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소니 전략 결정판" 엑스페리아 Z2 써보니...

소니 엑스페리아 Z2 리뷰

일반입력 :2014/05/19 10:24    수정: 2014/05/20 18:17

권봉석

한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소니만큼 ‘고난의 행군’을 거듭한 제조사도 드물다. 2009년 윈도 모바일 탑재 스마트폰 엑스페리아 X1, 2010년 안드로이드 탑재 스마트폰 엑스페리아 X10, 2011년 엑스페리아 X10 미니·아크·레이를 야심차게 출시했지만 삼성과 LG 그리고 이동통신 3사의 벽을 넘기란 결코 쉽지 않았다. 사실상 2년이나 개점휴업 상태에 들어간 소니코리아는 지난해 IFA에서 화제를 모았던 엑스페리아 Z1을 내놓으려 했으나, 통신사와 보조금 협상 등 이견을 좁히지 못해 결국 해를 넘긴 2014년 초에야 자급제 단말기로 출시됐다.

올 2월 CES에서 발표된 엑스페리아 Z2(이하 Z2) 역시 통신사 영업정지 여파로 출시 시기가 차일피일 늦어졌다. 그러다 지난 15일 결국 자급제 단말기로 선보였다. 출시가 한 달 정도 늦춰지긴 했지만 상반기 출시된 여러 스마트폰 중 가장 돋보인다. 영상·음악·카메라 등 엔터테인먼트 기능에 소니가 가진 노하우도 그대로 담아냈다. 물 속에 30분간 담아두어도 정상작동하는 방수 기능도 차별화 된 요소다.

감각적인 투톤 컬러 “화면 더 키웠다”

Z2는 신제품이지만 전작인 엑스페리아 Z1과 비교해 큰 차이를 찾기 어렵다. 전체적인 생김새부터 각종 버튼과 단자가 달린 위치까지 판박이다. 화면 해상도는 1920×1080 화소지만 전체 크기는 0.2인치 늘어난 5.2인치다. 소니 스마트폰에 어김없이 붙어 화면 투과율을 떨어뜨리던 비산방지필름도 사라졌다. 화면을 유심히 보면 손가락을 감지하는 터치스크린 패널이 촘촘한 간격으로 배열된 것이 보이지만 햇빛이 비치는 밝은 곳이 아닌 이상 크게 신경쓰이는 수준은 아니다.

약간 애매한 위치에 있었던 스피커도 개선됐는데 위 아래에 분리된 스피커를 하나씩 달았다. 본체를 가로로 누인 상태에서 입체 음향 효과를 적용해 소리를 보다 듣기 좋게 만들었다. 상단 스피커에는 LED 표시등을 숨겨 놓아 충전 상태나 전화·문자 등 메세지 도착 상태를 알려준다. 마이크로SD카드·유심칩을 넣는 슬롯은 방수를 위해 고무 마개로 닫아놓았다. 왼쪽 아래에는 휴대전화 손목끈이나 장식이 잘 팔리는 일본 회사 제품답게 이를 위한 고리도 달았다. 요즘 스마트폰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 배려다.

색상은 블랙, 화이트, 퍼플 3종류다. 알루미늄 프레임과 뒷면 색상이 달라지는데 투톤 컬러로 제품이 더욱 얇아 보이는 효과도 노렸다. 손에 잡았을 때 느낌과 조작 편의성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가로 길이는 73.3mm로 5인치급 스마트폰 중에서는 작은 편이다. 하지만 한손으로만 잡은 상태에서 모든 기능을 조작하기는 힘들다. 특히 단순한 웹서핑이 아니라 모바일 메신저 등 키보드를 빈번히 써야 하는 경우는 어쩔 수 없이 양 손을 다 써야 한다. 알루미늄 프레임에 입힌 색상도 긁힘에 약해 의외로 잘 벗겨지는 편이다.

