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규제 개선, 이번엔 확실히 할까

정부 한 달 동안 각계 의견 집중적으로 수렴

일반입력 :2014/04/21 18:29    수정: 2014/04/21 18:48

남혜현 기자

정부가 인터넷 규제 개선을 위한 국민 여론을 수렴한다. 20일부터 미래창조과학부와 국민권익위원회, 포털 다음 아고라가 각자 규제개선고, 국민신문고 등을 열고 인터넷과 관련한 덩어리규제에 대해 약 한 달간 국민 목소리를 듣는다.

첫 주제는 전자상거래 활성화 저해로 2주간 여론 수렴 과정을 거친다. 세 가지 주제로 갈무리한 인터넷 덩어리 규제 중 가장 오랜 기간 국민 목소리를 듣는다. 그만큼 많은 이들이 불편을 호소해왔던 부분이다. 정부가 기업들의 목소리를 듣고 우선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은 것은 ▲전자상거래시 본인 확인 ▲게임, 매체물 연령확인 ▲공인인증서 의무 사용 ▲결제 동의 개별 체크 등이다.

전자상거래 관련 규제 법안들은 대체로 곱셈의 법칙이 적용되는 사안들이라, 각 부처별로 유사한 규제를 적용했거나 또는 한 규제를 풀기 위해서는 다른 규제를 함께 풀어야 하는 경우가 다수다. 정부는 여론 수렴 기간 동안 얽히고 설킨 규제에 대한 의견을 접수한다는 방침이다.

■ 가장 큰 걸림돌은 '공인인증서-액티브 X'

공인인증서와 액티브X는 가장 빨리 해결해야 할 문제로 언급된다. 박근혜 대통령이 ‘천송이코트’를 언급했던 규제개혁 끝장 토론 이후 금융위원회는 전자상거래에서 공인인증서 ‘의무’사용을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쉽게 말해 공인인증서 사용 여부를 개별 결제대행업체(PG)에 맡기겠다는 것이다.

업계는 공인인증서 의무 사용을 폐지한다는 방침에는 우선 환영한다. 그러나 공인인증서 사용에 익숙해져 있는 환경에서 개별 PG사들이 얼마나 빠르게 대안을 적용할지에는 의문을 표한다.

최성진 인터넷기업협회 사무국장은 이와 관련해 “금융사와 PG들이 ‘자율적’으로 공인인증서를 사용하더라도 반드시 다른 간편한 인증절차를 함께 제공하도록 의무화해 이용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규제를 개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액티브X도 문제로 지목된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개발, 인터넷 익스플로러에 종속된 액티브X가 한국 인터넷을 갈라파고스로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본인 인증수단인 공인인증서는 물론, ISP결제나 안심클릭 등 본 결제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액티브X가 필요하다. 웹 결제 때마다 팝업창으로 '보안 프로그램을 설치하라'고 나오는 플러그인 방식이 이용자들의 불안과 불편을 키운다는 것이다.

한 인터넷 업계 관계자는 웹 결제 때마다 보안 프로그램을 깔아야 하는 방식을 이용자들은 불안해하고 불편해 한다며 정부에서는 액티브X에 대한 규제가 없다고 하지만 카드사들은 금융당국의 눈치를 보고, 쇼핑몰들은 카드사와 금융당국의 눈치를 보느라 실제로 경쟁이 이뤄지지 않고 있어 그림자 규제로 볼 수 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이 외에 게시판 실명제가 헌법재판소에 의해 위헌으로 판결난 만큼, 본인확인과 관련한 여러 규제를 철폐하고 사실상 실효성이 없는 청소년 연령 확인을 손봐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부처별로 다르게 명시된 청소년 연령 규정도 통일해야 할 사안으로 언급되고 있다.

■'아마존 원클릭' 따라가려면 간편결제 가능해야

오픈마켓, 소셜커머스, 앱스토어 등이 손톱 밑 가시로 생각하지만 강하게 의견 표출을 못하는 것이 '카드 정보 보유'다.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이 정한 규정상 개인의 카드 정보는 지불대행업체(PG)만 보유할 수 있게 되어 있다. 현행법에서 개별 마켓은 개인의 신용카드 정보를 저장하지 못하는데, 이는 아마존, 구글, 애플이 실행하는 '원클릭' 결제 서비스를 국내 마켓들이 도입하지 못하는 이유다.

국내 소비자들은 오픈마켓, 소셜커머스에서 물건을 살 때마다 '제3자 개인정보 제공'에 동의하고, 신용카드사를 선택한 다음 다시 서비스 약관과 개인정보 수집/이용 안내, 개인정보제공/위탁 안내를 체크하고 결제 대행 업체 팝업 창이나 모바일 앱으로 넘어가 카드를 골라 결제를 해야하는 복잡한 과정을 거친다.

해외서 직접 물건을 결제 구매하는 이용자들이 늘어나면서 국내 전자상거래 업체들의 결제 시스템이 너무 복잡하다는 지적이 여기에서 나온다. 전자상거래 업체들은 간편 결제 기능을 도입하고, 혹시 일어날 수 있는 정보 유출 문제는 기업들이 경쟁을 통해 보안 기술을 강화하는 방법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이야기하면서도 강하게 입장을 표명하지는 못하는 실정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궁극적으로는 간편결제로 가고 싶어하지만 지금은 카드사나 PG만 카드 정보를 보유할 수 있도록 규제가 강화되어 있는 상황이라 직접 이야기는 못하고 있다며 금융사와 감독당국의 눈치를 동시에 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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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원클릭, 애플 앱스토어 같은 간편결제 시스템을 도입할 경우 전자상거래 업체에 금융권과 같은 규제가 더해질 수 있는 것도 관련 업계의 고민이다. 애플이나 구글의 경우 해외 사업자라 간편 결제를 도입해도 별다른 정부 규제가 없지만, 국내 사업자들은 카드 정보 수집, 보유로 인한 규제가 더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전자상거래 업체 관계자는 고객 카드 번호를 보유하게 되면 구글이나 애플처럼 편리하게 결제를 진행할 수 있겠지만 반대로 금융 보안 규제가 커질 수 있어 간편결제는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며 간편결제를 적용하게 되면 해외사업자들과 국내 업체들에 동등한 규제가 적용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