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통법 통과…출고가 얼마나 더 내려갈까

플래그십은 영향 미미…중저가 라인업 확대 예상

일반입력 :2014/05/03 10:37    수정: 2014/05/03 10:37

송주영 기자

“보조금이 투명하게 공개되면 출고가격 인하가 불가피할 것이다.”

“주력 제품 출고가 인하는 쉽지 않을 것이다. 다만 중저가 라인업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2일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하 단통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 이르면 오는 10월부터 시행될 예정임에 따라 업계 전문가들은 출고가에 대해 대체적으로 이같이 전망했다.

단통법이 시행되면 이동통신사의 보조금 뿐만 아니라 제조사 출고가, 장려금 규모가 공시를 통해 투명하게 공개된다. 신제품의 장려금 뿐만 아니라 일부 구형 단말기는 출고가마저 모른 채 지갑을 열어야 했던 소비자들의 정보 소외 현상이 사라지게 된다.

단말기 유통법(단통법) 통과 이후 제조사 출고가 인하에 대한 전망은 엇갈렸다. 단말기 가격이 내려갈 것이라는 전망은 대체적으로 동의하지만 플래그십 제품이 그 영향권에 포함될 것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의견이 다르다.

■가격경쟁은 심화되겠지만 어떻게?

제조사들은 단통법 시행 후 단말기 가격이 인하할 것이라는 방향성에 대해서는 대체로 동의하는 분위기다. 단통법을 통해 출고가, 보조금, 판매가 등이 투명하게 공개되면 소비자들은 가격에 더욱 민감해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한 제조업체 관계자는 “스마트폰 제품 사양은 비슷해진 가운데 가격경쟁을 할 수 밖에 없지 않겠냐”며 “단통법으로 가격이 투명하게 공개되면 경쟁은 더욱 가속화되면서 출고가 인하 압박도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스마트폰 시장은 차별점을 찾기가 쉽지 않아졌다. 혁신이 사라졌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결국 가격이 경쟁요소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점점 더 커질 전망이다. 단통법 시행으로 소비자가 가격 구조를 알기 쉽게 되면 가격경쟁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반면 출고가 인하라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일단 주력제품의 경우는 출고가 인하가 더 어렵다. 다른 라인업들이 줄줄이 출고가에 영향을 받아 근간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가령 삼성전자의 경우 갤럭시노트 출고가를 인하하면 갤럭시S는 더 낮춰야하고 갤럭시S의 보급형 파생제품은 더 내려야 하는 등 가격 근간 자체가 흔들리는 연쇄 효과가 있다.

업계 관계자는 “큰형 용돈이 깎이면 둘째, 셋째, 넷째도 함께 용돈을 내려야 하지만 막내의 경우는 다른 형제들이 영향을 덜 받는다”며 “플래그십 제품의 가격 인하는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중저가 제품 라인업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소비자가 가격에 민감해지기 때문에 플래그십 제품이 덜 팔릴 경우를 대비해야 한다. 가격으로 제품을 선택할 소비자를 겨냥한 제품이 확대될 전망이다.

제조사의 고가의 프리미엄 스마트폰 전략은 위축될 전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QHD 디스플레이가 장착된 프리미엄 출시를 두고 가장 고심했던 요소가 가격이었던 것으로 안다”며 “100만원 이상의 출고가를 제조사가 부담스러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형 단말 출고가 인하 vs 어려울 것

단통법 출시 후 구형 단말기 출고가의 인하 가능성도 제기됐다. 또 다른 일각에서는 가능성은 있지만 인하 가능성은 높지는 않다는 이견도 있다.

단말기 가격은 제조사에 따라 다르지만 구형 제품의 경우 신제품 출시 후 가격이 내려가는 것이 수순이다. 제조업체 한 관계자는 “그동안 단말기 가격을 꾸준히 인하했다”며 “일반소비자가 아닌 통신사, 대리점 등만 이를 알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동안은 제조사가 출고가를 인하해도 소비자는 이를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소비자가 가격에 덜 민감할 수 있었던 요인이다. 이동통신사, 제조사는 단말기의 출고가를 인하하더라도 소비자들에게는 별도로 공지하지 않는다. 단통법이 시행되면 상황은 바뀐다.

미래부가 이동통신사, 제조사 모두에게 출고가, 보조금, 장려금 정보를 요청할 수 있어 제품가격, 유통가격을 투명하게 관리할 수 있게 돼 구형 단말기의 가격 인하 추이도 알 수 있게 된다.

제조사들은 단통법 시행과 함께 소비자들의 구미에 맞도록 구형 단말 제품의 가격 인하를 더 빈번하게 시행하거나 인하폭을 높일 수 있다. 다만 영향을 받는 다른 제품들의 가격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에서 예상보다 출고가 인하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마케팅 활동은 위축될 것

장려금 규모가 줄어들면서 휴대폰 시장은 축소되고 브랜드 선호도는 더 커지는 등 제조업계에는 부정적인 영향이 더 클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단통법 시행 후 제조사의 마케팅 전략에 대한 고민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는 특정 지역을 대상으로 한 일시적인 보조금을 통해 마케팅비를 최소한으로 책정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가령 일부 지역, 유통업체 대상의 30만원 특정 보조금을 지급해 단숨에 일부 지역의 재고털이가 가능해졌다면 이제는 재고, 대상 상관없이 보조금을 일괄 지급해야 하는 식이다.

단말기 시장 규모도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마감세일 효과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제조사 관계자는 “홈쇼핑에서도 마감시간이 얼마 안 남았을 때 소비자가 기회를 놓치기 싫어 일단 제품을 구매하기도 한다”며 “언제든 같은 가격으로 제품을 사게 되면 소비자들은 더 신중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단말기 출고가격 어떻게 정하나

관련기사

단말기 출고가격은 제조사, 이동통신사가 공동으로 결정한다. 출고가격은 공급가격에 물류비용, 정책비용을 더한다.

제조사가 제조원가에 마진을 더해 공급가격을 정하면 이동통신사는 공급가에 물류비용, 보조금, 장려금을 고려한 정책비용을 붙여 대리점에 최종 출고가를 결정한다. 최종 결정된 출고가는 대리점에 보내지고 대리점은 여기에 보조금 등을 더해 판매가를 결정한다. 출고가가 내려가면 제조사는 이미 공급했지만 팔리지 않은 재고 제품에 대한 대금 차액을 돌려주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