AP는 엇비슷, 저장공간은 ‘SD카드 필수’

Z2는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로 퀄컴 스냅드래곤 801을 썼다(최대 2.3GHz로 작동). 퀄컴 스냅드래곤 800을 쓴 Z1은 물론 삼성전자 갤럭시S5나 팬택 베가 아이언2와 비교해도 체감 성능은 거의 같은 수준이다. 메모리는 3GB로 넉넉하지만 저장공간은 16GB이며 이 중 앱 설치나 사진 촬영, 콘텐츠 저장에 실제로 쓸 수 있는 공간은 11.57GB밖에 안된다. 마이크로SD카드가 필요하며 최대 64GB(SDXC)까지 인식한다. 오래 쓰다 보면 본체 뒤가 따끈해지는 것을 쉽게 느낄 수 있다.

일체형 배터리 용량은 3천mAh에서 3천200mAh로 늘었다. 배터리 용량이 늘어난만큼 충전시간도 늘어나기 마련인데 충전기에서 5V, 1.6A까지 끌어가 충전시간을 최대한 단축한다. 화면을 껐을 때 꼭 필요한 기능 이외에는 모두 꺼버리는 스태미너 모드, 긴급 사태시 음성 통화 등 생존에 필요한 기능 이외에는 모두 차단하는 배터리 부족 모드도 만들어 놓았다. 그럼에도 통화량이 하루 30분 이상이거나 게임을 많이 이용한다면 따로 보조 배터리를 챙기는 것이 낫다.

수준급 음질, 다양한 음향 기능

Z2가 강점으로 내세우는 기능은 바로 음악과 카메라 등 엔터테인먼트 기능이다. 음악 재생 기능은 워크맨 앱에 통합되어 있고 MP3, AAC, WAV, FLAC 등 파일을 재생한다. 소니가 크게 내세우는 사항은 아니지만 24비트 192kHz 고해상도 음원까지 재생한다(WAV·FLAC). 곡 이름이나 앨범 사진, 앨범 이름이 빠져 있다면 음원 데이터베이스인 그레이스노트에서 자동으로 가져온다. 하지만 일부 음원은 틀린 정보를 가져오기 때문에 직접 수정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현재 재생하는 곡을 벨소리로 지정하는 기능도 있다.

음질은 현재 출시된 스마트폰 중 수준급이며 이퀄라이저나 가상 서라운드 기능을 이용해 입맛에 맞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하지만 각종 설정 화면이 여러 단계를 거쳐 복잡하게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번거롭다. 이퀄라이저와 서라운드 기능은 설정 화면에서 바로 바꿀 수 있도록 바깥으로 빼 내는게 낫다. 주위 소음을 걸러주는 노이즈 캔슬링 기능도 갖췄지만 국내 출시 패키지에서는 출고가를 낮추기 위해 전용 이어폰을 뺐다. 대신 넣어준 이어폰인 MH410c로는 절대 좋은 소리를 들을 수 없다.

센서 크기 키운 카메라, 4K 영상 촬영 최적화

카메라는 하이엔드 콤팩트 디지털 카메라에 흔히 쓰이는 1/2.3인치 엑스모어 센서를 썼다. 유효화소수는 2,070만 개이며 최대 5248×3936 화소로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센서 크기만 보면 애플 아이폰5S(1/3.2인치)나 삼성전자 갤럭시S5(1/2.6인치)보다 더 커 어둡거나 광량이 적은 곳에서 보다 나은 사진을 얻을 수 있다. 어중간한 콤팩트 디지털 카메라보다 쓰기도 편하고 화질도 만족스럽다.

카메라 버튼을 따로 달아 본체를 가로로 잡고 디지털 카메라처럼 반셔터를 설정한 후 손떨림을 줄이면서 사진을 찍기 좋다. 볼륨 버튼은 디지털 줌을 제어하는 역할을 한다. 조작 인터페이스는 소니 미러리스 카메라의 여러 기능 중 스마트폰에 적합한 것만 골라내 담았다. 최대 2천만 화소로 사진을 찍을 수 있지만 소셜 네트워크나 이메일 등으로 공유할 때는 기본 모드인 ‘슈페리어 오토’로도 충분하다.

