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출고가 인하가 불러올 나비효과

전문가 칼럼입력 :2014/04/18 13:49    수정: 2014/04/18 15:55

박종일
박종일

스마트폰 출고가 인하 현상이 도미노처럼 벌어지고 있다. 삼성전자 갤럭시S5에 이어 LG전자, 팬택, 애플 등 국내 출시된 거의 모든 스마트폰에 해당되는 얘기다.

지난 2009년 12월 아이폰 국내 출시 이후 시작된 스마트폰 출고가의 고가 정책이 4년 반 만에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이동통신 산업에 있어 중요한 변수가 될 것임이 분명하다.

스마트폰 출고가, 무엇이 문제였나

스마트폰 시대가 본격 도래하며 한국은 전세계 스마트폰 보급률 1위에 올라서게 된다. 해외보다 늦게 스마트폰이 도입되었지만 여느 나라보다 빠른 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 원인을 꼽아보면 삼성전자, LG전자 등과 같은 글로벌 제조사의 빠른 시장 참여가 있었고, 보조금과 치열한 네트워크 경쟁을 통해 스마트폰의 빠른 보급을 주도한 이동통신3사의 노력이 있었다.

그러나, 스마트폰의 ‘고도 압축 성장’은 가계통신비 상승이라는 커다란 문제점을 낳았다. 50만원이 넘지 않던 휴대폰 가격이 100만원에 육박하게 되었고, 2~3만원대의 통신 기본료는 4만원, 5만원을 훌쩍 넘는다. 얼마 전 출시한 ‘LTE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는 월 기본료 6만원을 상회한다. 4인 가족 기준이라면 단말기 구매 비용과 통신비로만 한 달에 20~30만원이 족히 들어가는 상황이다.

이런 현상은 단순히 고객들의 스마트폰 선호 현상이 고가의 단말기와 요금제를 선호한다고 보기에는 부족함이 있다. 단말제조사와 통신사들의 강력한 마케팅 전략에 의해 시장이 커진 측면도 간과할 수 없다. 오히려 이 과정에서 스마트폰 가격에 거품이 끼어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나아가 높은 스마트폰 출고가에는 이동통신사가 고가 요금제 유치하려는 목적이 포함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있기도 하다. 결국 정부규제기관인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가계통신비 인상의 주범으로 이동통신 유통 구조와 스마트폰 출고가 거품, 고가의 통신기본료를 꼽았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추진한 것이 ‘단말기 유통 구조 개선법’, 일명 ‘단통법’ 이었다.

통과도 안 된 단통법, 단말 출고가를 떨어뜨리다

우여곡절 많은 단통법에 대해서는 여러 차례 필자의 칼럼을 통해 언급한 바 있다. 일부 단말 제조사들은 단통법에 반대했다. 단통법이 포함하고 있는 내용 중 하나가‘스마트폰 출고가의 인하’였고, 당연히 판매가격이 떨어질 것을 우려한 단말제조사는 반대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가계통신비 인하라는 절대 명제를 받은 정부 규제 기관은 이를 묵과할 수 만은 없었을 것이다.

이 시점에 나온 것이 이통3사의 최장 영업정지 라는 처벌이었는데,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이통사의 영업정지 기간 중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곳은 처벌을 받은 이통사가 아닌 단말제조사라는 점이다. 영업정지 기간 중 이통사는 고객들에게 통신비를 지속적으로 받을 수 있지만, 판매가 줄어든 단말제조사는 매출에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 것이다. 이쯤 되면 이통사 영업정지의 칼날이 통신사가 아닌 단말제조사로 향하고 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관련글:이통사 영업 정지와 미래부의 칼날)

삼성전자는 최고의 전략 단말기인 갤럭시S5를 영업정지 기간 중 출시해야 했고, 통신사들의 이해 관계까지 얽혀 글로벌 출시일을 준수하지 못한 해프닝을 겪었다. LG전자 역시 플래그십 모델인 G프로2를 내놨지만 변변한 반응을 얻지 못했다. 두 번째 워크아웃을 신청한 팬택이 입은 상처는 삼성,LG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아프고 쓰리다.

‘출고가를 인하해야 한다’는 미래부와 방통위, ‘출고가 결정은 기업의 몫’이라고 버텼던 단말제조사의 힘겨루기는 이제서야 그 끝이 보이는 듯 하다. 통신사 보조금 제재라는 우회적인 방법을 사용했던 미래부와 방통위는 ‘보조금 제재 때문에 단말기가 오히려 비싸졌다’, ‘출고가 인하는 反시장적 조치이다’라는 비난에서 이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출고가, 얼마나 인하되고 어떤 변화가 있나?

지디넷코리아를 비롯한 언론 보도를 보면 스마트폰 출고가는 평균 20~40% 가량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일부 언론에서 보도된 내용 중 맞는 부분도 있고 틀린 부분도 있다. 그만큼 출고가 인하에 대한 정보는 극비 중에 극비인 것을 반증한다.

