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은 어떻게 바이어 천국이 됐을까

박람회·소싱페어 연계되며 '시너지 효과'

일반입력 :2014/04/16 11:26    수정: 2014/04/16 11:27

봉성창

<홍콩 = 봉성창 기자> 홍콩하면 떠오르는 가장 첫 번째 이미지는 쇼핑이다. 세계 각국의 명품을 파는 매장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청담동이나 가야 만날 수 있는 라이카 매장이, 홍콩 상업지구에는 골목마다 들어서 손쉽게 찾을 수 있다. 롤렉스 등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명품 시계 매장도 적잖다.

좋은 물건을 사기 위해 홍콩을 찾는 건 비단 관광객만은 아니다. 매년 봄과 가을 두 차례, 전 세계 바이어들이 이곳 홍콩을 찾는다. 홍콩전자 박람회를 시작으로 차이나소싱페어, 광저우 캔톤페어가 이 시기에 차례대로 개최되기 때문이다.

홍콩 전자 박람회는 과거 가을 시즌에만 열리다가 비즈니스 수요가 매년 춘계와 추계로 나뉘어 2회 열린다. 올해도 어김없이 지난 13일부터 나흘간 홍콩 컨벤션 센터에서 그 막이 올랐다. 중국을 비롯해 홍콩, 한국, 일본 등 내로라하는 아시아 기업들이 전 세계에서 몰려든 수만명의 바이어를 맞이했다.

이 행사는 긴 역사만큼이나 바이어들 사이에서 메이저급 박람회로 분류된다. 아시아 최대 규모라는 수식어도 홍콩 전자 박람회가 차지하고 있다. 홍콩과 지리적으로 인접한 심천 지역 기업들이 대거 참여한 가운데 우리나라, 홍콩, 싱가폴, 대만 지역 기업들로 5층 행사장을 가득 매웠다. 행사장 내부 공간은 물론 복도까지 부스가 빼곡하게 들어서 있을 정도다. 유럽과 남미 일부 기업들도 아시아 시장 공략을 위해 이 곳을 찾는다.

하루 앞서 12일부터 열린 차이나소싱페어는 공항 부근에 위치한 아시아월드엑스포에서 개최되며 규모가 비교적 작은 편이다. 대신 스마트폰 액세서리를 중심으로 그 색체가 명확한 것이 특징이다. 한국 업체들도 올해는 홍콩전자 박람회에 비해 좀 더 비용이 저렴한 차이나소싱페어에 많이 참여했다. 올해는 110개 업체가 참여했으며 별도의 한국관을 만들어 코리아소싱페어라고 이름 붙였다.

이들 박람회는 경쟁관계에 있는 행사들이지만, 개최 시기는 서로 조율된다. 바이어들의 편의를 위해서다. 대부분 바이어들은 하루 먼저 열리는 차이나소싱페어를 방문했다가 홍콩전자 박람회을 거쳐 중국 본토로 넘어가 광저우 캔톤페어까지 방문한다. 그만큼 이러한 비즈니스 행사에 대한 공급과 수요가 많다는 증거다.

이러한 박람회가 열리는 기간이면 홍콩은 관광 도시에서 전시 도시로 완전히 탈바꿈한다. 수백대의 무료 셔틀버스가 호텔과 행사장 사이를 오고간다. 바이어라면 공항과 행사장을 잇는 고속철도를 무료로 탈 수 있고 바이어 티켓만 있으면 다양한 곳에서 할인을 받을 수 있다. 마치 우리나라에서 고3 학생들의 수학능력평가 수험표를 떠올리게 한다.

홍콩 춘계 전자 박람회는 모든 행사 프로그램이 바이어들에게 맞춰져 있다. 행사 입장료는 당연히 무료다. 곳곳마다 바이어들이 편하게 쉴 수 있는 라운지가 마련돼 있을 뿐 아니라, 시간대별로 맥주를 비롯한 다양한 음료가 제공된다. 바이어들이 행사장을 돌며 출품업체 명함을 일정 수량 이상 모아서 가져오면 식사권이나 기념품을 준다. 심지어 중국 광저우에서 열리는 캔톤 페어 참여 의사를 밝히면 소정의 여비까지 챙겨줄 정도다. 이외에도 중국을 비롯한 중요 국가 별로 다양한 프로모션이 진행되고 있다.

홍콩 전자 박람회의 킬러 콘텐츠인 스몰 오더 존(Small order zone)도 바이어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좋은 제품을 골라 전시한 다음 그 자리에서 소량 주문할 수 있도록 했다. 적게는 5개에서 많게는 1천개까지 주문이 가능하다. 결제도 페이팔 등을 이용해 그 자리에서 이뤄진다. 결제가 완료되면 전 세계 원하는 주소로 배송이 이뤄진다. 수입에 필요한 비즈니스 절차를 최소화한 것이 ‘스몰 오더 존’의 강점이다.

홍콩 전자 박람회를 비롯한 아시아 지역의 대규모 박람회는 서구권의 CES나 IFA와는 그 성격이 다르다. 세계가 놀랄만한 신제품 발표나 혹은 어디서도 본적이 없는 새로운 발상의 제품은 이곳 행사장에서 찾기 힘들다. 실제로 홍콩전자 박람회에서 가장 쉽게 찾을 수 있는 제품이 저가 태블릿, 블루투스 스피커, 외장형 배터리 등이다. 디자인도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제품이 많다.

그럼에도 바이어들이 이 곳을 찾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가격 경쟁력이다. 이곳에서 제품을 보고 가격을 문의하고 얼마나 더 저렴하게 살 수 있는지 흥정한다. 전시장이라기 보다는 차라리 장터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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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홍콩 춘계 전자 박람회에 참여한 한 한국 기업 관계자는 “이곳에서 바이어를 만나 명함을 주고받은 다음 한국으로 돌아가 구체적인 제안서 작업을 진행한다”며 “단순히 온라인을 통해 이메일을 보내는 것 보다 이곳에서 짧게라도 얼굴을 보고 이야기 했을 때 좀 더 영업이 수월하다”고 말했다.

한편, 홍콩 춘계 전자 박람회의 주최자인 홍콩무역발전국의 한국대표부를 겸하고 있는 맹청신 아이피알포럼 대표는 “홍콩 전자 박람회에서 한국 기업에 주목하는 해외 바이어들이 크게 늘고 있다”며 “지난 30년간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해외마케팅의 풍부한 경험과 그리고 50여 개국 120여 개 해외 네트워크를 통해 한국 기업들의 해외시장 개척과 확대를 위해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