해상도는 3840×2160 화소(800만 개)지만 2천만 화소 사진과 비교해 보아도 정보량(용량)에 큰 차이가 없을 뿐더러 디테일에도 큰 차이가 없다. 이런 경향은 스마트폰 화면이 아니라 PC 등 큰 모니터에서 확인해 보면 더 확연이 나타난다. 최대 50Mbps로 4K 영상도 찍을 수 있지만 3분 정도가 지나면 서서히 본체 뒤가 뜨거워지고 이것을 막기 위해 강제로 처리 속도를 떨어뜨리는 쓰로틀링 기능이 작동한다. 4K 촬영이 끝난 후에도 영상을 저장하고 처리하기 위해 약간 시간이 걸리며 처리가 끝날 때까지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생활방수 기능? “소나기도 안심”

2012년 한국YMCA가 집계한 바에 따르면 스마트폰 이용자들 중 침수문제로 A/S 센터를 찾은 사람이 12.9%나 된다. 예기치 않게 빗물에 젖거나 음료를 엎질러 스마트폰을 망가뜨리는 사람도 많다. Z2는 Z1에 이어 생활방수 기능을 들고 나왔는데 IP58이다. 앞의 숫자인 5는 방진 등급을, 8은 방수 등급인데 Z2는 수심 1.5미터 이내 맑은 물에서 30분간 방수가 가능하다.

20cm 깊이로 수돗물을 채운 스티로폼 박스에 Z2를 넣고 30분간 담갔다 꺼낸 다음 동작 여부를 확인해 보았다. 물에서 막 꺼낸 상태에서는 터치 오작동이 심하며 목소리를 전달하는 수화부 스피커와 알람음을 내는 하단 스피커가 제대로 들리지 않는 현상이 발생한다. 하지만 마른 수건으로 이어폰 단자와 마이크, 스피커에 스며든 물을 빼 주면 본체를 물에 빠뜨리기 이전과 다름 없이 작동한다. 유심칩·마이크로SD카드 단자를 막는 마개 주위에만 물이 조금 스며들 뿐이다.

제조사 보증 범위를 넘어서지만 맥주나 탄산음료 등 음료수에 빠뜨렸다 꺼내도 정상작동한다. 다만 이 기능은 물이 스며드는 것을 막아 주는 고무 패킹 상태가 온전할 때만 정상 작동하며 맑은 물이 아닌 흙탕물, 염분이 포함된 바닷물에서 정상 작동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표면이 더러워졌을때 흐르는 물에 적셔서 씻어내거나, 혹은 야외활동때 소나기나 빗물에 젖는 것을 막아주는 정도로 생각하는 것이 좋다. 물에 오래 담글 경우 카메라에 습기가 찰 가능성도 있어 주의해야 한다.

소음 차단 이어폰 아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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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페리아 Z2는 지금까지 소니가 한국에 출시한 스마트폰 중 하드웨어·소프트웨어 모두 완성도가 높다. 기본 기능과 엔터테인먼트 기능이 적절히 조화를 이뤘고 물놀이가 많은 여름을 대비한 생활방수 기능도 단단하다. 하지만 출고가를 낮추기 위해 노이즈 캔슬링 기능을 활용할 수 있는 전용 이어폰 대신 저가 이어폰이 따라오는 것은 아쉽다. 좋은 소리를 듣고 싶다면 다른 이어폰을 따로 장만하는 게 낫다.

소프트웨어에서는 워크맨 앱의 각종 음향 설정이 2~3단계로 깊이 숨겨져 불편하고 기본 내장된 각국 언어 키보드 중 한 손으로 입력하는 기능이 유일하게 한국어 키보드에만 없다. 업데이트를 통한 기능 추가와 편의성 보완이 필요하다. 출고가는 소니스토어 기준 79만9천원으로 같은 시기에 나오는 다른 스마트폰과 비슷한 수준이며 19일부터 정식 판매에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