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카 사진, 20초면 아날로그로 살아난다?

한국후지필름 인스탁스 쉐어 SP-1 리뷰

일반입력 :2014/04/16 11:11    수정: 2014/04/16 11:26

권봉석

즉석 카메라는 셔터만 누르면 그 장면을 바로 찍어 간직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녔다. 현상이나 인화가 필요한 필름 카메라와 달리 사진 한 장 한 장이 인화지를 겸하고 있어 1분에서 3분만 지나면 바로 결과물을 확인할 수 있다. 원본 필름이 남지 않아 같은 사진을 두 장 이상 얻을 수 없는 대신 ‘세상에서 단 한장 뿐인 사진’이라는 가치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즉석 카메라의 대명사로 불렸던 폴라로이드는 사진을 보다 간편하게 공유하고 저장할 수 있는 디지털 카메라에 밀려 2008년 파산한 후 이렇다할 신제품을 선보이지 못하고 있다. 현재 즉석 카메라 시장에서 가장 높은 점유율을 차지한 회사는 후지필름이지만 찍은 사진을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로 간편하게 주고 받을 수 있는 스마트폰의 도전에 직면해 있다.

‘적을 이길 수 없다면 같은 편으로 만들라’고 했던가. 한국후지필름이 지난 7일 출시한 인스탁스 쉐어 SP-1(이하 SP-1)는 스마트기기와 경쟁을 피하고 오히려 파트너로 만들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에 저장된 사진이나 그림 파일을 와이파이로 받아와 명함크기 인화지에 인쇄한다. 애플 아이폰과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모두 지원하고 같은 사진을 여러 장 찍을 수 있고 SNS에 올렸던 사진도 가져와 액자처럼 꾸민 후 뽑을 수 있다.

카메라와 크기는 비슷한데 “렌즈가 없다”

SP-1은 사진까지 찍을 수 있는 인스탁스 카메라와 크기는 비슷하지만 렌즈와 셔터 버튼은 없다. 사진을 찍는 기능은 온전히 스마트기기에 넘겨주고 와이파이와 인쇄 기능만 남겼기 때문이다. 본체 크기는 CD 한 장에 가려질 수준이고 두께는 42mm로 다소 두껍다. 배터리와 필름팩을 제외한 본체 무게는 약 253g이며 부피에 비해 크게 무겁지는 않다.

사진 촬영에 관련된 부분은 사라진 대신 사진 출력에 필요한 각종 상태 표시등은 늘어났다. 배터리 소모 상태와 남아 있는 필름 장수를 보여주는 LED가 바로 그것이다. 본체 안에 10장들이 필름팩을 넣은 다음 한 장씩 출력할 때마다 왼쪽 방향에서 오른쪽 방향으로 LED가 하나씩 꺼지는 방식이다. 사진을 출력할 때는 배출구 위에 있는 LED도 깜빡거린다.

누를 수 있는 버튼은 전원 버튼과 재프린트(REPRINT) 버튼이 전부다. 재프린트 버튼을 누르면 가장 마지막으로 뽑았던 사진을 한 장 더 찍어준다. 다만 본체를 손으로 잡았을 때 재프린트 버튼이 쉽게 잡히는 위치에 있어 실수로 누를 가능성이 높다. 전원은 3볼트 리튬 건전지 두 개를 쓰지만 주위에서 구하기 쉽지는 않다. 따로 파는 전원 어댑터를 연결하면 필름팩을 갈아 끼우며 계속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와이파이와 전용 앱으로 연결

스마트폰에 저장된 사진을 뽑고 싶다면 먼저 필름팩을 넣어야 한다. 필름팩은 10장 단위로 포장되어 있고 인스탁스 미니용 필름이면 모두 호환된다. 본체 뒤 뚜껑을 열어 방향에 맞게 필름팩을 넣고 뚜껑을 닫으면 외부 빛에서 필름을 보호하는 보호지가 배출되며 준비가 끝난다. 필름이 몇 장 남았는지 확인하려면 전원을 켜서 LED를 확인해야 하며 필름이 든 상태에서 뚜껑을 열면 필름이 손상될 수 있다.

