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함 날린 블루투스 키보드 “터치감 수준급”

벨킨 QODE 씬타입 키보드 리뷰

일반입력 :2014/05/12 11:15

권봉석

미니 노트북과 보급형 노트북의 자리를 태블릿이 밀어낸지 오래다. 인터넷 서핑이나 동영상 감상 등 단순히 콘텐츠를 소비하기에 태블릿이 훨씬 편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태블릿이 만능은 아니다. 콘텐츠를 만드는 작업 만큼은 여전히 노트북이 강점을 가진다. 간단한 문장을 입력하는 일은 스크린 키보드로도 가능하지만 세 줄 이상 문장을 입력할 때 태블릿은 상당히 불편하다. 아이패드만 해도 스크린 키보드를 왼쪽/오른쪽 손에 맞게 분리해 주는 ‘키보드 분리’ 옵션이 생겼지만 양 손으로 아이패드를 잡은 상태에서 엄지로 키보드를 누르는 일은 생각보다 만만치 않다.

블루투스 키보드를 장만하는 것도 한 방법이지만 아이패드 본체와 키보드가 분리되어 입력하는 내용을 보면서 타이핑하는데는 무리가 있다. 화면을 펼쳐서 바로 타이핑 할 수 있고 화면 각도를 조절 가능한 노트북과는 천지차이다. 벨킨 QODE 씬타입 키보드(이하 코드 씬타입)는 키보드 위에 아이패드를 약간 기울여 올려 놓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든 아이패드 에어용 블루투스 키보드다. 키보드 위에 아이패드 에어를 올리면 바로 타이핑할 수 있는 상태로 변한다.

알루미늄으로 만든 가볍고 얇은 키보드

코드 씬타입은 본체 전체를 통알루미늄으로 만들어 강도를 높이고 두께를 줄였다. 두께는 약 4mm이며 무게는 제조사가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아이패드 에어와 함께 들어보면 휴대에 불편할 만큼 무게가 늘어나지 않는다. 키보드 색상은 블랙/화이트 두 종류이고 아이패드 색상에 맞춰 선택하면 된다.

화면과 직접 와닿는 부분에는 고무를 대서 키가 직접 화면에 닿아 긁히거나 상처나는 것을 막았다. 바깥쪽에는 자석을 넣어 아이패드 에어 왼쪽에 가져다 대면 찰싹 달라 붙는다. 스마트커버처럼 아이패드 에어 위에 덮어 놓았다 열면 자동으로 화면이 켜지지만 화면 뒤로 접어서 돌려 놓을 수는 없다. 제품 전체를 보호해주기 보다는 아이패드 에어와 키보드를 함께 가지고 다니면서 잠시 고정해 두는 용도로 보는 것이 좋다.

배터리는 키보드 뒤에 달려 있는데 비스듬하게 경사가 져 있어 타이핑하기 좋은 각도를 만들어 준다. 테이블 위에 올리면 배터리와 아이패드 에어를 고정하기 위한 거치대, 아래에 달린 고무 받침대가 키보드를 받쳐준다. 제품에 달린 표시등은 키보드 오른쪽 위에 달린 블루투스 페어링 상태 표시 LED가 전부다. 입력 가능한 키는 iOS 기능을 제어하는 키 13개와 페어링 키 한 개를 제외하고 총 60개이다. 대각선 크기가 9.7인치인 아이패드 에어에 맞춰 실제 키보드가 차지하는 면적도 크게 줄었다.

올려놓기만 하면 켜진다

아이패드 에어를 올려 놓은 다음 키보드 오른쪽 위의 페어링 키를 누르고, 블루투스 설정에서 코드 씬타입을 선택하면 금방 페어링이 끝난다. 한번 페어링이 끝나면 아이패드 에어의 블루투스를 켠 상태에서 키보드 위에 올려놓기만 해도 바로 키보드가 작동한다. 아이패드 에어 오른쪽 위의 블루투스 아이콘이 몇 번 깜빡거리는 것이 전부다. 다 썼을 때는 아이패드 에어를 들어 올리면 전원이 꺼지는 방식이다. 일일이 전원 스위치를 끄고 켤 필요가 없어 편리하다.