갤럭시S5가 86만원에 출시된 것은 시작에 불과했고 그 인하의 폭 역시 크지 않았다. 하지만, 앞으로의 출고가 인하는 좀 더 큰 규모로 조정될 것이다. 

필자가 얻는 정보를 갖고 분석한 바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중저가 제품인 갤럭시 미니 시리즈를 30만원대로 낮출 전망이며, 출시된지 20개월된 (보조금 상한선 가이드 제외 대상) 갤럭시노트2 역시 공격적인 가격 인하가 전망된다.

LG전자의 옵티머스GK는 30만원 이하로 떨어진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출시 당시 70만원대였음을 기억한다면 3분의 1 수준이다.플래그십 모델인 G2, G프로2 역시 인하될 전망이다.

팬택은 최근 출시한 시크릿업을 59만원대로 낮출 것으로 전망된다. 동급 수준의 경쟁사 제품이 80~90만원에 육박한 수준임을 감안한다면 ‘반값’인 셈이다. 단말 가격에 브랜드 가치를 얹었던 애플 아이폰5 역시 최근 출고가가 인하된 것으로 전해진다.

사실 출고가 인하는 어느 정도 예견된 상황이었다. 다만 이통3사의 영업정지가 모두 해제되는 6월 즈음에 이뤄질 것으로 업계에서는 전망했지만 그보다 두 달 가량 빨리 진행되었다. 어떻게 보면 영업정지 중인 통신사들에게는 출고가 인하가 그리 달갑지 않은 소식일 수도 있고, 통신사-단말제조사 간의 관계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일이다.

또 출고가 인하는 단순히 스마트폰을 저렴하게 살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만은 아니다. 단말 출고가에 얽히고 설킨 이해관계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출고가 인하가 불러올 변화를 눈여겨 보아야 한다.

단말제조사에게는 악재가 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피할 수 없었다.단통법이 발의된 지 꽤나 오랜 시간이 흘렀다. 그 동안 대처 방안을 마련했을 것으로 기대해본다.

이동통신사의 이해관계는 다소 복잡하다. 단말기 출고가가 낮춰지면 보조금 등의 마케팅 비용이 줄어들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주력 요금제가 고가에서 중저가로 낮춰질 수 있다. 즉 통신사의 핵심 지표인 ARPU(가입자당 매출)가 떨어진다는 의미이다.

이통3사의 순차적 영업정지라는 변수까지 고려한다면, 이번 출고가 인하의 최대 수혜주는 영업 재개를 앞둔 KT가 될 가능성이 크다. KT의 단독 영업이 시작되는 4월 27일 이후에는 SKT와 LGU+는 착한기변, 대박기변을 내세운 기존 고객을 지켜내는 데에 만족해야 할 듯 싶다.

알뜰폰(MVNO) 사업자는 호재이다. 그 동안 고가의 최신 스마트폰 라인업을 확보하지 못했던 알뜰폰 사업자들은, 기존 이통3사에 비해 단말제조사와의 협상력이 낮아 출고가에 대한 입김이 약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출고가라는 표시가격이 낮춰졌으니 이젠 ‘반 값 요금’을 내세워 이통3사와 겨뤄볼 만한 상황이 되었다.

영업정지 기간 중 쓰러져 가던 대리점, 판매점에게도 호재가 될 것이다. 보조금 상한선 27만원에 묶여 옴짝달짝 못했던 대리점, 판매점에게 한 줄기 살아날 희망이 생긴 셈이다. 단, 기존처럼 높은 출고가를 활용한 ‘호갱’, ‘눈탱이’ 등의 편법 영업은 줄어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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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규제 기관인 미래부와방통위는단통법 추진에 탄력을 받아 이동통신 유통 구조의 변화를 주도할 것이다. 부디 생색내기가 아닌 실질적인 가계 통신비 절감에 기여해 주기를 기대해본다.

5천만명의 고객에게는 호재이다. 고무줄처럼 늘였다 줄였다 하던 스마트폰의 가격의 탄력성이 줄어들었다. 스마트폰 보조금을 쫓아 이리저리 통신사를 옮겨 다녔지만, 이제는 기기변경을 하더라도 합리적인 가격으로 스마트폰 구매가 가능해 질 것이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박종일 IT컬럼니스트

커넥팅랩 대표.
통신사와 증권사를 거치며 이동통신 요금기획, 컨버전스 사업기획 등을 담당했다. 국내 주요 기업의 IT 실무진들과 함께 모바일 포럼 커넥팅랩(www.connectinglab.net)을 구성하여 정기적인 세미나와 지식 전파 활동을 펼치고 있다. 최근 '모바일 트렌드 2014'를 출간하였으며 저서로는 'LTE 신세계', '스마트패드 생존전략'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