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케이블 화상 위험 논란 2가지 쟁점

돼지 피부에 소금물 바른 실험 적절했나 논란 주목

일반입력 :2014/04/25 17:40    수정: 2014/04/26 10:55

이재운 기자

애플 라이트닝 케이블의 전기 누출로 인한 화상 위험을 놓고 애플코리아와 문제를 제기한 한국소비자원이 실험까지 해가며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어 향후 결과가 주목된다.

양측이 다투고 있는 쟁점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제품 자체의 본질적인 화상 위험성 및 소비자 고지 여부와 ▲이를 증명하기 위한 실험방식의 적절성 여부다.

이 제품은 충전을 하거나 데이터를 전송할 때 사용되는 케이블로 지난 2012년에 출시된 아이폰5부터 적용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를 사용하다 화상을 입었다는 피해 사례가 속출했다. 지금까지 총 6건. 많은 사례라 볼 수는 없지만 적은 것도 아니다. 피해자들은 주로 이를 콘센트에 연결해 둔 채로 근처에서 잠들었다가 장시간 접촉하게 되면서 팔 부위에 화상을 입었다.

■충분히 안전하고 소비자한테 제대로 알렸는가

한국소비자원은 이 제품의 본질적 위험성을 강조한다. 충전부가 외부로 노출돼 전기가 그대로 흐르고 미량이지만 오랜 시간 노출되면서 화상을 입게 된다는 것이다.

한소원 관계자는 “전류가 직접 흐르는 충전부는 대부분 속으로 감춰져 있어 사용자 신체에 직접 닿을 일이 없다”며 “애플 케이블처럼 충전부가 외부로 노출된 경우는 드문 사례”라고 설명했다. 충전부가 외부에 노출된 제품 설계 자체가 위험 소지를 갖고 있다는 설명이다.

애플 측에 이에 대해 엄격한 시험을 거친 안전한 제품이라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제품의 위험성을 소비자한테 충실하게 알렸는지도 쟁점이다.

한소원은 아이폰5s 등 애플이 제공하는 제품 사용설명서에 이로 인한 화상 위험을 적시하지 않았다며 관련 안전 조치를 취할 것을 애플코리아 측에 권고한 상태다.

애플코리아는 그러나 홈페이지에 ‘장시간의 열 노출’에 대한 주의사항을 고지했다고 설명한다.

확인 결과 애플 홈페이지에는 긴 시간 동안 작동되거나 전원 공급원에 연결되어 있을 때 신체가 장비 또는 전원 어댑터에 접촉되어 있는 상황을 상식적으로 피하십시오라는 문구가 있다.

다만 제품 상자에 들어있는 종이 설명서에서는 이와 같은 직접적인 설명을 찾을 수 없었다. 한소원은 홈페이지 관련에서 애플은 어댑터에 대해서만 언급했을 뿐 라이트닝 부분은 빠져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화상 위험 확인 실험은 적절했는가

한국소비자원은 특히 이 제품의 본질적인 화상 위험성을 실험을 통해 확인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애플 측은 그 실험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한다.

소비자원과 애플에 따르면 이 실험은 돼지의 피부에 전원을 연결한 케이블의 충전부를 30분간 접촉시켜 화상 정도를 확인하는 방식이었다. 처음 실험 결과를 접한 애플코리아는 이후 한소원으로 찾아와 면담 신청을 했고 이에 한소원이 실험과정을 재현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소원 관계자는 “제조사가 이런 실험 과정에 입회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며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도 다른 소리를 하는 이유가 의아하다”고 말했다.

애플 측은 이에 대해 언론에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는 않고 있다.

그러나 실험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게 애플 입장이다. 실험 과정에서 돼지 피부에 소금기 있는 물을 적시고 충전부를 접촉한 점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다. 전기가 잘 통하는 소금물을 바르고 하는 실험은 너무 현실과 동떨어져 있고 그래서 승복하기가 어렵다는 주장이다.

소금 물을 뿌린 것은 한국소비자원도 인정한다. 소비자원은 그러나 그럴 이유가 충분하다는 것이다. 사람이 땀을 흘리는 경우는 얼마든지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논쟁에 대해 외부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소금물과 땀이 꼭같다고 볼 수 없으니 애플이 다소 억울하다는 입장을 가진 전문가도 있고, 소금물과 땀이 완전히 같지는 않지만 무리한 실험으로 볼 수 없다는 주장도 있다.

이 가운데 한소원에서는 소금물을 바르지 않은 상태에서도 실험결과는 똑같다고 주장하고 있다.한소원 관계자는 다양한 조건에서 실험을 진행했으며 업체 입회 실험 시에는 소금물을 바르지 않은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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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애플은 내부적으로 이 문제에 대해 검토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일 이 문제가 다른 지역으로 확대될 경우 집단 소송 등 여러 위험 요인이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에서 이슈가 될 경우 대형 소송에 휘말릴 가능성도 있지 않겠나라며 그런 만큼 내부에서도 조심스럽게 접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