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키와 애플의 웨어러블 빅딜 시나리오

거세지는 경쟁속에 제휴 가능성 관심집중

일반입력 :2014/04/14 07:57    수정: 2014/04/15 10:26

황치규 기자

나이키가 손목에 차는 웨어러블 기기인 피트니스 밴드 시장에서 철수하는 것을 신중하게 논의하고 있다는 파격적인 외신 보도가 나왔다. 미국 씨넷이 10일(현지시각) 익명의 한 소식통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나이키는 지난해 11월 웨어러블 시장에서 리더십 강화를 우해 신형 피트니스 밴드 '퓨얼밴드SE'를 선보였다. 한창 물건을 팔아야 할 타이밍에 나온 철수설은 다소 뜬금없는 얘기로 비춰질 수 있다.

그러나 철수설은 나름 그럴듯한 시나리오로 통하는 것 같다. 씨넷은 애널리스트들을 인용해 나이키가 하드웨어 사업보다는 사용자 데이터를 기반으로하는 SW중심 플랫폼으로 무게 중심을 옮길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애플과 나이키간 전략적 제휴도 그럴듯한 시나리오도 부상했다. 둘이 힘을 합치면 시너지가 클 것이란 이유에서다. 팀 쿡 애플 CEO는 9년간 나이키 이사회 멤버로 활동해왔고, 퓨얼밴드 앱은 여전히 iOS만 지원한다는 점도 두 회사 간 제휴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제시됐다.

하드웨어는 이제 나이키의 몫이 아니다

나이키와 애플간 빅딜설은 웨어러블 하드웨어 시장에서 나이키가 가진 잠재력이 크지 않다는 것과 맞물려 있다. 나이키는 나이키 플러스 퓨얼밴드 SE와 스포츠 워치와 같은 웨어러블 기기를 제공한다. 퓨얼밴드 SE는 150달러, 스포츠 워치는 140달러에 판매된다.

나이키는 그동안 단 한번도 하드웨어 판매량을 공개하지 않았다. 씨넷에 따르면 퓨얼밴드와 같은 피트니스 밴드 시장은 2013년 3억3천만달러 규모로 추정된다. 핏빗이나 조본, 위싱스, 가민 등 다수 업체들이 치고받고 싸우는 구도다. 이런 가운데 시장 조사 업체 NPD그룹은 나이키 퓨얼밴드가 전체 피트니스 밴드 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은 10% 정도일 것으로 분석했다고 씨넷은 전했다.

웨어러블 시장은 이제 전문 업체외에 공룡 기업들도 대거 뛰어드는, 말그대로 별들의 전쟁 구도로 흘러가고 있다. 구글, 삼성전자 등 이름만으로 반은 먹고 들어가는 회사들이 웨어러블 시장에 파상공세를 퍼붓기 시작했다.

구글은 최근 웨어러블 기기를 겨냥한 안드로이드웨어 운영체제를 선보였고 모토로라, LG전자 등 다수 파트너들까지 끌어들였다. 삼성전자도 최근 스마트워치를 업그레이드했고, 나이키의 주특기인 피트니스밴드까지 내놨다. 애플도 하반기 아이워치를 앞세워 웨어러블 시장에 출사표를 던질 것이란 관측이 많다.

나이키의 피트니스 밴드 사업 철수설은 이같은 상황에서 흘러나왔다. 씨넷이 인용한 애널리스트들은 웨어러블 하드웨어 분야에서 나이키가 오래 버티기 힘들다고 보는 것 같다.

나이키는 하드웨어보단 사용자들로부터 확보한 데이터를 분석하고 외부 SW 생태계를 구축하는데 초점을 맞추는 것이 어울린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개인운동관리 플랫폼인 '나이키 플러스'에 나이키의 미래가 걸렸다는 것이다. 나이키 플러스는 퓨얼밴드 사용자들이 보내는 각종 데이터를 분석해 개인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

나이키 플러스 사용자는 2013년 8월 기준으로 1천800만명이었다. 지금은 2천800만명까지 늘었다. 가파른 성장세다. 이를 기반으로 나이키는 다양한 SW를 내놓기 시작했다. 여성들을 위한 운동 앱, 나이키 플러스 무브 등이 대표적이다. 나이키 플러스 무브는 아이폰5S에 탑재된 M7 모션 프로세서를 활용한 iOS 앱으로 퓨얼밴드처럼 사용자들의 움직임과 관련한 데이터를 수집한다.

나이키 플러스 무브는 스마트폰이 피트니스 밴드 기능을 점점 흡수하고 있음을 상징하는 사례다. 스마트폰에서 영양 섭취량과 운동 상황을 동시에 관리할 수 있는 맵마이피트니스 앱의 지난해 1억5천만달러라는 거액에 매각되기도 했다. 퓨얼밴드라는 하드웨어를 파는 나이키 입장에서 스마트폰의 공습은 꽤나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270억달러에 달하는 나이키 전체 매출에서 보면 퓨얼밴드로 벌어들이는 돈은 새발의 피일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웨어러블 시장을 둘러싼 헤게모니 경쟁은 점점 고조되는 양상이다. 웬만큼 해서는 나이키가 리더십을 잡기가 쉽지 않은 판세다.

그러나 SW로 넘어가면 얘기가 달라진다. 나이키 입장에선 전략적으로 SW에 올인해볼만 하다는 얘기가 많이 들린다. 파이퍼 제프레이의 신 노튼 애널리스트도 나이키는 엄청난 사용자 네트워크와 커뮤니티를 갖고 있다. 이게 나이키가 가진 가치의 모든 것이다말했다.

씨넷은 SW중심의 나이키 전략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퓨얼랩만한 것이 없다고 전했다. 최근 샌프란시스코에 문을 연 나이키 플러스 퓨얼랩스는 운동 앱 런키퍼, 성능 추적 플랫폼 스트라바, 피트니스 앱인 마이피트니스팔과 같은 외부 업체들이 나이키 퓨얼 시스템을 이용한 제품 개발을 가능케 한다. 나이키는 또 나이키 플러스 API를 올해 가을 모든 개발자들에게 개방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기반으로 나이키 플러스 사용자 기반을 1억명까지 늘린다는 전략이다.

나이키 플러스 플랫폼은 나이키 기존 사업에도 플러스가 될 수 있다는 평가다. 우선 나이키는 사용자들로 부터 확보한 데이터를 분석해 신발과 의류 판매에 활용할 수 있다. 고객들이 관심있어 할만한 제품을 개발하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씨넷은 전했다.

스티펠 니콜라스의 짐 더피 애널리스트는 나이키는 점점 소프트웨어 중심적인 회사가 되어가고 있다면서 목표는 가능한한 대규모로 커뮤니티를 구축하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애플과의 협력은 윈윈의 승부수

애플과의 협력은 나이키가 SW 사업에 집중하고 하드웨어는 애플과 협력한다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씨넷은 애플이 스마트워치나 피트니스 밴드, 아니면 둘을 결합한 제품을 선보인다면 나이키는 협력의 맨앞장에 설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애플은 나이키를 경쟁상대로 생각치 않으며, 자사 하드웨어에서 나이키 소프트웨어를 지원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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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퍼 제프레이의 신 노튼 애널리스트는 애플과 나이키의 협력은 매력적인 파트너십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나이키와 애플의 협력은 8년전 나이키가 '나이키 플러스 아이팟 스포츠 키트'을 공개하는 시점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후 나이키는 애플 플랫폼을 우선하는 전략을 펼쳐왔다.