비밀은 아이패드 에어를 올려 놓는 홈 중간에 달린 작은 스위치에 숨었다. 아이패드 에어의 무게로 전원을 끄고 켜게 만들었는데 이 때문에 다른 데스크톱PC나 태블릿과 연결해 쓰기는 어렵다. 전원이 지속적으로 켜지게 만들려면 반드시 무언가를 스위치 위에 올려 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아이패드 에어 이외에 다른 기기와 연결해 쓰고 싶다면 다른 제품을 쓰는게 낫다.

11인치 노트북보다 키 크기가 작지만 자주 쓰이는 키 배치는 일반 PC와 같아서 한 시간 가량만 연습하면 금새 익숙해질 수 있다. 오른쪽 시프트 키 크기가 커서 한글 2벌식 자판에서 자주 쓰이는 쌍자음을 입력하기도 좋다. 언어 변경은 OS X와 마찬가지로 커맨드(Command)+스페이스바를 눌러야 한다. 다만 대문자 입력 상태를 고정하는 캡스록 키가 눌렸을 때 상태를 표시해주는 LED가 없어서 자신이 캡스록 키를 눌렀는지 여부를 스스로 기억하고 있어야 하는 것이 아쉽다.

전원으로는 내장된 리튬이온 배터리를 쓰는데 제조사 설명에 따르면 연속 사용시 최대 79시간 쓸 수 있다. 용량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2주 전에 충전한 배터리로 상당히 잘 버틴다. 배터리가 다 떨어지면 오른쪽 위 LED에 빨간 불이 들어온다고 한다. 1주일에서 10일 간격으로 한 번씩만 충전해 주면 배터리 방전은 겪지 않아도 될 정도다. 충전단자는 배터리 부분에 있고 마이크로USB 케이블을 꽂으면 된다. 충전하면서도 키보드 기능을 활용하는데는 큰 문제가 없다.

키감 수준급…특수문자 위치 불편

키보드를 고르는데 의외로 중요한 요소가 흔히 ‘키감’이라 불리는 손 끝에 전해지는 감각이다. 키가 너무 뻑뻑하면 손목에 금새 피로가 오기 마련이다. 코드 씬타입은 이런 면에서 높은 점수를 줄 만한데 키 자체의 탄성과 키를 눌렀을 때 깊이가 모두 적당하다. 이 리뷰 역시 코드 씬타입으로 작성하고 있는데 블루투스 키보드 중에서는 수준급이다. 다른 사람이 말하는 것을 받아 적을 때처럼 빠른 속도로 두드려야 할 때도 키 입력을 거의 놓치는 일 없이 정확하게 입력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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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블릿이 들고 다니는 물건이다 보니 지하철이나 버스 등 교통수단 안에서도 쓸 일이 생길 수 있다. 지하철이나 버스에서도 작업이 가능하지만 화면과 키보드가 한몸인 노트북보다는 안정감은 떨어진다. 무릎 위에 키보드를 올려 놓고 작업할 수 있지만 아무래도 책상 위에 손목을 올려 놓는 것보다는 불편하다. 위아래 흔들림이 심한 버스에서는 아이패드 위치가 흔들리는 바람에 눌렸던 전원 스위치가 풀리며 연결이 끊어지는 일이 많이 일어난다. 자칫 잘못하면 아이패드 에어가 굴러 떨어지는 일이 생길수도 있다. 이동하며 쓰는 것은 가능하기는 하지만 권장할 정도는 아니다.

특수문자를 많이 쓰는 문서를 만든다면 코드 씬타입이 만족스럽지 않을 것이다. 특히 프로그래밍에 자주 쓰는 꺾쇠괄호(<, >)는 기능키(Fn)와 다른 키를 같이 눌러야 하고, 큰따옴표와 작은따옴표는 스페이스바 옆에 있어서 타이핑 리듬이 끊어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아이패드 에어와 페이지 앱, 혹은 마이크로소프트 워드 앱으로 간단한 문서 초안을 만들거나 워드프레스 앱으로 간단한 블로그 포스팅을 작성하는 데는 더할나위 없이 만족스럽다. 가격은 14만원 선으로 아이패드용 블루투스 키보드 중에서는 비싼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