출력을 위한 앱인 ‘인스탁스 셰어’는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플레이에서 무료로 설치할 수 있다. SP-1을 켜면 제품 아래에 적힌 이름(SSID)으로 스마트기기에서 접속 가능한 와이파이 망이 만들어진다. 여기에 접속한 다음 인스탁스 셰어 앱을 실행하면 출력이 가능하며 처음 실행했다면 SP-1 자체 비밀번호를 설정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SP-1 한대에 최대 여덟 명이 접속해 사진을 출력할 수 있다.

SP-1로 뽑을 수 있는 사진은 크게 세 종류다. 스마트폰 사진 앨범에 저장된 사진과 SNS에 올린 사진 이외에 즉석에서 찍은 사진까지 출력할 수 있다. 특이한 기능은 ‘리얼타임 템플릿’인데 현재 사진을 찍은 곳의 시간과 날짜, 날씨와 위치를 실시간으로 파악해 사진 틀 안에 저장해 준다. 단 인터넷에 접속해 주소와 날씨를 받아 오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SP-1과 와이파이로 연결된 경우에는 잠시 접속을 끊어야 할 필요가 있다. 여행지에서 사진을 찍고 싶을 때 유용한 기능이다.

SNS에 저장된 사진을 불러와서 출력하는 기능도 함께 갖췄다. 현재 지원하는 SNS는 페이스북·인스타그램 등 페이스북 계열 SNS와 중국에서 많이 쓰는 웨이보 등 세 종류다. SNS에서 가져온 사진은 특성에 맞는 템플릿(사진틀)이 자동으로 적용된다. 사진 뿐만 아니라 그림파일도 가져와 출력할 수 있지만 해상도가 너무 떨어지면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얻을 수 없다. 사진 앨범에서도 오른쪽 위에 느낌표(!)가 표시되어 이런 사실을 미리 알려준다.

20초만에 사진 뚝딱 “한 장당 출력 비용은 천원”

불러온 사진을 편집하고 출력 버튼을 누르면 약 20초만에 출력을 마친다. 인화지 크기는 86×54mm로 신용카드만하며 실제 사진이 출력되는 영역은 62×46mm다. 사진이 출력되고 나면 처음에는 하얀 영역만 보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차차 사진이 선명해진다. 약 5분 정도 기다리면 최종적인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

실제 출력되는 사진 해상도는 640×480 화소이며 온라인 출력 서비스나 고급 잉크젯 프린터에 전용 인화지로 출력했을 때보다는 색상 깊이나 세밀함에서 아무래도 차이가 있다. 특히 흰 바탕에 검은 선으로 그려진 일러스트를 인쇄할 경우에는 희미해져서 거의 보이지 않는 수준이다. 하지만 인스탁스 카메라로 촬영한 사진보다는 훨씬 나은 사진을 얻을 수 있다. 아날로그 질감이 나는 사진을 얻을 수 있는 것도 특징이다.

한 장당 출력 비용은 천원에서 천3백원을 오간다. 공식 쇼핑몰에서 파는 20장들이 패키지(2만원)를 쓰면 가장 낮은 수준인 장당 천원에 사진을 뽑을 수 있다. 각종 무늬나 캐릭터가 들어간 필름팩은 10장 들이에 1만3천원에서 1만4천원, 장당으로 따지면 천3백원에서 천4백원 수준이다. 오픈마켓을 이용하면 필름팩 구입 비용을 더 낮출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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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탁스 쉐어 SP-1은 아이폰·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서 바로 사진을 출력할 수 있고 인스탁스 미니용으로 나온 다양한 필름을 그대로 쓸 수 있다. 직접적인 경쟁제품이 될 수 있는 LG전자 포켓포토 포포2와 비교하면 필름 선택의 폭도 넓다. 한 번 충전(교환)으로 찍을 수 있는 사진 장수도 포켓포토 포포2는 최대 20장(블루투스), SP-1은 최대 100장(와이파이)으로 세 배 이상이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본체에 달린 LED만으로는 배터리 용량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어 앱에 표시되는 배터리 잔량을 확인해야 하며 재프린트 버튼이 실수로 누르기 쉬운 위치에 달려 있어 필름을 낭비하게 될 가능성도 높다. PC와 연결해 사진을 출력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전용 앱의 미리 만들어진 사진틀(템플릿)도 다양하지 않다. 가격은 23만원이며 비슷한 기능을 지닌 다른 제품의 약 두 배 가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