기기들끼리 제어도 가능한 SW로 진화하게 된다면서 외부 업체들은 기기들이 미러링 방식으로 연결되는 환경에서 다양한 응용 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기기들이 서로 연결되는 환경을 만들어 놓은 뒤 외부 업체들이 부가 서비스를 들고 참여하게 함으로써, 매출 공유를 통해 수익을 얻겠다는 것이다. 이런 환경에선 스마트폰 쓰는 법을 잘모르는 부모님을 위해, 원격지에서 자녀들이 부모님 스마트폰을 제어하는 시나리오도 가능해진다. 알서포트판 플랫폼은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는 시나리오다. 그러나 서형수 대표는 IoT 시대, 해볼만한 도전이라고 의욕을 보였다.

알서포트는 그동안 대형 제조 업체들과 협력하면서 '을'의 위치였다. 자사 브랜드를 제조 업체한테 쓰라마라할 입장이 아니었다. 그러나 모비즌 만큼은 독자 브랜드로 키우겠다고 마음 단단히 먹은 모습이다. 예전에는 대기업에 OEM 방식으로도 SW를 팔았지만 모비즌은 철저하게 독자 브랜드 중심주의로 가겠다는 전략이다. 모비즌이라는 브랜드를 쓰지 않는한, 대기업도 모비즌을 제품에 탑재할 수 없다.

글로벌 파트너십 관심집중

알서포트가 진행하는 거물급 업체들과의 전략적 제휴도 관전포인트다. 국내 중소 SW업체 입장에서 거물급 업체들과 손잡는 게 만만치 않은 것이 현실이다. 기술력만 있다고 되는 일이 아닌게 글로벌 제휴다.

지금까지의 성적표만 놓고보면 알서포트는 제휴 측면에서도 파격적이다. 알서포트는 2012년 12월 NTT도코모로부터 150억원 규모의 투자를 받았다. 투자와 함께 NTT도코모에 스마트폰 원격지원 서비스인 안심원격서포트를 제공하고 있다. 안심원격서포트는 일본에서 유료가입자가 약 530만명에 이른다.

NTT도코모와는 3년전 리모트콜 모바일팩을 판매하면서 전략적인 관계로 발전하게 됐다. 모바일 원격지원 솔루션을 이용해 도코모가 서비스 모델을 만들수 있도록 사업제안을 한 것이 먹혀들었다. SW에 더해 NTT도코모가 고객 만족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사업제안까지 한게 투자로까지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알서포트 사업에 있어 NTT도코모는 단순 투자 파트너 수준을 넘어섰다. 전략적인 고객이자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한 핵심 파트너다. 이를 보여주듯 알서포트와 NTT도코모는 최근 글로벌 이동통신 회사를 대상으로 원격솔루션을 공급하는 것을 목적으로 합작회사도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합작회사는 공동 영업을 통해 알서포트 원격솔루션을 NTT도코모 글로벌 통신 파트너, 투자사에 제공하게 된다. 알서포트 스마트폰 원격지원 서비스인 안심원격서포트를 글로벌 통신사에 확대할 예정이다. 최근에는 프랑스 브이그텔레콤에 리모트콜모바일팩을 제공한다고 발표했다. 알서포트에 따르면 리모트콜모바일팩은 브이그텔레콤 안드로이드 셋톱박스 스마트TV에도 도입될 예정이다.

제조 업체들과의 협력에도 속도를 낸다.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해 출시한 ‘갤럭시 노트 프로’와 ‘갤럭시 탭 프로’에 알서포트가 개발한 원격제어 솔루션인 ‘리모트 PC(Remote PC)’를 기본으로 탑재했다. 알서포트는 국내 업체외에 중국 제조 업체들과의 협력도 본격 추진한다. TCL, OPPO와 중국 신생 업체 원플러스에도 최근 리모트콜 모바일팩(RemoteCall Mobile Pack: RCMP)을 제공중이다. 이들 업체 외에 톱5 중국 단말기 제조 업체에도 공급을 추진중이다. 서형수 대표는 조만간 좋은 소식들이 들려올 것이다고 말했다.

