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의 미래도 글로벌, 무기는 IT"

일반입력 :2014/05/14 16:16

남혜현 기자

세계 57개국에 법인이 있는 삼성전자의 네트워크를 활용해서 '청담'을 알리겠다.

야무진 꿈처럼 들렸다. 아이들 영어 가르치는 어학원이, 솔루션을 탑재해 팔겠다며 갤럭시노트 8인치를 주문할 때도, 삼성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사업을 해보자고 제안할 때도, 삼성이 보기에 청담러닝은 국내서만 알려진 작은 존재에 불과했다.

그런데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B2B 사업부 실무자의 눈에 청담러닝은 갈수록 깜짝 놀래키는 회사였다. 삼성 같은 대기업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속도로 요청한 자료의 결과물을 가져왔다. 학원생 1만5천명이 이미 '청담 스마트클래스 솔루션'으로 디지털 교육을 받고 있다는 선례도 대단해 보였다. 삼성도 '삼성 스쿨'이라는 러닝 솔루션을 갖고 있었지만 기대할만한 성적은 내지 못하던 때였다.

열정도, 패기도 있어 보였고 비전도 꽤나 매력적이었다. 삼성이라는 대기업 울타리를 벗어나 저 회사와 함께 일해볼까 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마침 보직이 바뀌었고, 사표를 냈다. 그리고 청담러닝에 합류했다. 열정, 열의에 플랫폼을 갖고 자체 커리큘럼을 제작하다보니 빠른 속도로 결과물을 내는 회사를 직접 체험키로 결정한 것이다.

청담러닝 본사에서 교육 솔루션 개발과 영업을 맡고 있는 시정희 상무의 이야기다. 날코딩부터 시작한 개발자 출신에 교육 솔루션 영업 경력을 갖고 아이비엠(IBM), 마이크로소프트(MS)와 삼성전자를 거쳐 어학원인 청담러닝에 합류한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인 시 상무를 직접 만났다. 굵직한 경력에 비해, 거친 일 한 번 안했을 것 같은 고운 외모가 뜻밖이었다.

IT 바닥에서 쟁쟁한 경력을 가진 시 상무가 청담러닝에 합류한 이유는 우선, 청담러닝이 지금까지 쌓아온 교육 솔루션에서의 경험과 경쟁력 때문이고 둘째는 비전이다. 앞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교육 솔루션은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이 분명한데, 지금까지 살펴본 바로는 청담러닝이 갖고 있는 기술 경쟁력이 우수하다고 시 상무는 평가했다.

깊이가 다르다고 봤어요. 단순히 영어 공부만 하는게 아니라 이 플랫폼에 어떤 교육 과정도 최적화해 올릴 수 있죠. 학생들과 교사가 실시간으로 화면을 보며 수업할 수 있고, 여기에 교육 SNS도 붙일 수 있어요. 교육의 가치를 모바일 디바이스를 통해 확장해 갈 수 있죠. 기술적으로는 특정 단말기에 구애 받지 않는 솔루션을 청담이 만들고 있어요.

청담러닝은 어학원으로 성장해 상장한 회사다. 하지만 이 회사가 다른 사교육과 다른점은 향후 먹거리를 교육 솔루션과 플랫폼에서 찾고 있다는 점이다. 무대도 일찌감치 세계로 삼았다. 전체 직원 중에 절반에 가까운 80명이 솔루션 개발과 연구에 할당됐다. 영업익의 대부분을 솔루션에 투자한다. 당장 매출에 급급한 곳이라면 엄두도 못낼 상황이다. 지금의 솔루션을 판올림한 상품과 브랜드도 내달 출시할 예정이다.

국내 청담러닝 교육생 1만5천명 외에도, 청담 스마트 스쿨 솔루션이 도입된 해외 레퍼런스도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브라질에 10억원, 인도네시아 1억원, 말레이시아에 2~3억원의 프로젝트를 이미 수주했고 사우디아라비아와 키르키즈스탄, 인도 등과도 계약을 진행 중이다. 프로젝트 대상이 각국 공교육이라는 점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디지털 교과서 시장에서 각국 정부와 일해본 경험은 무시할 수 없는 경쟁 자산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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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도 고무적으로 본다. 자사 솔루션을 도입해 쓰고 있는 학원생들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시 상무는 아이들이 수업 시간에 더 고무되더군요. 성적이 올랐느냐, 학원 매출이 올랐느냐 보다 아이들의 수업 참여도와 만족도가 올라가고, 장기적으로 이런 학습 데이터가 쌓여 개개인에 최적화한 수업을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이 인상 깊었다고 설명했다.

시 상무의 개인적 비전도 청담러닝의 사업 성패에 달렸다. 그는 교육 테크놀로지로, 뉴튼이나 애드모드같은 외국계 기업에 버금가는 한국 대표 교육 기업으로 청담이 크길 바란다며 사업부분이 커지면, 이를 스핀오프해서 제가 직접 경영해 보는 것도 제 비전이라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