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액티브X, 결제 서비스 혁신은 필수

일반입력 :2014/04/14 08:00    수정: 2014/04/14 08:03

손경호 기자

우리나라에서 쇼핑몰이나 인터넷 뱅킹을 쓰는 이들이라면 액티브X 기반의 여러가지 보안결제모듈을 설치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피할 수 없다. 이것도 설치하고 저것도 설치하라는 메시지가 계속나오다보니 중간에 '욱'하는 사용자들도 많다는 후문이다. 급기야 박근혜 대통령까지 나서 공인인증서 없이도 온라인 쇼핑몰을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문하고 나섰다.

그러나 웹표준에 기반한 결제 서비스가 많은 해외와 달리 우리나라의 경우 액티브X 없는 결제 서비스를 구현하기가 현실적으로 만만치 않다는 지적도 있다.

인터넷 쇼핑몰 등에 대한 결제대행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페이게이트의 이동산 이사는 11일 서울 역삼동 리츠칼튼 호텔에서 개최된 'HTML5 개발자 국제 컨퍼런스'에 참석해 해외 컨퍼런스에서, '액티브X와 미래 웹결제'라는 주제 발표를 통해 결제방식을 자유롭게 선택해 쓸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미국의 경우 은행과 비은행 결제, 신용카드와 비신용카드 결제, 빠른 결제와 느리지만 신뢰성 높은 결제, 결제시 본인인증과 비인증 등에 대해 은행 및 신용카드사와 비은행 및 신용카드사들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사용자들은 원하는 방식을 골라 쓸 수 있다는 얘기다.

이동산 이사는 3월말 개최된 W3C 웹결제 워크숍, 인터넷 리테일 엑스포 2014에 참석했는데, 가장 인상 깊게 봤던 문구는 '이메일을 쓰듯이 결제할 수 있게 하라(payto: like malito)'라는 것이었다고 한다.이 이사는 워크숍에서 결제는 경험되는 걸로 느껴지도록 노출되면 안 되고, 자연스럽게 프로세스에 녹아들어가야 한다는 문구가 인상 깊었다며 한번 웹결제를 하려면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하는 우리나라와는 비교된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국내에서는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이 정하는 규정에 따라 웹결제시 공인인증서를 쓰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반드시 본인인증을 거쳐야 하며, 신용카드 정보를 저장하는 것도 금지된다. 우버택시를 이용하는 것도 쉽지 않다.

그가 참가했던 인터넷 리테일 엑스포 2014에서 강조됐던 내용 중 하나는 '컨버젼 레이트(Conversion Rate: 전환율)'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환율은 쉽게 말해 사용자가 웹결제를 위해 여러가지 정보를 입력하다 중간에 입력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입력한 정보까지는 정보가 유지되도록 하는 것이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결제를 완료하기까지 여러 차례 추가적인 보안모듈을 설치해야하고, 우여곡절 끝에 결제완료 버튼을 누르기 전에 오류가 나면 처음부터 입력 과정을 반복해야 하는 불편함을 겪고 있다고 그는 지적했다.

온라인 쇼핑몰과 결제대행사 등이 사용자가 편리하고 안전하면서도 쉽게 결제할 수 있도록 웹결제 방식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허락해줘야 하나 아직은 남의 나라 일이라는 것이다.

물론 결제에선 편리성 못지 않고 보안성도 필수다. 그러나 이 이사는 제도적으로 은행, 카드사 등의 안전한 결제를 감사하는 권한이 금감원에 집중돼 있는데다 전문성이 부족하다며 보안감사를 전문성 있는 민간 기관에게 맡겨 마치 회계법인들이 감사하듯 보안성을 점검하는 방안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HTML5 기반 환경에서 웹크립토와 같은 표준 기술을 활용하는 것으로 대안을 마련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동산 이사는 이날 컨퍼런스에서 모바일 차량 예약 이용 서비스 애플리케이션(앱)인 우버와 영국-프랑스를 연결하는 고속열차 온라인 예매 서비스를 이용한 경험도 소개했다.

이 이사는 웹결제 워크숍을 마친 뒤 이동수단으로 택시를 활용하기로 했다. 우버 앱을 실행해 보니 프랑스에서 대기 중인 우버택시는 5천대 이상이었다. 그는 영국으로 이동하기 위해 우버 앱을 실행한 뒤 2단계만에 결제를 완료하고 택시를 이용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우버택시를 활용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해당 앱을 다운로드 받아 신용카드 사진을 찍어 전송해 등록절차를 마무리한 뒤 차량을 선택해 목적지를 입력하면 끝이다. 따로 사용자가 본인이 맞는지를 인증하지도 않고, 바로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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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열차 서비스의 경우 반대 상황에 펼쳐졌다. 이 이사는 기차로 프랑스에서 영국을 이동하기 위해 유로스타를 타려 했으나 웹사이트에서 예매를 하다가 액티브X 설치 창이 열리면서 '넷스케이프 6.0은 지원하지 않습니다'라는 팝업창을 봤다. 국내에서도 오픈뱅킹을 적용하기 전 크롬, 사파리 웹브라우저 등에서는 액티브X 관련 호환성 문제 때문에 해당 브라우저 사용자들이 이 문구를 보게 되는 경우가 많다. 결국 그는 비행기편을 선택했다고 했다.

우버와 고속열차 서비스에서 이 이사가 겪은 경험은 이제 결제가 사용자 경험에서 무시할 수 없는 변수가 됐음을 의미한다. 편리한 결제는 서비스 성공에 있어 중요한 요소라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