기기간 미러링은 까다로운 기술로 꼽힌다. 기술력도 기술력이지만 제조사들한테도 미러링을 위한 지원을 받아내야 하는데, 중소 기업 입장에선 만만치 않은 일이다. 미러링 기술이 스타트업들에게 진입 장벽이 높을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알서포트는 원격제어 분야 중에서도 특히 모바일 시장 개척에 주력해왔다. 그런만큼, 모바일 원격 지원에 있어서는 리더십을 갖췄다고 자부하는 모습이다.

서형수 대표는 애플을 제외한 모바일 및 스마트 디바이스 제조 업체가 대부분 아시아에 위치해 있고 이들을 기반으로 글로벌 통신사 공략에 나선 만큼 당분간은 모바일 원격 시장에서 경쟁우위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향후의 모바일 시장에서 가장 큰 중국시장이 바로 옆에 있다는 것은 모바일에 대한 알서포트의 강점을 충분히 활용한다면 엄청난 성장도 가능할 것이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국내 일부 SW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선 해외에 법인 세우고 파트너 만들고 하는 일반적인 비즈니스 방법론으로는 SW 세계화는 불가능하다는 얘기가 있다. 제대로 하려면 특단의 카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단의 카드에 해당되는 사례는 알서포트도 해당된다. NTT도코모라는 투자 파트너를 확보한 비결과 그걸 기반으로 세계화에 나서는 과정 전체를 예의주시하고 적극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SW업계도 나름 알서포트에 기대를 걸고 있는 것 같다. 얼마전 기자와 만난 미국 글로벌 투자 회사 출신의 A씨는 현업에 있을때 알서포트에 투자하고 싶었다고 했다. 실행에 옮겨야겠다고 마음먹은 시점에서, NTT도코모에 알서포트에 투자했다는 소식을 들었단다. 글로벌 투자자들까지 주목하고 있다는 것은, 알서포트의 향후 행보에 대해 더욱 기대감을 갖게 한다.

IoT시대, 관련 서비스 적극 개발

알서포트는 지난해 매출 215억, 영업이익 63억8400만원을 기록했다. 이중 절반 이상을 해외 시장 특히 일본에서 벌어들였다. 올해는 일본에 이어 중국을 새로운 전략적 거점으로 육성한다는 전략이다.

신제품도 대거 선보인다. 우선 캐시카우인 리모트콜, 리모트뷰 제품을 대대적으로 업그레이드한다. 안드로이드 단말기에서 아이폰도 원격지원 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할 계획이다. B2B 시장을 겨냥해 하드웨어와 SW 그리고 클라우드를 결합한 제품도 개발중이다. 내년봄 선보일 예정인데, 혁신적인 제품이 될 것이란게 회사측 설명이다.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 IoT)도 알서포트 사업의 영향권에 들어섰다. 알서포트는 현재 주특기인 클라우드, 연결성(Connectivity)를 비즈니스 모델로 하는 새로운 벡엔드 서비스(BaaS)를 준비중이다.

서형수 대표는 IoT는 모든 디바이스를 인터넷으로 쉽게 연결할 수 있는 기술이 기반이 되어야 한다면서 알서포트의 주특기인 미러링 기술과의 연관성을 강조했다. 이어 중장기적으로 5년이내에 매출 1천억원을 넘기는 것이 목표라며 특히 다양한 클라우드 서비스 모델로 초일류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도약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알서포트는 지난 14년간 오로지 클라우드서비스 모델이 가능한 소프트웨어만을 개발해왔다. 클라우드 서비스로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만으로 승부하면서 국내 SW업계에서 해외 사업 잘하는 회사 반열에 올라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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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회사측은 지금보다 적어도 한단계, 아니 두세 단계 이상의 도약을 노리고 있는 듯 하다. 미러링 기반 플랫폼, 글로벌 업체들과의 제휴 모두 여기에 해당된다. 알서포트가 국내 SW산업 역사상 없었던, 새로운 드라마를 보여줄 수 있을까?

지금 SW업계에서 뛰고 있는 많은 이들이 이 회사의 향후 행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