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키아 인수 재해석…MS 나델라號의 새 길

"모바일 퍼스트 클라우드 퍼스트"

일반입력 :2014/04/28 16:33    수정: 2014/04/28 16:57

마이크로소프트가 지난 25일(현지시간) 마침내 노키아 휴대폰 사업 인수를 완료했다. 과연 노키아를 품은 MS가 모바일 전환의 실기를 만회할 수 있을지 관심이 높다. 일각에선 MS의 최근 행보와 CEO 사티아 나델라의 발언을 종합해 봤을 때 노키아 인수를 통해 디바이스 제조 역량을 강화하기 보다 모바일과 클라우드 생태계를 만드는데 일조하는 방법을 모색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노키아 인수는 전 CEO인 스티브 발머가 내린 마지막 초대형 결정 중 하나로 그의 후임인 사티아 나델라 현 CEO 손에서 마무리됐다. 그러나 노키아 인수를 통해 얻고자 했던 효과는 발머와 나델라가 조금 달랐던 것으로 보인다.

발머는 '디바이스와 서비스' 전략을 내세웠었다. 서비스를 구현하는데 하드웨어의 역할을 무시할 수 없다는 주의였다.

반면 나델라는 처음에 노키아 인수를 반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소프트웨어 회사인 MS가 하드웨어까지 만들어야 하는 것인지 확신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델라는 CEO가 된 후 노키아 인수가 옳은 결정이었다고 마음을 바꿨다. 노키아가 '모바일 퍼스트'전략에 깊이를 더해 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그는 노키아가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디자인, 글로벌 서플라이 체인에 대한 전문 지식과 모바일 시장 전반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다며 MS의 결정이 옳았다고 취임 한달 되는 날 이메일을 통해 밝혔다.

나델라는 MS의 가장 큰 목표는 플랫폼과 관계 없이 더 많은 사용자가 MS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며 이를 ‘모바일 퍼스트, 클라우드 퍼스트’라고 정의했다.

그는 모바일과 클라우드를 강조하면서 “그 동안 우리가 알고 있던 모바일 개념은 휴대폰에 편향된 것이었으나 인터넷의 발전과 사물인터넷 등을 보면 모든 것이 클라우드와 데이터에 연결돼 있고, 바로 이것이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세계”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미국 지디넷의 스티브 레인저 기자는 25일(현지시간) 발머 시대에 '디바이스와 서비스'전략은 나델라의 '모바일과 클라우드 퍼스트' 전략에 의해 교체된 것처럼 보인다며 앞으로 MS가 노키아를 통해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iOS와 안드로이드 시장을 넘어서는 윈도폰의 위상이 아니라고 내다봤다.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는 여전히 MS 비즈니스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엄밀히 말해 MS는 자신들의 핵심 사업인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 판매 비즈니스를 지키기 위해 모바일에서 더 강해질 필요가 있어졌다는 것이 스티브 레인저 기자의 견해다.

오늘날 기업들은 PC에서 클라우드로 그들의 애플리케이션과 데이터를 전환하길 원하고 있고 직원들은 태블릿과 모바일을 통해 여기에 접근하고 싶어 한다.

MS가 모바일로 전환한다는 것은 데스크톱 PC시대 MS가 윈도 및 오피스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소프트웨어 회사가 될 수 있었던 것처럼 모바일이라는 변화된 환경에서 엔터프라이즈 고객들이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인수된 노키아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MS는 PC를 만들지 않으면서도 PC 세계를 지배해 왔다. 구글의 경우를 보면 직접 휴대폰을 제조하지 않지만 모바일 분야의 빅 플레이어가 될 수 있었다.

MS도 노키아 없이 모바일 퍼스트 전략을 펼칠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는 노키아 말고는 어떤 제조사도 윈도폰을 만들기 꺼려했다는 점이 MS의 발목을 잡아왔다. 고객들 또한 시장에 나온 윈도폰을 별로 반기지 않았다.

이런 점에서 스티브 레인저 기자는 MS가 적어도 한 곳은 윈도폰을 만들 곳을 보장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이 노키아를 인수하게 된 배경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4분기 IDC 조사에 따르면 윈도폰은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단지 3%밖에 차지하지 못했다. 이 중 노키아가 만든 것이 89%에 이른다. 이와 달리 안드로이드는 70%시장점유율, 애플 iOS는 21%를 기록했다.

MS는 분명 모바일 분야의 자이언트로 거듭나야 하지만 이것은 모바일 기기 자이언트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또 MS가 윈도폰 점유율을 30~40퍼센트로 높이겠다는 목표는 달성 가능성도 없고 이미 철 지난 시장에 뛰어드는 거나 다름 없다는 것이 기자의 생각이다.

MS 역시 모바일에 대한 접근을 기기를 넘어 광범위하게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노키아 인수가 마무리되기 전에 아이패드용 오피스를 내놓은 것이나 하드웨어제조업체들에게 폰과 9인치 이하 태블릿을 만들 때 윈도 운영체제를 무료로 제공하겠다 밝힌 것도 같은 맥락에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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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가 바뀌었다는 또 다른 증거는 노키아의 안드로이드폰 노키아X를 계속 지원하겠다고 밝힌 데서도 찾아볼 수 있다. 새로운 스마트폰 사용자들을 윈도폰 디바이스를 구입하지 않더라도 MS의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게 하겠다는 전략이다.

기자는 MS가 앞으로 다가올 웨어러블 시장 경쟁에서 노키아의 역할도 기대해 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노키아의 하드웨어 제조력에 MS의 클라우드기반 인텔리전스 서비스가 결합된다면 새롭게 짜여질 판인 만큼 구글이나 애플과의 경쟁도 해볼 만 하다는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